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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y 15. 2020

수려한 폭포가 있어 더욱 좋은 포항 내연산

보경사

포항의 내연산은 조선시대 산수화가 겸재 선생이 "금강산보다 아름답다!"라고까지 칭송한 명산으로 기암절벽 사이로 흘러내리는 폭포가 열두 개나 있는 데다 연산폭포까지 오르는 오솔길은 완만하고 계곡 옆으로 난 길에서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어 특히 여름에 좋다.


내연산 입구에는 신라의 승려 지명이 창건한 보경사가 있다.  장엄하게 하늘로 뻗어 올라간 소나무가 옹호하듯 세워진 문이 해탈문이다. 현수막에  "괴로우면 기도하고, 외로우면 염불 하고, 조용하면 독경 참선하라"라는 문구를 천천히 되새겨본다.


보경사 해탈문


사월초파일에 설치한 것인지 스님 형상의 대형 풍선이 조금 낯설기는 했으나 경내에 낭랑한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맑게 울려 퍼지는 것이 좋다. 조심스럽게 대웅전과 오층 석탑을 비롯하여 영산전 명부전까지 한 바퀴 돌고는 본격적으로 트레킹 코스로 향했다.


수령 400년으로 추정하는 탱자나무


높고 날렵한 유형문화재 203호인 오층석탑과 범종


지정문화재인 대웅전과 영산전 명부전 등


고려 고종에 세워진 원진국사 승형의 탑비인 원진국사비


어느새 새순이 자라 푸르름이 짙어지고 있는 산의 상쾌한 산내음에 취해 걷다 보면 산책길 옆의 수로를 따라 흘러 내려가는 거센 물소리가 모든 잡념을 거두어간다. 앞서 가던 일행이 하염없이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어 따라가 보니  와우!  엄청난 송사리 떼가 던져준 과자를 서로 먹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5월 내연산의 통통거리는 생동감이란!


크고 작은 담과 소에는 맑은 물이 가득차 있다


맑은 계곡에는 송사리(?)떼가 가득


한껏 푸른 나무 사이로 물소리 들으며 나무데크와 계단 또 바윗길을 번갈아 오른다. 산행 시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는 전혀 모르는 사람과 만나더라도 가벼운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단단히 마스크를 하거나 마스크를 안 한 사람은 사람과 맞부딪치기라도 하면 애써 외면한 채 걸어가야 한다. 언제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는지...


요즘 가장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이 미스터 트롯이다. 트롯이란 장르를 좋아했던 것은 아닌데 어느새 자주 듣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나만이 아니었나 보다. 산행길에 주로 들리는 음악이 전과 달리 트롯 맨들의 경연곡들이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의 나잇대가 전부 내 또래이기 때문일까? 그들의 인기에 다시 한번 놀란다.


가정 먼저 나타난 폭포가 상생폭포다. 양갈래로 사이좋게 흐르는 폭포의 수량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으나 폭포 아래 형성된 물가에는 미리 내려온 사람들이 발을 담그고 맛난 간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의 폭포가 있을지 궁금해서 발길을 재촉해 간다.

 

쌍둥이 폭포라는 의미의 상생폭포


보현 폭포라는 팻말에 계곡 멀리 까치발까지 하고 보았으나 절벽 안쪽에 있는지 물소리만 들릴 뿐이다.  물길이 세 갈래라는 삼보 폭포도, 아직 승천하지 못하고 물속에 숨어 있는 용과 같다는 잠룡 폭포도,  30미터의 암반 위를 뚫고 좁은 바위틈으로 물이 흘러 바람을 맞지 않는다는 무풍 폭포도 우거진 나무 때문에 길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보현암 근처에 있는 보현 폭포


아쉬운 마음으로 오르다 만난 관음폭포 앞에서는 그만 입이 쩍 벌어지고 만다. 거대한 절벽 아래 터널이 뚫린 듯한 기암절벽 사이로 흐르는 폭포와 구름다리 그리고 그 아래 널찍한 감로 담의 멋진 풍경 앞에 사람들은 발길을 멈추고 할 말을 잊은 채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아마도 겸재 선생이 이 모습에 금강산보다 아름답다고 말한 듯하다.


천상의 이슬이 내려 고인 감로수에 비유하여 감로 담과 주변의 뛰어난 경관에 관음보살이 나타날 것만 같은 관음폭포 


구름다리를 건너며 들려오는 굉음은  내연산에서 가장 크다는 연산폭포가 내는 소리다. 폭포 꼭대기 나무 위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건만 어디부터 흘러 왔는지 폭포수는 멋지게 곡선을 그리며 쏟아지고 있다. 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폭포를 배경으로 비탈에서 멋진 폼을 잡고 있는 사람도 사진을 찍는 사람도 다리가 후들거려 오래 서있을 수가 없다. 


연산폭포


12 킬로미터나 되는 청하골에는 12개의 폭포가 있어 소금강이라 부른다.  겸재 선생의 '진경 산수화'는 연산폭포부터 관음폭포와 잠룡 폭포로 이어지는 모습을 선일대에 올라서 그렸다 한다.  주변 경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선일대와 계곡 반대편에 설치된 소금강 전망대다.  기암절벽과 폭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도록 만든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계곡 가까이에서 보던 것과 달리 한 폭의 산수화다.


소금강 전망대


전망대 아래 내연산 계곡으로 연산폭포가 쏟아지고 있다


학소대 위의 정자(선일대)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연산폭포까지만 다녀가지만  혹시 체력이 된다면 그 위의 은폭포도 볼 만하므로 다녀오는 것이 좋다. 가벼운 산책 삼아 올랐기에 계곡 구석구석까지 살피며 모든 폭포를 탐방하지는 못했다.  내연산이 처음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올라서인지 아기자기하고 볼거리 많은 내연산의 수려한 모습에 감탄 또 감탄하고 내려왔다. 


은폭포


내려오다 들른 보현암 뒤쪽으로는 갓부처가 있다.  팔공산 갓바위의 부처님처럼 약사여래불로 꼭 한 가지 소원은 들어주신다 하니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가지 소원을 빌어보자.


보현암


어릴 때 아빠와의 좋은 추억이 없어서일까?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는 젊은 아빠들을 보면 대견해 보인다.  여름에 아빠와 함께 계곡에 와서 물고기도 잡고 물놀이도 같이 한다면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몇 배의 공부가 될 것이다. 아니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든 내연산의 모습도 기대된다.



요즘 다람쥐들은 겁도 없이 포즈까지 취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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