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군 미탄면과 정선읍에 걸쳐 육중한 산세를 이루고 있는 청옥산(1,256 미터)은 '청옥'이라는 산나물이 많이 자생한다 하여 '청옥산'이라 한다. 그 높은 정상에서 고랭지 채소를 가꾸고 있는 평평한 땅의 넓이가 '육백마지기'나 된다. 보통 한 마지기는 200평 정도로 씨앗 한 말을 농사지을 수 있는 넓이다.
우리가 힘들게 땀을 흘리며 산에 오르는 것은 정상을 정복하였다는 뿌듯함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다보는 멋진 전망 때문이다. 청옥산은 그 높은 정상까지 쉽게 자동차로 오를 수 있어 보행이 불편한 사람까지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곳이다.
구불구불 이어진 포장도로를 오르다 보면 그리 넓지는 않으나 자작나무 숲과 메밀밭도 만나게 된다. 10여 분쯤 올랐을까? 마지막 비포장도로에서 흙먼지를 홀딱 뒤집어쓰며 잠시 덜컹거리며 가다 보면 수국과 안개꽃 등을 키우는 비닐하우스와 무 맛이 배처럼 달다는 중갈이 무밭을 지나 넓은 주차장에 도착한다.
1,000 미터가 넘는 가리왕산 주왕산의 능선을 바라보며 연보라색의 야생화(개미취? 샤스타데이지?)가 만발하였다. 꽃 축제에서 이런저런 꽃들이 넓게 피어있는 것을 많이 보았지만 이렇게 높은 산 위에 피어있는 것은 처음이다. 파란 하늘 아래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풍력발전기가 에워싼 천상의 화원 중앙에는 아주 작은 교회가 있어 더욱 빛이 난다.
산 정상에 쉽게 오를 수 있어 은하수나 별 궤적을 찍기 위한 사진작가나 캠퍼들이 즐겨 찾는다. 날씨가 좋은 날 반짝이는 은하수 아래에서 하루를 지새우는 것도 꽤나 낭만적일 것 같으나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 등으로 자연이 훼손되는 바람에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여 9월부터는 차박 등 야영이 금지되고 말았다.
수수한 보라색이 완연한 천상의 화원도 들러보고 이미 백일홍 축제는 끝났으나 평창 제방길에 심어놓은 알록달록한 백일홍도 보러 평창으로의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