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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Nov 19. 2019

울창한 송림이 있어 좋은 영덕~울진 해파랑길

죽도산 전망대, 등기산 스카이워크, 월송정, 구산 해변, 은어 다리

자동차 문화권에 사는 우리가 기차란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여행한다는 것부터가 색다른 감흥을 일으킨다. 특히 KTX는 전국을 반나절 문화권으로 바꾸어 놓아 경남 호남 어디든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해파랑길 50개 코스 중 영덕 구간을 걷기 위하여 우리는 포항까지 KTX를 타고 내려가, 포항에서 영덕까지는 RDC무궁화호로 환승하였다. 무궁화호라는 개념을 깨칠 정도로 예쁘게 도색된 열차는 마치 관광열차를 탄듯하다. 객실 내부에도 포항과 영덕을 상징하는 문구와 그림으로 꾸며진 것이 어느새 마음은 동해 바닷가로 향했다.


KTX에서 내려 5,6번 홈에서 바로 환승이 가능하다


포항~영덕 (39.2 킬로미터) 동해선 연장 개통(포항~월포 ~장사~강구~영덕)한 RDC 무궁화호는  1일 7회 왕복 운행하며  KTX 환승 시 무궁화호 운임을 할인해준다 한다


죽도산 전망대 ~ 축산항

해발 80 미터 정상에는 칠흑 같은 망망대해에서 축산으로 들어오는 어선들의 안내자인 하얀 등대가 오도카니 서있다.  팔각정 옆으로 오르는 길은 죽도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산 전체가 대나무로 빼곡하다. 전망대에서는  영덕의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축산항의 소박한 어촌마을이 해안선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마치 장난감 마을 같다.


전망대 오르는 길


죽도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안 모습


전망대에서 반대편으로 내려가는 길에서는 블루로드다리와 영덕의 푸른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죽도산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육지와 동떨어져 있던 섬으로 섬이 거의 발달하지 않는 동해안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래 둔덕이 점차 쌓이면서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육지와 모래로 이어진 섬)가 되었다. 특히 강하구의 모래가 쌓여 만들어진 육계사주(육지와 육계도를 잇는 모래 둔덕)는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은 지형이다.


죽도산 둘레를 따라 이어진 해안 산책로에는 퇴적암 해안이 잘 발달해 있고 해안 산책로 강하구에는 강물을 타고 내려온 모래와 자갈이 펼쳐져 있다. 따라서 퇴적암의 시작인 모래자갈부터 온전한 퇴적암이 시간이 지나 깎여 나가거나 갈라져 나가는 퇴적암까지 다양한 퇴적암의 양상을 관찰할 수 있다.


현수교 교대 앞에 블루로드 스탬프함이 있다


죽도산을 뒤로하며 걷는 트레킹 코스의 초반 길은 만만치가 않다. 오랜 세월 바닷바람과 파도에 견뎌온 거무튀튀하고 기묘한 바위 위로 좁고 꼬불꼬불한 해안길이 이어진다. 태풍 때 소실된 데크로 험한 바위를 오르고 내리다 보면  마치 산행을 하는 듯하다. 



초반 트레킹 길



얼마 후 이어지는 숲길에 들어서서야  유유자적하게 파도 소리를 들으며 소나무길을 걸을 수 있다. 해송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바다를 엿보다 보면 오른쪽 산기슭에서 우리를 반기는 꽃이 있으니 해국이다. 강한 해풍을 견디고 피어난 해국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옛날 어느 바닷가에 금슬이 좋았던 부부는 어느 날 사소한 말다툼을 한 후에 남편이 배를 타고 먼바다로 떠났다. 며칠이 지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딸을 데리고 갯바위 위에서 남편을 기다리다가 그만 높은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져 죽고 만다. 얼마 후  남편이 돌아왔지만 아내와 딸이 보이지 않아 하염없이 높은 바위 위에서 아내를 기다렸다. 가을에 바위 주변에 화사하게 웃고 있는 꽃이 피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내와 딸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그래서 꽃말이 '기다림'이다.


송림 아래에 보랏빛으로 피어 있는 해국


강태공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갈매기들


소박한 어촌 풍경

 

후포리 등기산(등대산) 전망대와 스카이워크 그리고 갓바위

해파랑길 24구간이 시작되는 후포항.  동해 7번 국도변 바다 한가운데에 하늘 높이 놓인 스카이워크가 눈길을 끈다.  높은 계단길을 겨우 올라 거센 바람에 옷깃을 여미다 보면 투명 유리 아래로 검게 넘실대는 파도 때문에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를 못한다.


스카이 워크와 바닷가 풍경


바다를 더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게 한 스카이 워크는 2018년 2월 완공하였으며 135미터에 폭은 2미터다. 스카이워크 오른쪽 아래로 보이는 멋진 기암절벽은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후포리 갓바위다.


내륙에는 팔공산 갓바위가 바다에는 후포리 갓바위가 있다


스카이워크 끝에 설치된 모형물인 선묘는 애틋한 마음으로 울진에서 의상을 만나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용이 되었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하늘과 바다 사이인 용의 영역에 세워졌다. 동해에서 뛰쳐 올라온 물줄기 옆으로 아름다운 선묘가 손을 흔들고 있다.


스카이워크 끝에 설치된 용과 인간의 반인반수의 선묘

스카이워크 반대쪽으로 등대가 있고 산아래에 옹기종기 어촌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 등기산(등대산) 공원이다. 후포 등대가 생기기 전엔 낮에는 흰 깃발을 꽂고 밤에는 봉화를 피워 부근을 지나는 선박의 지표 역할을 하였다 하여 등대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등기산 공원으로 가는 출렁다리


등기산 공원에는 여러나라의 등대 모형이 배치되어 있다.


평해사구습지~월송정~구산해변


월송 해변에 오랜 세월 동안 바람이 만들어 낸 땅인 해안사구와 배후 습지에 자연을 느끼고 호흡할 수 있도록 공원을 조성해 놓은 곳이 평해 사구습지 공원이다. 바닷가를 걷다가 습지를 가득 메운 갈대밭을 만나니 더욱 신선하다. 특히 청량한 공기를 마시며 하늘 높이 올라간 울창한 송림 속을 걸을 때는 사뿐사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흔들리는 은빛 갈대가 있어  빛이 나는 습지


송림이 있어 더욱 좋은 사구 습지 공원


앞으로 푸른 동해가 펼쳐지고 뒤로는 송림이 우거져 있는 정자는 송강 정철과 겸재 정선이 극찬했던 관동팔경 중 하나인 월송정이다. 고려시대에 창건되고 연산군 때 관찰사인 박원종이 중건하였으나 일제 강점기 말기에 미군의 공습의 목표물이 될 수 있다 하여 일본 해군에 의해 철거되었던 것을 1969년 콘크리트로 지었다가 1980년에 다시 고려시대의 양식으로 복원되었다. 

월송정

신라 때 네 명의 화랑이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달을 즐겼다는 월송정은 망양정과 더불어 동해안의 손꼽히는 일출 명소다. 울창한 소나무 아래에 수북이 쌓여 있는 솔잎과 발끝에 차이는 솔방울이 있어 좋다.

 


관동팔경 월송정이 있게 한 울창한 송림




소나무 숲이 좋아 캠핑하기 추운 이계절에도 찾아오는 캠퍼들


월송정 근처 소나무 숲이 울창한 야영장 가까이에 있는 구산해수욕장은 수심이 낮아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가족 여행지다. 구산 캠핑장에는 캐빈 방갈로 카라반 텐트 자동차 야영장 등 숙박 시설뿐만 아니라 화장실 샤워장 공동 취사장 등 공공 편의 시설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구산해변


자전거대여소와 카라반 등이 공공편의 시설이 구비되어 있다


연어가 회귀하는 곳인 남대천에 세워진 은어 다리는 밤에 불에 켜졌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



쪽빛 바다가 눈부시게 펼쳐지고 울창한 솔숲이 있어 더욱 행복했던 해파랑길의 영덕구간. 갑자기 마음에 끌려 달려온 동쪽 바다의 살가운 풍경은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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