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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an 18. 2020

최고의 바다전망과 함께하는 매물도 해품길

"금일 소매물도는 너울이 높아 접안이 불가하여 이용이 불가하십니다" 

소매물도에 가기 위하여 새벽 5시 서울을 출발하여 무려 5시간 넘게 쉬지 않고 달려왔는데 갑자기 말도 안 되는 문자가 날아왔다. 저구항에 도착한 우리는 '꿩 대신 닭'이란 생각으로 매물도로 행선지를 바꿔야 했다. 


정해진 뱃시간 안에 시원치 않은 다리로 섬 한 바퀴를 돌기에는 무리였기에 고민 고민하는 우리를 보고 있던  낚시꾼은

"장군봉만 다녀오면 다 볼 수 있어요"

쿠크다스 섬이라 불리는 등대섬을 보러 등대섬 전망대까지 다녀오기에는 무리였기에 당금 마을부터 장군봉에 올랐다가 대항마을로 내려오는 코스로 잡았다.





아침도 제대로 먹지 않은 우리는 당금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식당부터 찾았으나 겨울 비수기라 운영하는 곳이라고는 슈퍼밖에 없어 꼬르륵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가파른 아스팔트 길을 올라야 했다. 잠시 후 만난 너른 광장에는 이미 폐교가 되어버린 매물도 분교가 덩그러니 있다. 멋진 바다가 보이는 넓은 운동장에서 뛰어놀며 배움을 키우는 아이들을 더 이상 볼 수는 없지만 이제 이곳은 캠핑객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드디어 시작되는 해품길. 큰 나무가 별로 없는 둘레길에서는 산아래 바다 절경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중국의 비단처럼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당금 마을이라 했다더니 완만하게 이뤄진 해안선의 아늑한 모습에 한동안 시선을 빼앗기고 만다.


옛 분교 아래의 몽돌해변은 매물도의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쾌 창한 날씨 덕분에 쪽빛 바다에 떠있는 크고 작은 섬과 구름의 어우러진 모습을 가리는 그 무엇도 없다. 게다가 동백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모습에 뚜벅이들은 몇 번이나 발걸음을 멈추며 탄성을 지르고 만다. 장군봉 아래로 거뭇거뭇하게 보이는 것이 절벽인가 하다가도 자세히 보니 모두 동백나무다. 





소매물도에 가지 못해 투덜거렸던 것이 너무나 민망했다. 방금 떠나온 당금 마을과 어유도가 막힌 곳 하나 없이 훤히 내려다 보인다.  걷는 내내 건너편으로 보이는 수많은 섬들의 이름을 추측해보다가 눈앞에 반짝이는 윤슬이 너무 예뻐 또다시 셔터를 누르게 된다.




겨울여행의 별미인 은빛 억새는 대항마을로 내려오는 산 중턱에 피어있다. 우거진 은빛 억새 속을 잠시 헤매다가 높이 보이는 장군봉을 오르기 위해 우리는 서둘러 발길을 재촉했다. 장군봉에 오르는 길은 비교적 넓어 자동차도 다닐 만 하나 경사도가 상당하다. 






통신사 기지국이 있는 장군봉(210 미터)은 말에서 내려 잠시 쉬고 있는 장군의 형상을 닮았다 하여 장군봉이다. 매물도에서 가장 높은 장군봉에서는 그야 말고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소매물도가 바로 밑에 있다. 자라 한 마리가 등대섬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소매물도의 모습은 소매물도에서 등대섬을 바라보는 것 이상(?)으로 자세히 살펴볼 수가 있다. 그저 엄지 척!





위에서 보니 너울도 없어 보이건만 들어갈 수 없었던 소매물도


뿌듯한 마음으로 하산하는 우리를 보며 음메음메 울어대는 흑염소를 살펴볼 시간도 없이 뱃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서둘러 장금 마을로 향했다. 장금 마을 선착장과 함께  '고기가 노닌다'는 뜻을 가진 무인도인 어유도가 보이기 시작했다.


둘레길로만 매물도를 돌 수도 있으나 매물도에 간다면 꼭 장군봉에 오르기를 권한다. 둘레길에서 보는 풍경과 달리 탁 트인 바다전망이 으뜸이기 때문이다. 장군봉의 높이도 200 여 미터밖에 되지 않아 그다지 부담도 없고 특히 3,4월까지는 동백꽃이 활짝 피어있을 테니 금상첨화다.







지인에게 너무나도 좋았던 매물도 자랑을 하자 소매물도는 더 좋다고 한다. 아마도 바닷길이 열려 등대섬에 올랐기 때문이지 않을까? 다음에는 날씨와 물때를 고려하여 소매물도 등대섬까지 꼭 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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