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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l 18. 2019

동검은이 오름이야말로 엄지 척!

거미오름

300개나 넘는 오름에 이름을 붙이기도 어려웠을게다. 붉게 보인다 하여 붉은오름 검게 보인다 하여 검은 오름.

그 검은 오름도 또 여럿이다 보니 선흘리에 있는 검은 오름과 구분하기 위하여 동검은이 오름이 되었다. 또 사방으로 뻗어 나간 모습이 거미집 같다 하여 거미오름이라고도 한다.

유명세를 탄 백약이 오름과 달리 거의 키만큼 자란 억새가 무성하고 움푹 파인 농로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야 만나는 동검은이 오름은 입구부터  들어가기 섬찟할 정도로 어둡고 잡풀이 무성하다. 거미를 닮았다는 오름은 큰  도로 쪽에서 어떤 각도로 보면 정말 거미가 다리를 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문석이 오름은 생태회복을 위하여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경사가 심해서 숨이 턱까지 차올라 주저앉고 싶을 때 나에게 힘을 준 것은 예쁜 나비들이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내 주위를 맴도는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발길을 옮기다 보니 어느새 평평한 능선이다.

작은 나비를 쫒으며 풀만 바라보며 오르다 고개를 든 순간 우아~!  꽤나 거센 바람에 몸이 휘청거릴 지경이지만 능선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달라지는 풍광에 요동치는 감동은 가라앉을 줄을 모른다. 겹겹이 펼쳐지는 주위의 오름과 푸르른 농경지, 저 멀리 바다에 우뚝 선 성산 일출봉을 배경으로 돌아가는 풍력발전기, 발아래 펼쳐지는 초지까지 정말 장관이다. 

높은 오름 

백약이 오름 

좁은 능선길 아래에 있는 말발굽 모양의 분화구는 내려다 보기조차 두려울 정도로 넓고 깊은 데다  울창한 숲으로 메워져 있다. 처음 입구에서 느꼈던 음산함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동거문이 오름을 적극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이 장면 때문이다. 

정상 분화구 

소를 풀어놓아 나무가 사라졌다는 초지에서  풀을 뜯는 소를 만나지는 못했다. 분화구를 한 바퀴 넓게 돌아보고 싶었으나 체력이 따르지 않아 돌아서야 했던 정상의 모습은 내 기억 속 깊이 큰 잔영으로 남았다.

가파른 탐방로를 오르고 내리는 것이 조금 힘이 들기는 하나 정상의 풍광과 커다란 분화구의 모습과 오르고 내리는 길에 만나는 다양한 숲길은 누구에게나 적극 추천하고 싶다.  이 아름다운 오름을 오르고 내리는 동안 만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에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 입구를 산뜻하게 정리하고 아부오름에 있던 여러 명의 해설사 중 한 분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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