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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Dec 28. 2019

법정스님을 그리워하며 찾은 송광사

순천 가볼만한 곳, 불일암 무소유 길

순천에서 빼놓지 말고 들려야 할 곳이 송광사다. 화려했던 단풍잎을 모두 떨구고  앙상하게 드러난 나뭇가지가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이 겨울이라기보다는 이른 봄과 같다. 조심조심 계곡 바위 사이로 흘러가는 물소리도 어찌나 청량한지 벌써부터 마음이 맑아진다.


 

편백나무 숲길


불교에서의 세 가지 보물은 '불 법 승'이다. 우리나라 절 중에 불보 사찰로 양산 통도사, 법보 사찰로 합천 해인사 또 큰 스님을 많이 배출한 절인 송광사를 승보사찰로 꼽는다.


큰 스님들의 부도가 절 입구에 있다


일주문에 "조계산 대승 선종 송광사"라는 편액이 눈에 띈다. 대승이라 함은 누구나 부처나 보살이 될 수 있다는 전제하에 깨우침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며 선종은 참선 수행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아마도 많은 스님들이 이를 목표로 수행하셨을 게다.


일주문 앞의 고향수는 보조국사 지눌스님께서 입적하시기 전에 자신의 불멸을 입증하고자 심은 나무로 " 다시 송광사를 찾을 때  이 나무가 소생할 것이다"라고 하셨다 한다.


대웅전으로 가려면 백두대간에서 시작된 계곡을 건너야 하는데 그 다리가 삼청교요, 정자는 우화각이다. 범상치 않은 경치와 널찍하고 조용한 법당들을 두루 살펴본다.  대웅보전, 지장전, 승보전... 그 뒤로도 보이는 많은 건물들은 아마도 스님들께서 수행하시는 공간으로 보인다.


삼청교와 우화각



우화각 옆 건물은 도계루




송광사에서 꼭 보고 와야 할 명물이라면 절에 큰 행사가 있을 때 밥을 지었다는 '비사리 구시'와 쌍향수다. 비사리 구시는 용량이 2,600리터나 되어 4,000여 명의 식사가 가능했다 한다. 천자암에 있는 '쌍향수'(천연기념물 제88호)는 고려시대 보조국사와 제자 담당국사가 중국에서 돌아올 때 짚고 온 향나무 지팡이를 나란히 꽂은 것이 뿌리가 내렸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으며 쌍향수 앞에서는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다례제가 봉행된다고 한다.


송광사 3대 명물 중 하나인 '바사리구시' 와 천자암의 쌍향수


법정스님께서 머무르시며 많은 책을 집필하셨다는 불일암을 오르는 길이 '무소유 길'이다. "행복의 척도는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는가에 있지 않고 불필요한 것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에 있다"   "취미는 끝없는 인내다"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은  늘 욕심과 집착, 번뇌 속에서 살아가는 나를 깨워주신다. 스님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오르는 무소유 길에서 편백나무숲, 소나무 숲, 대나무 숲을 만나며 지나온 시간들이 영화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흙길이면 좋으련만 자동차 통행 때문인지 콘크리트가 깔려있는 곳도 있다


제주도에 무성하던 조릿대가 이곳도  점령하고 있다.


겨울철 한파를 피하기 위하여 또 산짐승을 피하기 위하여 절 근처에 많이 심었다는 대나무 숲이 반갑다. 이 겨울에도 푸른 모습을 볼 수 있고 이파리끼리 부딪히며 내는 소리 또한 좋다. 그 숲을 지나 만난 작은 한옥집이 불일암.  너무나도 소박하고도 아늑한 집 한 채 그리고 자그마한 텃밭이 다다.



불일암과 텃밭


스님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의자 곁에는  맑게 웃으시는 스님 사진만이 남아있다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작은 배려에 감사하며 냉수 한 잔 들이켜고 한숨을 돌린다. 울타리처럼 둘러싸인 대나무 숲 안에 텃밭만 보이는 아늑한 암자에서 무소유를 실천하시며 사신 법정스님의 삶이 고스란히 다가왔다.



관도 없이 수의 한 벌만 가지고 떠나신 스님은 불일암 암자 앞 후박나무 아래에 묻히셨다


'작고 소박한 것에 만족하며 행복해하자'라는 말씀을 또다시 새겨보며 기쁜 마음으로 산을 내려왔다. 큰 가르침 잊지 않기 위하여 스님의 서적을 다시 읽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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