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부터 도로가를 주황색으로 장식하기 시작한 능소화는 아직도 땅위에 무수한 꽃잎을 떨구며 끊임없이 새로운 꽃을 피우고 있다. 하룻밤의 인연만을 남기고는 다시 찾지 않는 임금님을 애타게 기다리던 복숭아 빛 뺨을 가진 어여쁜 궁녀 소화는 끝내 죽음을 맞이한다. 죽어서도 처소 담장 아래 묻혀 오지 않는 임금님을 기다리며 꽃을 피우니 그 꽃이 능소화다. 높은 담장 너머 계신 님을 보기 위하여 갸녀린 줄기를 길고 길게 뻗어내고, 발자국 소리라도 들으려 꽃잎을 크게 크게 벌리며 핀다는 능소화. 애달픈 전설을 담아서인지 그 아름다움을 보는 마음이 더욱 애처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