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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an 03. 2020

정겨운 정취가 가득한 낙안읍성과 운조루 고택

야트막한 산아래 성곽 안으로 옹기종기 들어찬 초가집이 가득한 돌담 마을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쯤으로 돌아간 듯하다. 관광지로 꾸며놓은 용인 민속촌과 달리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고창, 해미읍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읍성 중 하나인 낙안읍성은 마한시대부터 이곳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왔다.


이 겨울에 꽃이 피어있는 돌담


성곽길에 오르니 마을 전체가 훤히 내려다 보인다. 추운 겨울에도 마을이 정겹게 보이는 것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옛 모습이어서 일까? 아니면 돌담길에 피어난 꽃 때문일까?  평상에 앉아 정담을 나누는 아주머니들, 물레방아 안에 남아있는 잡곡 부스러기, 단감을 매달아 놓은 모습들은 꾸미지 않은 살아있는 모습이다. 골목에서 술래잡기 하던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뛰어나올 것만 같다.



높지 않은 돌담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별것도 없으련만 슬그머니 기웃거려 본다.   기념품점이 있는 것으로 이곳이 관광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민속장터와 도예방을 둘러보다 만난 장독대. 장독이 줄지어 있는 것을 모습을 보면 행복해지는 것은 내가 주부이어서 일까?


태어나 처음 본 목화밭과 공예방




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면 이곳이 확실히 따뜻한 가 보다.


맑은 날의 낙안읍성도 좋지만 눈에 덮여 누런 볏짚이 하얗게 덮인 모습도 흔치 않은 풍경이다. 혹시 눈이라도 내린다면 달려가 진풍경을 가슴 가득히 담아오는 것은 어떨지!





낙안읍성에서 정겨운 초가집의 정취에 빠져 보았다면 '타인 능해'라는 쌀뒤주와 운조루가 있는 구례의 고택에도 들러보자. 조선시대 양반가의 대표적인 구조로 영조 때 '유이주'가  7 년이나 걸려 지어진 집은 집터 또한 남한의 3대 길지라고 한다.



이른 아침에 도착해 두리번거리고 있는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고운 할머니는 이 집의 쥔장이신가 보다. 입장료 천 원을 받고는 어디론가 가셨다. 쥔장도 없는 개인 집에 들어가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다. 아마도 자식들은 번화가로 나가고 할머니 혼자 이 큰 집을 지키고 계신가 보다.


'- '자형 행랑채의 규모도 엄청나다


고택에 어울리지 않게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되어 있는 반대편 행랑채 방에서는 숙박도 가능한 듯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고택에서 풍기는 고귀함과 닳아빠진 툇마루와 손때 묻은 기둥 하나하나에서 250여 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전쟁까지 거쳤는데 이렇게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길지였기 때문일까?




안채에 들어가자 안마당 가득하게 차지하고 있는 것은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다. 손수 담근 장은 저렴하게 팔기도 하신다더니 항아리 수와 크기가 엄청나다. 안채는 특이하게 2층 구조로 되어있고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작은 문 하나가 있으니 이 문으로  외출한 가족들이 돌아오는지를 볼 수 있었다 한다.


배고픈 사람이면 누구나 와서 뒤주를 열고 쌀을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게 했다던 '타인 능해'라는 뒤주. 한 달에 한 번씩 뒤주가 비워지면  다시 쌀을 채워 넣곤 했다 한다. 가진 것이 많다고 모두 베푸는 것은 아닌데 이웃을 배려하고 베풂의 미덕을 아는 사람들이었나 보다.


쌀뒤주 '타인능해'와 'ㄷ'자형 안채 


외출이 쉽지 않았던 양반 여인들을 배려한 창문


안채 2층으로 오르는 계단과 ' T'자형 사랑채


국가 민속문화재 제8호로 지정되어 있는  '구름 위를 나는 새가 사는 빼어난 집'이라는 뜻을 가진 누각 운조루는 사랑방 서쪽에 대청 2칸으로 되어 있다.


집안에 운조루를 짓고 풍류를 즐긴 곳


 

'조선의 풍수'를 지은 일본의 풍수지리학자 무라야마 지준의 글에도 소개될 만큼 알려진 명당에서 살았던 류 씨 일가는 다들 성공해서 잘 살고 있을까? 위풍당당한 건물과 넓은 대지에서 과거의 위세를 짐작해 볼 수는 있으나 문화재 관리 차원인지 고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듯하다. 다만 이웃을 배려하였던 양반이 있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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