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중턱에서 만난 인공호수와
원가계, 십리화랑

by 마미의 세상


전날과는 다르게 맑게 갠 날씨에 호텔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버스에 오르자 어제 하루같이 여행한 덕분에 어색함이 사라진 다른 팀들과 아침인사도 나눠본다. 우리처럼 부부로 온 팀은 두세 팀이고 나머지는 동창들끼리 온 팀이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서는 친구가 최고라더니 그 팀이 다른 어느 팀보다 즐거워 보인다.

봉우리가 예뻐서 보봉호라 불리는 인공호수는 해발 555미터의 산 중턱에 댐을 쌓아 만들었는데 그 길이가 2.5킬로미터나 된다. 선착장에서 우리를 태운 배는 청명한 하늘과 기이한 봉우리가 그려내는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흘러갔다. 두꺼비가 선녀를 그리워하며 흘린 눈물로 호수가 되었다는 전설 속의 두꺼비 바위부터 선녀바위, 공작새 바위....
자연이 만들어 낸 예술품에 사람들은 그럴싸한 이름을 붙인다. 아무 생각 없이 선경에 빠져있을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맑고 청량한 목소리. 그곳 원주민인 처녀 총각이 나누는 애틋한 사랑의 노래다. 가사 전달은 안 되었지만 정자에서 들려오는 노랫가락이 애달프게 마음속으로 스며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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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계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여행지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영화 '아바타'의 흥행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진귀한 풍경을 직접 눈앞에서 보며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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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계에 도착해 마주한 백룡 엘리베이터는 규암 기둥을 뚫어 만들었단다. 초당 3미터의 속도로 335미터 높이의 절벽을 올라가는데 채 2분이 걸리지 않는다. 또 한 번 엄지 척! 엘리베이터 덕분에 산행을 하지 않고서 쉽게 절경을 접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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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을 잃을 만큼 아름답다는 미혼대의 수많은 봉우리와 기암절벽 앞에서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다. 어제와는 다른 쾌청한 날씨로 절벽 저 아래까지 보이고 절벽 사이사이를 뚫고 자란 강인한 나뭇가지들도 생생하게 보였다. 아찔하면서 경이로운 모습에 또 한 번 얼음이 되고 만다. 천문산에서는 구름이 넘치더니 오늘은 한 조각의 구름도 없다. 약간의 구름만 끼었다면 멋진 한 폭의 동양화가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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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과 절벽 사이가 희한하게 이어진 곳이 천하제일교다. 다리 폭이 2미터쯤은 될까 싶게 이어진 곳을 사람들이 오고 간다. 안개가 낀 날에는 마치 다리 아래로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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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산 기슭의 협곡을 따라 기이한 봉우리들이 십 리나 이어지는 곳이 십리 화랑이다. 모노레일을 타고 가며 만나는 약초 캐는 노인, 세 자매의 형상 등의 봉우리들은 미술관의 동양화를 옮겨 놓은 듯했다. 미혼대의 절벽보다는 작고 섬세한 선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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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자루를 타고 미끄럼 타듯이 내려오는 구간에서는 마치 어릴 적 동산에서 놀던 때로 돌아간 듯했다. 협곡에 아로새겨진 세월의 흔적들, 그 사이를 뚫고 나오는 강인한 생명체들 그리고 쉬지 않고 흘러내리는 작은 폭포들은 나를 세월의 무상함 속에 빠져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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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원가계의 절경에 빠져서 혼이 나간 것인지 체력이 떨어진 것인지 호텔로 돌아갈 때쯤 다리가 휘청거린다. 설악산의 아름다움에 빠져 사는 나의 기억 속에 한동안은 미혼대의 기이한 절경들이 차지할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이 정말 큰 나라라는 것을, 또 그곳에 사는 배포 큰 중국인들을 인정하고 돌아왔다.


그나마 다리의 힘이 남아 있을 때 가보지 않은 넓은 세계를 돌아다니고 싶다. 그동안 일만 하고 사느라 세상은 이렇게 넓고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사실을 몰랐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벌써 다음 여행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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