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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Nov 09. 2019

갈 곳 많은 서산 어디를 가볼까나?

개심사, 해미읍성, 간월암

대부분의 벚꽃이 지고 나서야 그 자태를 보여주는 왕벚꽃을 담기 위하여 찾던 개심사의 가을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비탈길을 오르며 숨이 차오르는 것도 다리가 휘청거리는 것도 꾹꾹 다잡으며 열심히 오른다. 입구부터 다소곳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노송도 반갑고 울퉁불퉁 놓인 돌계단 양편에  단풍 옷을 갈아입은 나무도 반갑다.



'마음을 여는 절' 개심사는 가야산이 동쪽 장벽을 이루고 산속 중턱의 계류가 시작되는 협곡에 자리하여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아침 빛이 너무나 예쁘게 들어오는 산책길에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느려진다.  혼자여서 더욱 좋다.




아니다. 둘이 있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


힘들게 올라 온 보람이 있다. 벚꽃이 없으면 어떠랴. 휘영청 늘어진 고목 사이로 점차 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개심사의 단아한 모습에 가슴이 뿌듯해진다. 개심사에 오면 특히 좋은 것이 범종루를 에어 싸고 있는 나무부터 종무소 건물 등을 바치고 있는 고목의 다듬지 않고 휘어진 모습이다.  중후함과 운치가 느껴진다.





크지 않고 아담한 절마당에서 바라보는 대웅보전은 법당이라기보다는 이웃집 정원처럼 아늑하다. 대웅전의 기단 만이 백제 때의 것이고 건물은 조선 성종 때 중건한 것이라 한다. 천년고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세월의 흔적들.  불자가 아니라도 마음이 평온해지며 잡생각이 사라지고 나면 똘망똘망 빛나고 있는 '나'와 만날 수 있다.



왼쪽 기둥 위의 나비는 실제로 살아 있답니다.


해미읍성은 사적 제116호로 성곽 둘레 1,800미터 높이 5미터 면적 2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평성이다. 선조 12년 이순신 장군이 군관으로 근무한 성이기도 하나 내포 지방의 천주교 박해 때는 천여 명의 신도가 처형을 당한 곳이기도 하여 크리스트교인들에게는 크나큰 한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하늘 높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회화나무는 서산지역에서는 호야나무라 한다. 천여 명의 천주교 신자들을 매달아 고문했던 바로 그 나무. 이 아름다운 나무에서 어찌 그리 못된 짓을! 그까짓 종교가 뭐라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위해 오셨을 때 이곳을  방문하셨다.


나무 뒤쪽의 건물은 옥사로 교도들을 투옥하고 문초하던 곳



병마절도사를 비롯한 현감겸영장의 집무실로 관할지역의 일반 행정업무와 재판등이 행해지던 동헌



한때는 100호가 넘는 민가가 있었으나 문화유적지로 지정하면서 사람들을 전부 내보내고 지금은 세 채만 남아 있다. 일반적인 민가의 형태로 몸채가 일자형이고 광, 외양간 측간 등을 하나로 묶어 부속채를 구성하였다. 가을걷이를 끝낸 후 남은 짚을 엮어 초가지붕을 새로 만들고 있는 모습이 꽤나 이색적이다.





성을 공격할 때 사용하던 공성 무기인 운제, 성벽을 무너뜨릴 때 쓰던 투석기, 수레의 전면에 설치된 방패에 검을 꽂아 만든 검차 등 옛 전쟁무기는 현대의 총포만 아는 우리에게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부석면 간월도리에 있는 작은 섬 간월암은 바닷길이 열려야만 갈 수 있다. 무학대사가 창건하고 송만공 대사가 중건하였다는 간월암에서 무학대사는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 한다.


밀물 때 섬이 된 간월암


옛 선사 달보고 깨우친 간월암에 잔잔한 염불소리 울리면

바닷새, 파도마저 소리를 낮추고 지나던 나그네는 발걸음도 조심한다네

간월암에서는 입과 마음을 잠시 쉬고 마음의 평안과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며

귀한 시간 귀한 걸음 헛되이 하지 마소서


썰물 때 육지와 연결된 모습





일몰이 아름다운 간월암에서 해넘이를 기다려본다. 매일 아침이면 뜨고 저녁이면 지는 해지만 사람들은 소원을 빌며 희망찬 내일을 기대해 본다. 많은 재산을 얻는 것보다 100세 넘도록 사는 것보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아름다운 풍경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 먹는 것보다 행복한 것이 있으랴?  바로 지금 행복하면 행복한 삶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행복했던 서산에서의 하루가 저물고 있다. 언제 보아도 벌겋게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는 이 장면에 감동하고 또 감동한다. 뿌듯한 서산 나들이 내일은 또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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