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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r 17. 2020

딸을 억지로 내쫓은 매정한 엄마

큰딸의 나이 서른넷.  요즘 그 나이는 결혼이 늦지는 않았다지만 서른이 넘어서부터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해가는 딸을 볼 때마다 나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얼굴만 보면 잔소리하는 에미가 싫어 밤 12시가 되어야 귀가하는 딸.

"결혼 안 하려면 너 혼자 나가 살아!"

"싫어, 죽을 때까지 엄마랑 살 거야"


그 미운 오리 새끼를 떼어놓기 위하여 우리 부부는 무작정 '역세권 청년 행복주택'에 청약하게 되었다. 청약할 때만 해도 당첨이 된다는 생각은 딸도 우리도 하지 못했다.

"엄마 나 당첨되었나 봐...ㅠㅠ"

기뻐하는 우리와는 달리 점점 그녀는 사색이 되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이제는 자기 전공을 찾아 웹툰 작가가 되겠다고 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여름까지는 실업급여가 나온다지만 작가로 성공하기까지는 멀고도 먼 훗날일 것이다.


계약일에 계약금을 내고도 우리는 서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바랐던 것은 그녀를 무조건 내쫓는 것이 아니라 제 전공을 찾아 일을 하며 남들처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며 평범하게 살아가기를 원했을 뿐이다.  웹툰 작가라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는 딸을 데리고 내가 찾아간 곳은 엉뚱하게도 광명 어느 철학관이다. 그녀까지 데리고 간 것은 그녀의 꿈이 허황되다는 것을 인지시켜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그녀가 작가로 대성하고 돈도 많이 번다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녀를 말릴 수가 없고 그저 그녀가 잘 되기를 바랄 뿐이다.


마치 결혼하는 딸에게 살림을 내어주듯 침대부터 책상, 전자제품까지 5평도 안 되는 작은 방을 빼곡하게 채워주었다.

"매일 집으로 출근했다가 밤에 집에 올 거야"

"오기만 해. 비밀번호 바꾸고 매일 외출해 버릴 거야"

그러나 한 번 나간 그녀는 의외로 집에 올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남산타워부터 청와대까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도심 한복판의 작은 방에 틀어박혀서는 너무 행복해하고 있다.  나쁜 지지배!

나는 매일 그녀에게 전화를 한다.

"너 좋아하는 칼국수 해놨는데"

"김치 떨어지지 않았니?"

그녀는 그녀의 보금자리에 틀어박힌 뒤로 아무리 애원을 해도 1주일에 한 번이나 올까?


작은 딸도 충주로 내려가고 남편도 출근해버린 집은 왜 이리도 넓은지 모르겠다. '착하고 예쁘고 똑똑하고 건강하게 자라렴~'하고  아기 때 불러주던 자장가 중에 건강(?)하게 자란 우리 큰 딸, 부디 네 꿈을 펼치고 힘차게 날아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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