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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l 05. 2019

카오스의 숲, 머체왓 소롱콧길


사려니오름 동남쪽 중산간에 위치한 머체왓의 일대는 돌(머체)이 많아 머체골이라 불리던 마을이다.  문 씨, 김 씨, 송 씨 등이 목축업에 종사하며 살았으나  4.3 사건으로 마을 전체가 사라져 버리고 지금은 숲 속에 그 흔적만이 남아있다.  


머체왓 숲길은 소롱콧길, 머체왓 숲길, 서중천 탐방로로 이뤄져 있다. 그중 소롱콧길은 서중천과 소하천 가운데 형성된 지역으로 편백나무, 삼나무, 소나무, 잡목 등으로 우거진 숲이 마치 작은 용을 닮았다 하여 소롱콧이라 부른다.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꽃밭을 볼 수 있다.


제주 어디를 가나 꽃이 만발해 있는데 이곳은 기생초와  루드베키아의 노란 물결이 바람 따라 흔들리며 우리를 반기고 있다.


수레국화가 예쁘다는 말에 갔으나 이미 져버리고 몇 송이 만 남아 있다.



2018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18회 공존상을 수상한 소롱콧길의 길이는  6.7 킬로미터!


2010년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에서 어울림상을 수상'하였다는 '삼다수 숲길'을 찾아 교래리 소공원부터 삼다수 공장 근처를 헤매다 겨우 찾은 길에서 임도를 다시 3 킬로미터나  걸어야 한다는 말에 중도 하차를 하고 다시 찾은 곳이  머체왓 길이다. 이미 오후 4시, 숲 속에서 해가 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으나 그냥 빠른 걸음으로 걸어보자고 나섰다.


삼다수 숲길


머체왓 숲길은  이정표가 있기는 하나 숲이 우거져 있는 데다 어둡기 때문에 등산로를 잊기가 쉽다. 미리 다녀간 등산객들이 매단 리본으로부터 벗어나면 숲 속에서 미아가 될지도 모른다.




나뭇가지가 덩굴처럼 얽히고설킨 풍경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조용한 숲길을 지나  만난 콘크리트 도로 앞에서 우리는 뚜렷한 이정표가 없어 길을 잃고 말았다.  한참을 콘크리트 길 근처를 헤매다가 길 건너편  숲에 리본이 있는 것을 보고 그쪽으로 향했다.


홍수시 갑자기 불어난 물을 유도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다시 만난 숲길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해서 한 여름의 더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방사탑이 세워진 쉼터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숲길로 걸어간다. 옛 올레길의 중간에 만난  넓은 초지에는 소는 보이지도 않는데  '진입금지 정숙'이라는 표지가 있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꽤나 시끄럽고 귀찮게 느껴졌나 보다.

어두운 숲길에서 만난 초지가 무척이나 반갑다.


방사탑 쉼터







그리고 만난 편백나무 숲. 하늘을 찌를 듯이 뻗어나간 가지 끝을 보려면 고개를 완전히 뒤로 젖혀야만 한다. 상쾌함이 느껴지면서도 장승처럼 줄지어 있는 나무들이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내가 겁이 많아서일까?




숲을 나오자 갑자기 나온 큰 도로에서 우리는 또 한참을 헤매었다.  이곳에서도 큰길을 따라가지 말고 바로 길 건너편 숲길로 가야 한다.




또다시 이어지는 편백나무 숲.  머체왓길에는 편백나무(어쩌면 삼나무일지도! 잘 구분이 안 간다.)가 많아 좋다.




돌담으로 만들어진 길을 따라 들어가면 머체골이라는 옛 마을 터를 만나게 된다. 길 옆에 쌓은  돌담은  중 잣성, 목장지대를 농경지와 목장지로 구분하느라  만들어놓은 것이다. 등고 선상으로 해발 150 미터 일대를 하잣성, 350~400 미터 일대를 중잣성, 해발 500~600 미터 일대를 상잣성이라 한다.



땅 위로 도드라진 나무뿌리에 유난히 눈길이 간다. 물이 귀한 토양에서 오랜 세월 물을 찾아 뻗어나간 뿌리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땅 위로 드러나 있다.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하며 미끄러운 내리막길에 계단 삼아 내려가도 되는 것인지 미안하기 짝이 없다.



편백낭 치유의 숲 쉼터 주위로 쌓인 방사탑은 마치 아늑한 공연장 같다. 산수국으로 둘러싸인 탑이 마치 주인공인 듯...




서중천 습지로 들어가니 울창한 숲터널이 이어진다. 음산한 숲길 왼쪽으로는 제주에서는 보기 드문 하얗고 큰 바위들이 즐비한 계곡이 있다.  제주의 대부분이 건천을 이룬 것과 달리 비가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인지 꽤나 많은 물이 고여있다. 숲이 우거져 아래로 내려갈 수는 없었지만  길을 걷는 내내 계곡이 이어지고 발밑에는 촉촉하고 폭신한 낙엽들이 밟히고 있었다.




습지를 이룬 넓은 지대는 이끼가 한참이다.







서중천 가장자리에는  '올리튼물'이라는 습지 형태를 이룬 연못이 있다.  가뭄 시에도 물이 풍부하여 각종 새들이 둥지를 틀고 물 위에 떠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5월이면 진한 다홍빛의 꽃터널이 만들어진다는 참꽃나무 군락지에서는 꽃은 이미 져버리고 초록의 잎새만 무성했다.




'숲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외치듯 다양한 숲길을 보여준 머체왓 숲길을 완주한 곳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멍멍이는 알고 보니 이곳의 터줏대감이었다. 이 더운 여름날 어둔 숲길을 헤매며 등골이 서늘해진 적도 있었지만 짧지 않은 여정 속에 많은 나무들을 보았고 숲을 만끽하고 왔다. 가능하다면 여러 명이 같이 한다면 좀 더 여유롭게 숲을 느끼며 건강을 챙겨 올 수 있을 것 같다.


끝나고 나오면 족욕과 찜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으니 그날의 피곤을 풀고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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