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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운에서 느끼는 베트남

by 마미의 세상


'편안한 만남'이란 뜻을 가진 호이안은 15세기 무렵 해상 실크로드의 중요한 무역항이었다. 인도 포르투갈 프랑스 일본 중국 등의 상선들이 북적이며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1802년 지아롱 황제가 프랑스 루이 16세와 조약을 맺으면서 인근 도시 다낭을 프랑스에 넘겨주자 무역의 주도권이 다낭으로 넘어가 버리고 호이안은 긴 정체의 늪에 빠져들어 그때의 모습 그대로 간직하게 되어 '올드타운'이라 불리며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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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본강 도자기 마을을 떠난 목선은 작은 항구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배에서 내리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논(삼각형 모자)을 쓰고 꽝 가인(어머니의 지게)을 메고 물건을 팔고 있는 여자들이다. 베트남에서는 남자들이 아닌 여자들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한다.

이상한 나라 베트남에 태어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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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구시가지는 세월의 흔적과 베트남 다운 정취가 물씬 풍겨 나고 있다. 많은 시클로와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인력거꾼들. 한번 타보고는 싶었으나 천천히 이곳을 느끼기 위하여 그냥 걷기로 했다. 빛바랜 건물 사이로 화려한 아오자이가 흔들리며 우리를 환영하고 있다. 수공예품 가게의 상품도 만지작 거려 보고 시원하게 냉방기를 틀어놓은 커피숍이 아닌 길가에 의자를 내어 놓았을 뿐인 커피숍도 넘실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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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고택 중 가장 인기가 있다는 턴키의 집에는 아직도 그의 8대 자손이 살고 있다. 집안에 들어서자 연도와 노란 선의 표시가 있는데 그것은 강물이 범람한 연도와 집이 물에 잠긴 정도라 한다. 300년도 넘은 집은 수차례 수해로 잠겼었지만 아직도 꿋꿋하게 수많은 관광객을 맞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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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안에는 중국인들이 사는 거리와 일본인들이 사는 거리를 내원교라는 돌다리가 나누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서 온 상인들이 지은 광조 회관, 일본인들이 지은 가장 오래된 집이라는 풍흥고가를 차례로 관람했다. 이곳의 고가들은 어떤 집은 카페로 어떤 집은 여러 가지 상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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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려가기 시작하자 하나 둘 켜지는 형형색색의 홍등과 유등 불빛으로 호이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음식점에서 먹고 마시며 즐거워하는 사람들도, 야시장에서 토속품들을 팔고 사고 구경 나온 사람들도, 조각배를 타고 나가 강에 연꽃 모양의 소원초를 띄우는 사람들도 모두 즐겁게 호이안의 밤을 보내고 있다. 나도 간절한 소망을 담아 소원초를 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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