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나갔던 나라가 무슨 ~스탄?
"우즈베키스탄!"
남편이 일 년 넘게 일하다 온 나라 이름은 아직도 헷갈린다. 스탄이 땅을 뜻한다는데 무슨 무슨 스탄이라는 나라들이 많다. 남편이 일하는 사막에 가려면 비행기와 차로 꼬박 이틀을 가야 한다. 석 달에 한 번 받은 귀한 휴가, 이번에는 고생한 남편을 위하여 '풀옵션 장가계 원가계' 코스로 다녀오기로 했다.
패키지여행에서의 가이드의 역할은 중요하다. 비슷비슷하게 짜인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우리를 얼마나 편하게 해 주는가는 가이드의 역할이다. 공항에서 우리를 반갑게 맞은 사람은 진한 연변 사투리를 쓰는 어수룩해 보이는 청년이었다. 착하고 순진하게만 보였던 그 청년이 돌변한 것은 선택관광 때문이었다. 풀옵션을 선택해 온 일행들이 더 이상 선택관광을 할 생각이 없다고 하자 갑자기 마구 화를 내며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는 또 몇 개의 코스를 선택해야만 했다.
패키지여행 정~말 싫다!
전날 성질을 내던 가이드는 다행히도 웃으며 장가계에 대한 설명을 풀어놓는다. 후난 성 서북부에 있는 장가계는 4억 년 전에는 바다였으나 지구의 지각 운동으로 육지로 솟아 오른 후 오랫동안 침수와 자연 붕괴를 겪으며 지금과 같은 협곡과 기이한 봉우리를 탄생시켰단다.
중국 사람들도 '사람이 태어나서 장가계에 가보지 않았다면 100세가 되어도 늙었다고 할 수가 없다'라고 하니 기대감이 한층 부풀어 오른다. 기이한 절벽 사이를 뚫고 나온 나무들과 신비롭게 그들을 감싸는 구름이 있는 수려한 풍경이 이번 여행에서 내가 카메라에 담고 싶은 그림이다.
해발 1,518미터나 된다는 천문산을 오르기 위하여 우리는 케이블카를 탔다. 우아! 시내 한복판을 출발한 케이블카에서는 신기하게도 시내 빌딩뿐만 아니라 가정집의 옥상 위를 나르고 있다. 세계 최장거리를 자랑하는 케이블카의 편도 길이는 7.5킬로미터, 운행 시간도 35분이나 걸린다. 나도 모르게 '엄지 척!' 중국의 스케일이란...
도시를 지나 들판이 나오고 그들의 삶의 현장들이 지나간다.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본격적으로 고도가 높아지자 보이는 것이라고는 더욱 짙어진 안갯속에 살짝살짝 보이는 계곡의 일부와 나무뿐이다.
"이궁 날씨가 왜 이 모양이야"
"비가 안 오는 게 어디예요! 구름이 멋지잖아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보여야지 원~"
사방이 절벽인 봉우리들이 우뚝 솟아 산이 된 절벽 중간에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다. 귀곡 잔도와 유리 잔도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라고 만들어 놓았겠지만 그 길을 걷는 내내 스릴이라기보다는 어지럼증에 정신이 없다. '천 길 낭떠러지'를 오롯이 경험하였다. ' 구름이 조금만 걷혔으면' 하고 투덜거리다가 갑자기 '이 낭떠러지 중간에 어떻게 길을 낸 거지?' 와우~ 중국 사람들, 또 한 번 엄지 척!
한참을 구름 속을 헤매다 만나게 되는 천문동, 하늘로 향하는 문이다. 어떻게 저 큰 바위산 꼭대기에 저런 구멍이 있는 거지? 설마 일부러 뚫어 놓은 것은 아니겠지? 구름에 쌓인 천문동을 통과할 때는 마치 죽어서 하늘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했다. 그리고 펼쳐진 999개의 계단. 저 아래 많은 관광객들은 마치 개미가 줄을 서서 가는 듯했다.
천문산 관광 후 버스로 갈아탄 우리는 10킬로미터가 넘는다는 '통천 대도'를 돌고 또 돌았다. 어렵게 여행 온 우리를 약 올리기라도 하려는 듯 안개 사이로 살짝살짝 보여주는 풍경이 또 절경이다. 나선형으로 길게 놓인 도로의 선이 아름답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하루였다. 아마도 다시 오라는 하늘의 뜻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