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올라온 지 어느새 두 달. 너른 메밀밭을 보지 못하고 올라온 것이 내내 섭섭하다가 생각난 것이 봉평이다. 이효석 선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배경인 봉평에서는 이맘 때면 메밀꽃 축제를 하고 있다.
이미 축제가 끝난 이른 아침의 봉평은 기대하고 갔던 메밀꽃 외에도 다양한 꽃이 활짝 피었다.
오래전 기억으로는 메밀밭이 꽤나 넓었던 것 같은데 메밀밭은 좁아지고 음식점은 배로 늘어난 듯하다. 그래도 축제 때 왔으면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많은 사람들에게 치였겠지만 오히려 호젓해서 좋다.
이효석의 삶과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하여 만들어진 효석 문화마을에는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아내를 먼저 보내고는 병을 얻어 36세에 요절하였다 한다. 가산 공원에는 장돌뱅이들이 들렀던 주막인 충주집과 물레 방앗간도 볼 수 있다.
소설 속 물레방앗간에 들어가며 모두 이 대사를 떠올릴 것이다.'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레 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 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 첫날밤이 마지막 밤이었지'
넓은 메밀밭과 함께 만들어 놓은 포토존이다.
단순한 풍경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 읽었던 소설의 장면과 주옥같은 문장을 떠올리며 돌아보면 그 감흥이 색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