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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17. 2019

제주 살이를 원하시나요?

긴(?) 인생 살다 보면 사람들에 치이고, 어느 날 갑자기 하던 일에 싫증 나고, 열심히 가꾸어 온 안락한 집조차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그래서 요즘 한달살이가 유행하고 있나 보다. 2년 전 9월 무턱대고 실행한 제주 한달살이를 하고 나서 제주도를 다 보았노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난 5월 남편의 직장이 서귀포로 발령이 나서 다시 제주에 머물고 나서는 그때의 그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또 알게 되었다. 



그전에 찾지 않았던 곶자왈과 오름 그리고 곳곳의 숲길과 바닷길을 다니고  나서야 자연이 만들어 낸 예술품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서로 얽혀 살아가는 곶자왈의 나무들에게 삶을 배우기도 했으며, 돌무더기와 고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온 제주민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한 달 살기는 왜 제주도여야 하나?

하나, 한 달이라는 시간이 아니라도 자기가 살던 터전에서 뚝 떨어져 얼마간 살아본다는 경험은 신선하다. 특히 비행기를 타고 건너갔다는 지리적 거리감에  일상의 삶은 잊어버린 채 오로지 타향살이에 집중할 수 있다. 

, 저가항공 덕분에 시간 선택만 잘하면 부산이나 목포행 KTX 가격보다도 싼 가격에 갈 수 있다. 

, 일 년 내내 무궁무진한 볼거리가 있는 제주도에서는 아침마다 어디로 갈까 하는 행복한 고민만 하면 된다.



어떻게 시작할까?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본 제주도 겠지만 제주도 관련 책을 참고로 테마를 정하고 계획을 세워보자. 아는 만큼 그 감흥이 다르기 때문이다. 올레길을 돌고 오름을 오를 때  황당하기도 한 설문대 할망이야기에도 귀 기울여보고 화산 폭발에 의하여 지층이 형성된 지리 공부에도 빠져보고 제주의 역사도 되돌아보며  다니다 보면 여태 관광지로 2,3일 다니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제주도를 만나게 된다.



언제가 좋을까?

봄에는 유채꽃과 벚꽃 또 많은 야생화가 피어 좋고, 여름에는 보랏빛 수국과 함께 바다를 즐길 수 있어 좋고, 가을에는 은빛 억새와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있어 좋고,  그다지 춥지 않은 겨울에도 여행할 수 있으니 언제라도 제주도는 아름답다. 다만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는 정말 너~~ 무 덥고 습기까지 있어 죽을 맛이긴 하나 태풍이나 장마로 성났을 때의 모습 또한 기대 이상이다.



숙박은 어떻게?

여유가 있다면 호텔 또는 리조트에서 보내면 좋겠지만 알뜰하게 머물기를 원한다면 원룸을 추천하고 싶다. 인터넷에 나와있는 부동산을 통해 쉽게 찾을 수도 있으나 소개비를 내야 하고 상태 확인이 불가하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머물 곳이기에 사전 자료 조사 후 하루쯤 내려가서 주변 환경과 방 상태를 직접 확인한다면 한 달 50만 원 선에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까지 갖추고 있는 원룸을 구할 수 있다. 

오름이 목적이라면 동부에, 제주도 전체를 일주하고 싶다면 제주 중부에 머무르는 것이 좋다. 제주도가 섬이라고 하나 결코 작은 섬이 아니다. 한적한 중산간 마을이나 바닷가가 좋은 사람도 있겠으나 하루 이틀의 여행이 아닌 제주살이이기에 마트나 편의시설 등도 고려해야 한다. 제주시보다 서귀포시가 좋았던 것은 제주시는 러시아워 때 서울 못지않게 차가 막히는 데다 분위기가 딱 서울 같아서다.



교통수단은?

제주도의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다는 말은 많이 들었으나 그래도 자동차를 타고 다닐 것을 추천한다. 버스는 배차간격도 있는 데다 여러 곳에 가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어떤 경우는 대중교통이 없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 차를 가지고 갈지 자동차를 렌트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내 차를 가져갈 경우 완도에서 선적해야 하는데 15만 원 정도 들어가므로 왕복 30만 원 정도의 경비가 소요된다. 렌트를 할 경우 렌트료와 보험료를 합쳐 한 달 정도라면 비슷한 경비를 내게 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제주도의 휘발유 가격이 육지보다 이삼백 원 정도 비싸기 때문에 많이 돌아다닐 것을 생각한다면 가스 렌터카가 경제적이기는 하다. 우리는 살림살이를 싣고 가야 했기에 완도에서 배에 차를 싫고 갔다. 전에는 인천에서 자동차는 탁송하고 비행기로 갔다고 하나 요즘은 완도까지 가서 배로 이동해야 한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한 달간 자전거로만 이동한다는 것은 무리이므로 몇 일간의 자전거 하이킹은 대여점에서 렌트하기를 추천한다.



테마공원은 할인권이 필수!

제주도를 여행하다 보면 오름이나 숲길과 같은 무료 관광지는 안내판도 제대로 없는 것에 비해 천 원이라도 내는 도립 휴양지는 안내판은 물론이고 깨끗한 화장실까지 있어 편리하다. 그러나 테마파크 등의 입장료는 꽤나 비싸기에 꼭 할인권을 챙겨가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테마파크보다는 특이한 제주의 숲과 오름과 바다를 추천하고 싶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인공적인 테마파크와는 비교가 안되기 때문이다.


장보기는 대형마트나 향토오일장에서 

처음 애월에서 머물렀을 때 주변에 하나로 마트가 있었으나 다양한 야채를 구할 수가 없다고 퉁퉁거렸으나 이번 서귀포에서는 가까이에 대형마트가 있고 특히 향토 오일장에 가면 값싸게 야채나 과일을 구할 수가 있었다. 특히 작은 갈치나 고등어 등은 육지보다 훨씬 저렴하다. 외식을 하는 경우도 관광지 바로 앞의 식당들은 음식 값이 비싸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맛있고 값싼 식당이 많다.



콘서트나 전시회를 통한 문화생활

생전 문화생활이라고는 가끔 영화 보는 게 전부였지만  제주방송을 보다 보면  각종 콘서트나 전시회에 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짬짬이 나는 시간에 무료로 개최되는 공연도 보다 보면 제주살이가 한층 즐거워진다. 특히 여름 바닷가 음악회 등은 독특한 추억이 되었다. 


무릎 수술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 강행군을 하였기에 일찍 돌아와야 했던 제주살이. 맘껏 돌아보지 못한 오름과 숲길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요란하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도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의 답답한 모습도 여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눈 감으면 아직도 선하게 떠오르는  제주의 모습 덕분이다. 


삶의 재충전이 필요할 때는 그냥  훌쩍 떠나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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