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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Nov 20. 2019

울진 금강 소나무 숲길에서 만난 명품 소나무들

금강 소나무 숲길 4 구간

소나무를 우리말로 '솔'이라 하는데 솔은 나무 중에 으뜸이라는 뜻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푸르름을 잃지 않고 흙 한 줌 없는 바위틈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창성하는 소나무의 기상과 끈기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소나무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사랑했다. 늘 소나무와 함께 했던 우리 민족은 집을 지을 때는 목재로, 밥을 지을 때는 불쏘시개로, 죽어서는 관으로, 또 죽고 나서도 그 소나무 아래 묻히기를 원했다. 


경주 소나무 숲


소나무가 육지에서 자라면 육송, 바다에서 자라면 해송, 검게 생긴 것은 흑송 또는 곰솔이라 하는데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은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울진부터 금강산에 가장 잘 자라는 금강 소나무다. 흔히 보는 구불구불한 일반 소나무와 달리 줄기가 곧바르게 자라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이는 햇볕을 보기 위하여 옆가지의 영양분을 한데 모아 키를 키웠기 때문이라 한다.


껍질은 얇고 붉은색을 뗘 '황장목'이라고도 했던 금강 소나무는 결이 곱고 단단하여 뒤틀림이 적고 강도가 높아 탁월한 목재자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15~30 미터까지 자라는 금강 소나무는 건축물의 대들보로 사용되고 왕실의 궁궐과 관을 만들 때만 사용되었기에  일반인이 함부로 벌채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하였다.


일반 소나무와 달리 하늘 높이 곧게 자라는 금강 소나무


울진에는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금강소나무 숲길이 있다. 자연 그대로를 살려 만든 친환경 숲길은 현존하는 금강소나무 원시림 보존지역으로 가장 대표적인 곳이다. 그 중요성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하여 숲길 탐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산림보호와 탐방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하루 딱 80명에게만 3일 전에 홈페이지에 탐방예약을 하여야만  입장이 허용된다.(http://www.uljintrail.or.kr) (054) 781-7118



보부상길 등 현재 운영 중인 소나무 숲길은 구간마다 테마가 있어 탐방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보부상길은 동해의 해산물과 내륙의 생산품을 유통하던 길로 가난한 상인들의 삶의 애환이 깃든 곳이다. 숲 해설사와 함께만 탐방이 가능한 숲길은 누구나 무리 없이 걸을 수는 있으나 짧지 않은 구간이므로 체력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제일 짧은 코스인 가족 탐방로 구간( 5.3 킬로미터)은 노약자도 함께할 수 있도록 평이한 길로 되어있다. 금강소나무 생태관리센터에서 출발하여 오백 년 소나무- 못난이 소나무-미인 소나무를 거쳐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주차장에서 내려 금강 소나무 숲길이 처음 시작되는 지점


소나무 숲길이라 하여 산속의 숲길을 상상하였으나 금강소나무의 육성 및 보호가 우선이 되는 지역이라 화재 등의 경우를 생각하여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조성된 도로는 폭이 넓은 데다 때로는 콘크리트 길을 만나게 된다.



만추의 계절 온산을 울긋불긋하게 물든 나무들 사이에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리고 독야청청 서있는 소나무가 유난히 눈길을 끈다. 산수화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아름답다.




산림 생태 관리센터와 도시락을 먹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


탐방로 끝에 '미인송'이 있다면 탐방로 초반에는 '미남송'이 있다. 아직 그곳으로 가는 탐방로가 개설되지 않아 그저 눈으로만 멀리서 관찰할 수 있는데 주위의 많은 소나무 중에 유난히 눈에 띄게 잘 생겼다.


수많은 소나무 중에 유난히 눈에 띄는 미남송



숲길 탐방 예약 확인을 하고 통과하는 입구로  주문하면 나오는 도시락을 먹는 정자와 화장실이 있다.


소나무는 한 나무에 암수가 함께 피는 자웅 동주다. 근친 수정을 피하기 위해서 해마다 5월이면 수꽃이 만들어낸 노란 송화가루는 바람을 타고 다른 소나무의 암꽃에 내려앉아 솔방울을 만들어 낸다. 일 년에 한 마디씩 자란다는 소나무의 가지가지마다 열린 솔방울과 나뭇가지를 보면 그 나무의 나이를 추측할 수 있다.


소나무의 수꽃(가운데)과 암꽃(우)


특이하게 연리지처럼 붙어 자라고 있는 소나무


탐방로를 따라 5분쯤 올라가면 만나게 되는 우람한 체구에 수령이 530년 된 최고령 금강소나무는 할아버지 소나무라 한다.  대한민국의 기상을 대변하듯 기세 당당하게 우뚝 솟아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 오백 년 소나무는 마치 용이 하늘을 향해 곧 날아갈 듯하게 생긴 가지가 일품이다. 곧 쓰러질 듯 비스듬하게 서서 500여 년을 버티고 있다.


무려 25미터나 되는 500년 소나무


산림청과 문화재청은 금강 소나무 숲을 잘 가꾸고 보전하여 후손들이 문화재용으로 사용토록 할 것을 협약하고 금강소나무 1,111그루를 심은 후 일체의 자료를 타임캡슐에 담아 150년 후 개봉하기로 하였다. 이는 금강소나무는 150년이 지나야 자재로써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타임캡슐을 묻어 둔 곳


어미나무에서 직접 종자를 채취하여 파종하는 조림지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하여 산지의 계곡에 설치한 사방댐



비록 목재로써 가치가 없을지는 몰라도 그 자태만은 뛰어난 못난이 송이다. 희한하게도 비탈진 언덕 위에 꼿꼿하게 서 있다. 기세 당당하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소나무를 보며 자신감을 얻는다.


나무가 휘고 두 갈래로 갈라진 것이 목재로써 가치가 없어  못난이 소나무로 불리고 있다



120년 된 소나무와 80년 된 참나무의 줄기가 서로 붙어서 함께 자라고 있는 공생목이다. 서로 종이 다른 나무가 의지하며 살아가는 신비로운 모습을 보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참나무가 쓰러져 가는 금강송을 받쳐주고 있다.


탐방로 끝에 있는 미인송이다. 수령 350년 나무높이 35 키터나 되는 미인송의 둘레는 성인 남자 두세 명이 감싸 안을 정도로 굵다. 금강소나무의 전형적인 아름다움과 가치를 가지고 있어 그 이름도 미인송이다.


하이라이트인 미인송



천천히 나무 하나하나의 생김새를 관찰하며 걷는 즐거움이 크다


금강소나무와 일반 소나무의 특징을 비교해 놓은 금강 소나무 전시실


피톤치드는 작은 소나무에서 더 많이 나온다 한다





산행으로 피곤해진 몸의 피로를 푸는 데는 온천이 최고다. 가까이에 있는 덕구온천은 100% 자연용출수로 데우지 않아도 42.4도를 유지하며 하루 2,000여 톤의 온천수가 용출되기에 그냥 흘려보낼 정도라 한다. 환상적인 아침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으니 그 아름다움까지 만끽하고 올 수 있다.


덕구온천

동해에서는 곰치 남해에서는 물메기 서해에서는 물텀벙이라 불리는 곰치는 옛날에는 못 생겼다고 괄시를 받았던 생선이지만 요새는 전국의 애주가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그 몸값이 상당하다. 날씨가 추울 때일수록 생각나는 곰치국을 먹기 위해 찾은 곳이 죽변항이다.


곰치야 미안~~


김치와 함께 얼큰하게 끓여낸 곰치국


밤새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고깃배에서 싱싱한 수산물을 내리고 있는 죽변항의 생동감 있는 모습 또한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팔딱거리는 생선이 신기하여 셔터를 마구 눌러대는 모습에 어부들은 그저 묵묵히 빠른 손길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다음에는 보부상길을 꼭 걸어보리라 다짐해본다. 만추의 숲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이 치유될 수 있어 좋았고 멋진 소나무와의 해후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사진으로 담아온 그들의 멋진 모습을 펼쳐보며 또 얼마간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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