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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an 07. 2020

향일암에서 바라보는 해돋이


몇 년 전 향일암을 찾았던 것은 낙산사 홍련암,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함께 4대 관음기도처 중 하나인 향일암에서 새벽 예불에 참여하고 싶어서였다. 불교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한참 신심이 가득하던 때다. 밤새 가슴이 설레는 통에 잠을 자기는 하였을까. 남편이 깨지 않게 조용조용 숙소를 나섰다. 


캄캄한 밤을 밝히는 것은 고목나무 옆에 서있는 몇 개의 가로등이 다였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와 그 그림자는 얼마나 무서웠던지. 대웅전에 도착했을 때는 온통 땀으로 범벅한 채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무슨 일 있어요?"

"아뇨, 너무 무서워서요"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 그렇게 새벽 예불에 들어갔고 동이 다 트도록 천 배를 채우지 못한 나는 바쁘게 절을 하고 있는데 남편은 법당 밖에서 해가 다 떠버린다고  채근하는 것이다. 그날 나는 향일암을 둘러보기는커녕 후들거리는 다리를 다잡고 겨우 내려와야만 했다. 


일주문


이번 여행의 목적은 일출을 담기 위해서다.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며 한숨을 들이쉬고 내쉬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숨 가쁘게 오르막길을 올랐다. 동틀 무렵이라 그다지 어둡지도 않았고 옆에는 남편이 있었기에 느긋하게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올랐다.



향일암 일주문에 오르는 길에는 법구경의 나쁜 말을 하지 말라는 불언,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라는 불견,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말라는 불문의 세 불상이 귀엽게 세워져 있다.


불언, 불견,불문

백제 의자왕 4년 신라의 원효대사가 향일암을 창건한 뒤 관세음보살을 친견하였다 하여 원통암으로, 고려 광종 때 윤필거사는 산의 형세가 금거북이 같다 하여 금오암으로 또 조선 숙종 때 인목 대사는 해를 향하는 암자라 하여 향일암이라 하였다. 


용문은 물살이 매우 급하여 힘센 물고기도 오르기 어려우나 한번 오르기만 하면 물고기가 용으로 승천한다는 전설이 있는 등용문


바위 모양이 거북의 등처럼 보이고 향일암 아래로 뻗어있는 땅은 마치 거북이 머리 같다. 거북이를 닮은 암자이어서인지 암자 곳곳에는 거북이 조각이 많았고 그 위에 걸린 금빛 소망 페이퍼에는 불자들의 간절한 소원이 적혀 있다.


거북 머리



금오산 끝자락에 자리하여 아름다운 남해가 한눈에 들어오는 향일암의 구조는 독특하다. 확 트인 땅에 지어진 것이 아니라 크고 많은 바위산 위에 지어졌다. 그 바위 사이에는 7개의 바위틈이 있는데 그곳을 모두 통과하면 소원 한 가지는 반드시 이뤄진단다. 좁디좁은 석문을 통과할 때는 몸을 낮추고 머리를 숙여야만 지나갈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널찍한 바위 사이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 등 다양한 동굴을 만나게 된다. 어떻게 이 돌들을 헤치고 암자를 지을 생각을 했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숨 가쁘게 해탈문을 지나 대웅전에 다다랐을 때 구름 속에 숨어있던 해가 드디어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비록 오메가는 아니지만 구름을 헤치고 빼꼼히 그 모습을 드러낸 해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매일 아침 떠오르는 해이건만 매번 벅찬 감동을 가져다준다.





기암절벽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두운 바위동굴을 통과하자 아침 빛을 받은 동백나무가 우리를 반긴다. 우아~

지금쯤은 아마 더 많이 피었을게다.  동백꽃은 하필이면 왜 이 겨울에 피어나는 것일까? 꽃이 그다지 화려하지는 않지만 추운 겨울 남쪽 지방에서 붉게 피어나기에 더욱 귀하고 아름답다.





향일암에 올라 가장 감명이 깊었던 곳은 원효 스님 좌선대다.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참선을 하시는 스님을 떠올려 본다.


원효 스님 좌선대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여 한 번쯤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 소망을 빌어보는 것을 어떨까?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일출 장소에 가서 해돋이를 본다면 용기가 솟아나고 힘이 불끈 나지는 않을까? 향일암으로 가는 길에는 무슬목 해변과 방죽표 해수욕장이 있어 자동차로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고 향일암 오르는 길 옆으로 금오산 전망대까지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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