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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Sep 22. 2019

꽃무릇 보러 어디로 갈까?

선운사, 불갑사, 용천사, 길상사


태풍 '타파'의 소식에도 불구하고 고창으로 달려간 것은 이번 주말이 꽃무릇이 절정이라는 뉴스 때문이었다. 올해도 그 예쁜 모습을 보여주겠지? 버스 차창으로 보이는 풍경은 보이지도 않고 내 머릿속에는 온통  그 야리야리하고 붉게 타오르는 꽃무릇 생각뿐이다. 비가 온다 하니 더욱 아름다울 그 모습에 세 시간이라는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진다.



벌써 오락가락 빗방울이 떨어지는 선운사 주차장에는 알록달록 등산복 차림의 관광객들이 가득하다. 많은 인파를 헤치며 도솔천까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도솔천의 그윽한 모습 앞에  나는 그만 얼음이 되고 만다. 도솔천 안쪽으로 휘영청 휘어진 고목들은 유유히 흐르는 물에 반사되어 데칼코마니를 이루고 고목 아래 수줍게 피어있는 꽃무릇은 더욱 빛이 다. 그래, 이 모습을 보기 위하여 고창까지 달려왔지.





꽃무릇은 매년 9월 중순쯤 이파리 하나 없이 민둥 꽃대에서  꽃술이 둥글게 위로 뻗으며 붉고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가 꽃이 지고 나서야 잎이 나온다.  꽃대만 있는 모습이 마늘종과 같다 하여 석산(石蒜)이라고 하며, 뿌리가 가진 방부 효능은 불교 탱화를 그릴 때 찧어 바르면 좀이 슬지 않기 때문에 사찰 주변에서  많이 키워왔다한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서일까? 꽃에 대한 전설도 애달프다.

깊은 산속에서 불도를 닦던 젊은 스님이 불공을 드리러 온 아리따운 여인을 연모하다 그리움에 사무쳐 시름시름 앓다가 죽게 된다.  그 이듬해 무덤에서 풀이 자라나더니 가을에 선홍색의 꽃을 피우니  사람들은 붉게 피어난 꽃이 죽은 스님의 넋이라 하며 상사화라 했다.



고창 선운사의 꽃무릇은 도솔천을 배경으로 아기자기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비해  영광 불갑사는 우리나라 최대의 꽃무릇 군락지로 입구부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한 것이 마치 붉은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하다.


영광 불갑사





용이 승천하였다는 전설을 가진 샘이 있는 함평 용천사는 불갑사와 불갑산을 사이에 둔 사찰이다.  꽃무릇의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으나 입구의 생태공원과 불갑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피어있어 호젓하게  산책하며 꽃무릇을 즐길 수 있다.







굳이 남쪽으로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 삼각산 남쪽 자락의 길상사에서도 꽃무릇을 볼 수 있다. 대원각을 운영하던 김영한 씨가 법정스님께 시주하여 탄생한 길상사는 김영한 씨와 시인 백석과의 이뤄지지 않은 사랑이 서려 있어서인지 꽃무릇이 더욱 애절하게 보인다.







화려한 모습 뒤에 숨어있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있어 더욱 예뻐 보이는 꽃무릇은 어느 곳이라도 좋다. 꽃이 지기 전에 만끽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타파'가 꽃을 피해서 가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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