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베트남의 중앙에 '다낭'이 있다. 후에 왕조가 수 세기 동안 베트남을 통치했던 이곳은 중국과 프랑스에 정복당하기를 반복하다가 1949년 7월 베트남 공화국이 수도를 사이공으로 정하면서 중심지 역할을 잃은 곳이다.
다낭은 바나산 국립공원, 오행산, 후에 왕궁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옥빛 바다가 펼쳐지는 미케 비치에서는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서인지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핫한 휴양지 중 하나다. 하루 육천여 명이 들어가 보통 삼일을 보낸다니 이곳에 머무르는 사람이 하루 평균 이만여 명이나 된다한다.
식당에 들어서자 아오자이 차림의 자그마하고 까무잡잡한 여성들이 반갑게 웃으며 "신짜우"를 외친다. 나도 큰 소리로"신짜우"!라고 답한다. 웃고 있는 작은 눈동자가 아름답다.
문득 서유럽 여행 시 기분 나빴던 아침이 떠오른다. 아침 일찍부터 강행군을 하는 나라는 중국과 우리나라다. 아침 6시, 호텔 식당에서 우리를 맞는 종업원들은 이른 아침에 찾아 간 우리가 못마땅해서인지 무뚝뚝하기 짝이 없다. 하물며 빵 몇 가지와 우유 커피 약간의 과일뿐인 식사를 하고 나올 때는 가방 검열까지 받아야 했다. 아마도 중국 사람들이 음식물을 가방에 챙겨가나 보다. 그들이 보기에는 우리나 중국인이나 똑같이 보일 테니...
오늘 첫 목적지는 바나산 테마파크 바나힐스다. 베트남을 식민지로 둔 프랑스 사람들이 뜨거운 열기를 견디다 못해 신선한 고산지대를 찾아 휴양지로 개발한 곳이 해발 1,500미터의 바나산 정상이다. 산 정상까지 놓인 케이블카는 20여 분이나 타고 가야 한다. 구름이 잔뜩 끼여 앞이 보이질 않는다.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전망대의
눈만 보고 내려왔던 그날이 재현되는 것은 아니겠지?
와우! 이럴 수가? 구름이 걷히자 맑고 쾌청한 하늘과 함께 전혀 믿기지 않는 유럽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놀이동산 같은 테마파크를 지나 정상까지 가는 길에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들은 너무 이국적이라 베트남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이 높은 곳에 지은 프랑스 인들의 집을 보며 끊임없이 강대국들의 침입을 받으며 살아온 그들에게 어떤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산 아래 내려다 보이는 풍광도 멋지고 현대적인 건물로 가득한 테마파크를 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건물 안에서는 자이로드롭 같은 놀이기구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웨딩촬영을 나온 커플은 그 많은 인파 속에서 무척이나 행복해 보인다.
꽤나 넓은 곳을 배회하고 다닌 탓에 지쳐 의자에 앉아 있을 무렵 광장에는 대열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뛰어가 그 대열 앞에 서자 외국인들로 구성된 댄서들이 퍼레이드를 벌였다. 많이 익숙한 광경이다.
반나절 이상을 즐기고 온 이곳, 산아래의 베트남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이다.
다음으로 도착한 곳이 미케 비치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손꼽히는 이곳은 미군 휴양소로 사용되던 곳으로 20킬로미터 이상 길게 늘어진 백사장에는 비치파라솔과 멋진 리조트들이 휴양지의 분위기를 담뿍 담아내고 있다.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해변이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푸른 하늘과 맞닿은 수평선, 그리고 하늘을 수놓은 구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 버스에 올라타자 전혀 다른 베트남의 소소한 농촌 풍경이 차창 밖으로 흘러간다.
투본강에 가면 한국 관광객만의 놀이터가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귀를 찢을 듯이 울려 퍼지는 한국 가요에
어리둥절 해진다. 베트남 전통 양식의 바구니 배를 타고 코코넛 나무 사이를 저어가며 즐기는 강변 유람 투어다.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하여 젊은 사람들을 비롯하여 나이 든 여자까지 음악에 맞춰 노를 저으며 흥을 돋운다.
처음에는 너무 못마땅해 인상을 쓰고 있었으나 우리 배에 탄 아주머니가 너무 간절하게 박자에 맞지도 않게 춤을 유도하는 것이 안쓰러워 박수를 치며 즐거운 양 웃어준다.
한바탕의 틴퉁배쇼도 관람하고 투망을 연출하는 것도 보았다. 누구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곳일까? 베트남 음악이 조용히 흐르며 투본강을 관람했으면 더 멋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나 말고 많은 사람들은 이 분위기에 빠져 있다. 흥에 겨워 부르는 '네박자' '내 나이가 어때서''강남스타일'등의 노래는 투본강을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