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로 떠나는 내내 내 손 안에는 휴대폰이 들려있었다. 막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회사 합격자 발표날이기 때문이다. '진호'라는 글씨가 뜨며 휴대폰이 울리자 직감적으로 합격했구나 라는 마음에 전화를 받으니 딸은
"엄마 나 합격했어"라고 말하고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우는 것이다.
"저런~"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어지간했었구나... 아직 하반기 최종면접 발표도 남아있건만 이제는 더 이상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하는 것이 두려운지 서울도 아닌 충주에 있는 회사로 내려간단다. 갑자기 정해진 출근일에 맞추느라 며칠 동안 정신이 없었다. 대충 정리를 해주고 서울로 오는 길에 들른 곳이 탄금대다. 온 적이 없다고 우기는 나에게 남편은 구체적인 기억으로 나를 일깨워준다. 아! 왔었었나??
달천이 남한강에 합류하는 합수머리 안쪽에 솟은 야트막한 산에서 신라 때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탔다던 탄금대의 상수리나무들은 차가워지는 날씨에 잎새를 떨구어 발밑에서 바스락거린다.
작은 딸과 함께 이런 곳에 온 적이 언제였는지... 큰 딸과 달리 작은 딸이 태어나고부터는 사는 것이 바빠 그 흔한 놀이동산에도 가주 지를 못했다. 그런 녀석이 어느새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 이 멀리 충주에서 산단다. 뿌듯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큰 딸은 우직한 반면 작은 딸은 소소하게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기에 서운한 마음이 더욱 크다. 남자 친구가 생긴 뒤로 거리가 생기더니 이제는 지리적으로도 완전히 멀어지게 되었다. 녀석은 무엇이 그리도 신이 나는지 발 빠르게 앞서간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마음 한 귀퉁이를 떼낸 듯 허전하기만 하다.
11월인데도 탄금대는 아직 푸릇푸릇하다. 예쁘게 물든 탄금대를 보러 다시 오고 싶지만 큰 딸이 샘을 낼 것 같다. 큰 딸이 자취했을 때는 365일 빵가게를 지켜야 했기에 처음 방을 얻어주고는 마지막 방을 뺄 때에야 내려갔기 때문이다. 그것이 꽤나 섭섭했는지 지금도 간간히 그때 이야기를 하곤 한다.
이제 엄마 품을 떠나 성인으로 살아갈 딸
취업 축하하고 네가 꿈꾸는 미래가 순탄하기를!
사랑한다. 우리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