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by 마미의 세상

2019년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가 한라산 천연 보호구역, 성산일출봉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된 지 12 년이 되는 해다. 돌과 흙이 유난히 검은색으로 음산한 기운을 띤다 하여 또 신령스러운 산이란 뜻으로 오름 이름도 거문오름이다. 거문오름의 용암협곡 화산체가 열린 부분으로 용암이 흘러나와 지표면의 경사를 따라 해안선까지 흘러가면서 만들어진 일련의 용암 동굴군은 유네스코 자연 유산으로 등록되었다.


_DSC6632.jpg 세계 자연 유산 센터


유네스코에 등록된 자연유산은 6년마다 한 번씩 실사를 받고 있는데 유네스코 권고사항에 미비된 점이 있으면 2년이란 유예기간이 주어지고 그때도 부족하다면 그 등록 자체가 삭제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그 유산을 잘 보존하고 가꾸어야 하기에 오름 탐방도 사전예약제로 운영하고 음식물이나 우산 아이젠 등 뾰족한 물건의 소지도 금하여 훼손당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_DSC6793.jpg
_DSC6639.jpg
매표 및 탐방이 시작되는 곳


a.JPG


예약 후 시간에 맞춰 매표를 하게 되면 30분마다 해설사와 함께 탐방이 시작된다. 처음 30분 정도는 가파르게 등선을 올라야 한다. 오른쪽으로는 4,50여 년 전에 인공 조림된 나무가 일렬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사람에게 좋다는 피톤치드가 강하게 나오는 지역이나 다른 식물들은 자라지 못하게 하여 나무 아래가 훵하다. 탐방로 옆에는 지금 산수국이 한창이다.


_DSC6644.jpg
_DSC6643.jpg


_DSC6646.jpg
_DSC6647.jpg


숨 가쁘게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이다. 정상에서는 나무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나 다시 얼마쯤 가서 만난 전망대에서는 한라산까지 보였다.


_DSC6653.jpg
q.JPG


그리고 다음 전망대에서는 거문오름의 분화구를 살펴볼 수 있다. 9개의 봉우리로 된 분화구는 한라산 분화구의 두배 가까이 되는 넓이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원시림 형태를 이루고 있다. 숲 가운데 볼록한 부분, 나무데크 가 있는 곳이 작은 알오름이다. 마치 용 아홉 마리가 여의주를 가지고 노는 모습과 같다 하여 어떤 풍수지리 학자는 이곳을 '구룡 농주'라 한다.


11.jpg


계단을 내려오면 본격적으로 분화구 안으로의 탐방이 시작된다. 태극길 탐방로로 가는 길에는 억새의 초록물결이 가득하다.


_DSC6668.jpg
_DSC6678.jpg


r.JPG 가을이 되면 이렇게!


거문오름은 이 분화구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 화산체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폭발의 세기가 점차 줄어들며 많은 양의 용암이 흘러가며 벵뒤굴, 김녕굴, 만장굴, 용천동굴 등도 만들어졌다.


_DSC6679.jpg
_DSC6681.jpg


탐방로 주변에 가끔씩 아래로 깊게 파인 계곡을 볼 수 있는데 용암 동굴의 천장이 무너져 생긴 용암 협곡이다.


_DSC6685.jpg
_DSC6688.jpg



_DSC6690.jpg


외국인들도 인정한다는 이곳의 원시림은 나무와 돌이 서로 얽히며 자라고 있다. 이 숲에서 미네랄이 많은 지하수가 만들어지고 뛰어난 공기정화를 하며 땅속에서 나오는 지열에는 천연 음이온까지 포함하고 있어 사람의 허파라고 할 수 있는 귀한 곳이다.


_DSC6696.jpg
_DSC6697.jpg
나무마다 덩굴식물들이 기생하며 더불어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_DSC6705.jpg
_DSC6704.jpg
인공 조림된 나무와 자연스럽게 자라난 식생은 확연하게 다르다.


_DSC6698.jpg
_DSC6710.jpg
돌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당단풍(왼쪽)


태평양 전쟁 당시 제주도 전역에 땅굴을 파놓은 일본군이 만든 갱도 진지는 거문오름에서 확인된 것만도 10여 곳이 된다.


_DSC6723.jpg
b.JPG


현무암을 둥글게 쌓아 올려 아치형으로 만든 숯가마터 뒤쪽에는 타원형의 숨구멍이 만들어져 있다. 한라산 고지대에서 숯을 만들며 살아간 제주민의 삶의 애환이 녹아있는 곳이다. 태평양전쟁 당시에 일본군에 많은 숯을 공출하느라 제주의 산림이 한때 황폐해졌었다.

탐방로를 걷다 보면 가끔씩 땅 아래 뚫린 구멍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곳을 볼 수 있는데 숨골이다.


_DSC6730.jpg
_DSC6686.jpg
숯가마터와 숨골


전국이 폭염주의보로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요즘 숲 속에만 들어가면 시원하다. 해설사를 따라 바쁘게 걷느라 땀이 나다가도 멈춰 서서 해설을 듣다 보면 어느새 그 땀방울은 자취를 감춰버린다.


_DSC6727.jpg
a.JPG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붉은색 암석이 분화구에서 공중으로 높이 던져져 회전하면서 굳어져 고구마 모양으로 되었는데 이런 암석을 화산탄(64 미리 이상)또는 송이(64미리 이하)라 한다.


_DSC6742.jpg
_DSC6740.jpg
큰 바위안에 화산탄이 박혀 있다.


_DSC6752.jpg 봄이면 많은 복수초가 피는 복수초 군락지


데크 아래쪽은 용암 동굴이 함몰된 용암 함몰구다. 기후가 미기후의 특징을 간직하고 있어 종의 다양성을 가져 800 고지에서 자라나는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_DSC6760.jpg


제주에는 공개되지 않은 많은 동굴이 있는데 애월 쪽 빌레못동굴에서는 시베리아에서 사는 곰 뼈가 발견되어 제주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 옛날 제주도와 중국 대륙은 연결되었던 것일까? 학술적으로 중요한 증거가 산재되어 있는 곳이 제주다.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될 때 유네스코 실사위원들이 가장 감명 깊게 본 곳이 용천동굴이라 한다. '신들의 영역에 인간이 들어와서 죄송합니다'라고까지 말했다 하니 동굴 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추측이 가능하나 일반인에게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거문오름 탐방은 이번이 두 번째로 해설사에 따라 설명하는 양과 내용이 다르다. 설문대 할망의 설화부터 각종 식물에 대한 설명까지 자세하게 듣느라 다음 팀은 우리를 제치고 앞으로 가고 말았다. 숲을 헤매고 다닐 때 들려오던 아름다운 새소리를 내는 새의 이름이 궁금했는데 그 새가 섬휘파람새라는 것도, 계곡에 내려가다 보면 옹기종기 귀엽게 줄지어 나는 예쁜 식물의 이름이 콩짜개 난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본업이 버스기사인데 쉬는 날에는 이곳 해설사 일을 한다는 그는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제주 앓이에 빠진 사람이다. 제주어가 훈민정음에 가장 가까운 말이라며 해설 도중 자랑스럽게 제주어를 구사하곤 하였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자라고 살고 있는 서울에 대해 그만큼 사랑하고 있는지...


_DSC6726.jpg
_DSC6736.jpg
지혈 성분이 들어있으며 마데카솔의 원료가 된다는 피막 , 해설사


_DSC6700.jpg
_DSC6694.jpg
주판알로 쓰였으며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다는 붓순나무와 모시



캡처a.JPG
_DSC6711.jpg
푸른 빛을 내는 염료로 사용 되는 산쪽풀과 콩짜개 난


_DSC6739.jpg 3,4월에 꽃을 피우는 주걱 난


_DSC6743.jpg
_DSC6747.jpg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하여 하얀색 잎이 되었다가 수정 후에는 다시 연두색으로 바뀐다는 나무 , 박쥐나무가 피운 꽃


_DSC6748.jpg 바위에 핀 흰 이끼의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 지도와 같다.


_DSC6749.jpg 청정한 곳에만 산다는 달팽이는 비가 와서 촉촉한 날에만 볼 수 있다.


_DSC6753.jpg
_DSC6754.jpg
한라 새우난이 꽃을 피운 모습으로 노란 색은 금새우난이다


때죽나무의 꽃은 마치 종이 매달린 것처럼 땅을 보고 핀다. 어릴 적 민물고기를 잡을 때 물에 이 나무를 넣으면 물고기가 기절을 하여 쉽게 잡았다 한다. 나무 가운데를 잘랐는데도 옆으로 다시 가지를 펼치고 자라나는 것을 산림용어로 맹아라 하고 이런 나무가 많은 숲을 맹아림이라 한다. 제주도에서는 이 단단한 때죽나무로 도리깨 자루를 만들었다.

제주도를 상징하는 세 가지로 새는 큰 오색 딱따구리, 나무는 녹나무, 꽃은 참꽃을 든다.


_DSC6755.jpg
_DSC6757.jpg
때죽나무와 목이버섯으로 돌에 붙으면 석이버섯이 된다 한다


_DSC6767.jpg
_DSC6776.jpg
원기소의 재료였다는 누리장나무와 망개떡을 쌓던 망개


특이하게 수직으로 동굴이 만들어진 곳이다. 이곳에도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4.3 사건 당시 해안가에 무장 특수부대가 들어와 함덕 사람들은 거문오름으로 피난을 왔었다. 집으로 돌아가던 피난민 중 한 사람이 코트를 놓고 온 것이 생각이 나서 다시 왔다가 특수부대원을 만나 동굴 안으로 떨어트려 죽음을 맞이하였다. 40년이 지난 뒤 양심 고백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족이 동굴을 찾았으나 이 동굴 안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코트뿐이었다. 그 후 그의 아들은 4.3 유족회 회장이 되었다.


y.JPG
_DSC6764.jpg


짧지 않은 분화구 탐방은 이곳에서 끝이 나고 거문오름의 자유 탐방을 원하는 사람은 오른쪽 길로 다시 한 시간 반 정도를 돌아볼 수 있다.


_DSC6772.jpg
_DSC6771.jpg


오늘 알게 된 산수국의 신비한 이야기. 산수국의 옆으로 난 꽃잎들은 헛꽃이라 한다. 가운데 있는 꽃이 수정이 되도록 피었다가 수정이 끝나게 되면 사진과 같이 꽃잎이 아래로 향하게 된다 한다. 이후로 산수국만 보면 꽃잎의 방향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는 습관이 생겼다.


_DSC6783.jpg
_DSC6779.jpg


탐방길의 마지막 또한 아름답다. 장대처럼 올라간 나무 아래로 보랏빛 산수국이 한창이다. 세계인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는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를 우리가 지나칠 수는 없다. 많이 찾아보고 아끼고 보존해야 할 곳이다.


_DSC6782.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카오스의 숲, 머체왓 소롱콧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