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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15. 2019

산책하듯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용눈이 오름

오름의 모양이 용이 누워 있는 모양 같기도 하고, 크게 파인 분화구가 용이 누웠던 자리 같다고도 하고, 위에서 내려다보면 화구의 모습이 용의 눈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용눈이 오름은 제주 동쪽 오름들이 모여있는 구좌읍 종달리에 있다.


사진작가들이 일출을 담기 위하여 주로 찾는 곳이 광치기 해변과 용눈이 오름이다. 크게 마음먹고 새벽에 움직여 도착한 오름 입구에서 하늘에 총총 떠있는 별을 보고는 별 사진도 가능했었음을 알고는  아쉬운 마음까지 들었다. 오름을 오르는 길은 정말 빛이라고는 찾을 수가 없는 어둠뿐이라 오직 손전등에 의지하며  일출 포인트까지 가야 했다.



바삐 일출 포인트에 도착했을 때 벌써 성산봉 옆으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메가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누구나 담고 싶어 하는 오메가를 이 제주도에서 만났다. 수도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고 해가 뜨고도 우리는 황홀한 여운 속에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멀리 성산 일출봉 너머로 해가 떠오른다 






다른 오름과 달리 완만한 구릉을 넘고 또 넘어야 정상에 오르는 용눈이 오름은 큰 나무가 없기에 초지의 능선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불어오는 바람이 흘러내린 땀을 식혀주고는 푸른 풀 사이사이로 들어가 흔들어주는 바람에 야리야리한 풀들이 춤을 추듯 흔들린다. 


아침 햇살 받은 풀들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 




올라가다 내려오고 내려가다 다시 올라가는 능선이 아름다운 용눈이 오름의 주인은 말이다. 목줄 없이 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풀을 뜯고 있는 말의 모습은 제주에서 볼 수 있는 명장면 중에 하나다. 그저 풀밭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걷기 좋은 곳이지만 말똥이 널브러져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유지라는데 우리에게 개방해주니 무척이나 고맙다.  





고 김영갑 사진작가가 사랑한 용눈이 오름은 관능미 넘치는 부드러운 능선이었다. 말굽형 분화구 주위를 걸으며 그 분위기를 잡아보려 했지만 영...





용눈이 오름은 백약이, 아부오름과 같이 구두를 신고도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제주 나들이에 나섰다면 꼭 한두 개  오름쯤은 다녀가는 것이 좋다. 특히 금방 다가올 가을이 되면 넓고 넓은 억새밭이 될 제주 오름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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