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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l 13. 2019

저지리에서 즐기는 소소한 즐거움

저지오름, 낙천리 의자마을, 저지리  문화 예술인 마을 

저지리는 예부터 물도 귀하고 먹을 것도 마땅치 않던 중산간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이었다. 제주도 전체가 관광지화 되었으나 상대적으로 관광객의 발길이 뜸하던 이곳은  요즘 제주 올레꾼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점차 알려지게 되었다.

 

네비가 저지오름을 안내하던 중에  '저지오름 100 미터'라는 표지판 앞에 멈춰 섰다. 도로 안으로 들어가자 바로 그 모습을 나타내는 둥근 밥사발 같은 오름이 저지오름이다. 오름과 도로와의 직선거리가 100 미터였나 보다 오름 입구까지는 마을을 한참 돌아가야 했다. 한가한 돌담을 따라 예쁜 꽃이 피어있고 그 너머에는 허수아비가 밭에서 파랗게 올라오는 새싹들을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 밀감의 99%가 제주에서 나고  그중 70%가 서귀포에서 난다더니 오름 어귀는 귤밭이다. 아주 작게 달린 초록의 귤은 올 겨울이 되어야 제 맛을 낼 것이다.


 

저지오름은 마을에 닥나무가 많아서 닥 모루라 불리다가 한자로 표기하면서 저지가 되었다. 민둥산이었던 언덕배기 풀밭은 계속된 산림녹화사업으로 소나무와 삼나무가 심어졌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나무들은  아름답고 울창한 숲을 이루게 되어 2007년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까지 차지하였다. 



가파른 경사길을 올라 만난 둘레길에는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몇몇의 사람들이 산책 중이다. 붉고 부드러운 흙길을 가득 에워싸고 있는 숲은 아늑해서 마냥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쯤 걸었을까?  다시 나타난 가파른 오르막 길을 오르면 정상이다. 전망대 아래 원형의 굼부리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숲이 아주 폭신해 보인다. 굼부리 어귀까지 난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가면 온갖 종류의 덩굴로 뒤덮인 원시림을 만날 수 있고 분화구 둘레 800 미터에는 분화구 둘레길도 만들어져 있다. 




정상의 분화구


전망대에서는 저지리 마을 전체는 물론 멀리 한라산을 비롯하여  차귀도 비양도까지 보인다. 



저지오름 부근에는 제주 현대미술관이 있고 그 옆에는  예술인들에게 마을을 개방하여 지역 문화 예술 발전과 문화관광 콘텐츠 활성화를 위하여 만든 저지문화 예술인 마을이 있는데 그 분위기가 독특하다.



제주 현대 미술관 


저지 문화 예술인 마을 


용수에서 저지까지 이어지는 제주올레 13코스 중간지점의 아홉굿마을.  굿(?) 무당의 굿이 연상되었으나 전혀 다르게 '아홉 개의 샘'이 있다는 뜻이며,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아홉 개의 좋은 것들이 있다는 뜻다. 하늘이 내려 주었다는 낙천리는 밤에는 풀벌레의 노랫소리가 들리고 장수풍뎅이가 찾아드는 천혜의 청정함과 즐거움이 솟아나는 곳이다. 입구에 도착하자 키를 훌쩍 넘게 설치한 의자가 먼저 눈을 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만나는 수많은 의자가 천여 개나 된다.  2007년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상징물을 의자로 선정하여 의자 조형물을 만들기 시작했고, 의자에 써넣을 이름과 문구를 공모받았다. 주민들의 손과 땀으로 만들어 낸 이곳은 전국적으로 홍보되어  2011년에는 '대한민국 농어촌 마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양한 의자 사이를 거닐며 거기에 새겨진 해학과 풍자 넘치는 재미있는 문구들을 읽어나가며 여행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 본다.




부조로 된 벽화로 만들어진 마을의 벽도 볼 만하다.




한적한 저지리 마을에서의  독특하면서도 소소한 풍경들은 잔잔하게 가슴속으로 스며들었다. 힐링 여행지로 꼭 찾아야 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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