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억새축제, 평화의 공원
우리가 버린 생활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만들어진 난지도는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복원사업에 들어갔다. 지반 안정화 작업 후 초지 식물과 나무를 심는 등 월드컵 경기장 주변은 평화공원 난지천공원 하늘공원 노을공원 등으로 조성되었다.
그 하늘공원에 심어진 푸른 억새가 이맘때쯤이면 은빛 물결로 변하며 장관을 이루게 된다. 맹꽁이 열차가 연신 하늘공원으로 사람들을 태우고 오르고 있건만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대기선에서 이미 마음은 억새의 물결 속에 있다.
자연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하여 세워놓은 풍력발전기와 '하늘을 담는 그릇'이라는 희망 전망대를 배경 삼아 사람 키만큼 자란 광활한 억새의 물결 앞에서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며 그 아름다운 모습과 사랑하는 사람을 담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곳이 정녕 서울이라고?
억새축제를 보름 정도 앞둔 하늘공원은 완연한 은빛으로 변하지는 않았으나 핑크 뮬리가 한창이다. 식물도 유행이 있는지 지난해까지 입구에서 보았던 넓은 코스모스 밭은 사라지고 요즘 유행인 댑싸리가 아직은 푸른 모습으로 자라고 있다. 축제가 열리는 보름 후에는 은빛 억새 물결과 붉은 핑크 뮬리와 댑싸리가 장관을 이룰 것이다.
하늘공원 정상에서 맹꽁이 차를 타고 내려오며 바라보는 난지천공원은 북적이는 하늘공원과 달리 한적하게 산책을 즐기며 아이들과 뛰어놀기 좋아 보였다. 오늘의 두 번째 코스는 몇 년 전 정원박람회가 열렸던 평화공원이다. 넓은 인공 호수 뒤편에 꾸며놓았던 공원의 현재 모습이 궁금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공원을 걷는 내내 들리는 소리라고는 내 발걸음에 놀라 냅다 날아가는 새들의 소리뿐이다. 호젓한 길을 걸으며 기억 속에 남아있는 작품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본다. 자연스럽게 변해버린 작품들의 소소한 모습이 오히려 좋다. 올해는 정원 박람회가 만리동부터 7017로 다시 백범광장으로 이어지는 길에 열리고 있다 하니 수일 내에 찾아보고 싶다. 안쪽으로는 모험놀이터까지 마련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으로 빠져보기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