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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y 18. 2020

해 뜨는 고장 포항 나들이

호미곶, 구룡포, 장기읍성, 호미반도 둘레길, 오어사, 덕동 문화마을

한반도 지도 아래 호랑이 꼬리처럼 동쪽으로 뻗어 나와 있는 곳이 포항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호미곶이 있고, 세계 철강산업을 이끄는 포항제철이 있고, 바다에서 갓 잡은 맛있는 대개와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나는 곳이다. 


호미곶 일출

육당 최남선은 한반도를 묘사할 때  호미곶은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을 하고 있으며  일출이 제일 멋진 곳이기에 조선 십경의 하나로 꼽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기에  매년 1월 1일에는 새해 첫해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호미곶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다에서 불쑥 솟아오르는 듯한 손과 새천년기념관 쪽의 또 다른 손이다. 이는  1999년 12월에 온 국민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자는 화합의 의지를 담은 작품으로 '상생의 손'이라 한다.


육지와 바다쪽의 상생의 손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일제 강점기 30여 년의 시간이 결코 짧지 않았나 보다.  아직도 전국 어디에나 일본식 가옥이 남아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각 지자체에서는 근대 문화거리라 하고 관광지화 했는데  포항 구룡포에도  200여 미터의 골목에 하시모토 젠 기치의 집 등 일본식 목조 가옥이 남아 있다. 



빛바랜 풍경사진을 보듯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웬일인지 길게 늘어선 줄이 눈에 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하여 가까이 가 보니 이곳은 바로 얼마 전 종영한 <동백꽃 필 무렵>의 까멜리아 촬영 장소로 인증숏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드라마에서 볼 때는 상당히 큰 건물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아담할 줄이야.


이곳이 바로 까멜리아 


옹산 백두 게장집



군사요충지였던 장기읍성


포항에도 장기면 읍내리 산 위쪽에 가면 동쪽으로 왜적을 막고 북쪽으로는 여진족을 막았던 장기 읍성이 있다.  산꼭대기에 쌓아 올린 둘레가 1,440 미터나 되는 석축은 성 안쪽으로 관아와 민가를 함께 둘러쌓았다. 3개의 성문과 향교와 동헌터가 있던 장기읍성은 특이하게 산꼭대기에 있으면서도 고을로서의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는 귀한 모델이다. 성곽을 따라 마을을 내려다보며 걷는 둘레길이 형성되어 있으니 정다운 마을 분위기를 느끼며 돌아보는 것도 좋다.



성곽에서 내려다 보이는 곳이 현내 들판이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시작되는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연오랑이 일본에 건너가자 세오녀도 따라가면서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가 일본에서 보내온 비단으로 제사를 지내자 다시 빛을 회복하게 되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 설화의 내용으로 추측해 보면 이곳이 일본 이즈모 지방으로의 문화의 전승로였음을 추측하게 한다.


테마 공원 앞쪽으로 포항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둘레길에서 바라 본 테마공원


바닷가에 만들어진 길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걷기 편하게만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편안한 나무데크가 놓여 있는가 하면 때로는 울퉁불퉁한 바위 사이를 뒤뚱거리며 걸어야만 한다. 영일만에 형성된 둘레길이기에 큰 파도가 일지 않아 쉬고 싶으면 길가에 걸터앉으면 바로 아래 찰랑거리는 바닷물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바닷속 바위를 들치며 해산물을 찾기도 한다. 또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이 특이한 것은 바다 건너 보이는 것이 수평선이 아닌 활기차게 돌아가는 포항제철의 수많은 건물들이다.




돌미역 수확철인 요즘 해녀들은 돌미역을 걷어 올리랴 수확한 미역을 해풍에 말리랴 손길이 바쁘다.

평화로운 어촌 풍경


선바우부터는 길이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데다 수려한 해안절경이 이어지므로 보행이 불편한 사람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편안하게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제일 먼저 만난 6 미터 가량 우뚝 선 선바우부터, 남근을 닮은 남근바위, 폭포가 흘러내리는 듯한 폭포 바위 등 기괴한 바위도 보고 가까운 바다 위를 나는 갈매기들의 재롱도 즐길 수 있다.



선바우와 남근바위


갈매기의 재롱에 가던 길을 멈춰본다


폭포바위와 안중근 의사의 손바닥 바위

호미 반도는 화산 활동으로 발생되었기에 화산 성분인 백토 때문에 흰 바위가 많다. 이를 흰 덕으로 부르다가 요즘은 힌디기로 부른다 한다.


킹콩 바위

넓은 바다 옆 해안길을 걸으면 확 트인 바다 풍경에 눈이 즐겁고 찰싹거리는 파도소리에 귀가 즐겁고 게다가 청량한 공기까지 듬뿍 마실 수 있어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체력이 가능하다면 이대로 쭈욱 호미곶 또는 구룡포항까지 걸어 호랑이 꼬리를 한 바퀴 돌아보는 성취감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임곡에서 호미곶까지의 드라이브 코스도 잘되어 있으므로 체력에 무리가 가지 않게  자동차로 해안 절경을 즐겨보는 것도 좋다.


먹바우(검둥바위)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한 죽도시장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많이 걷고 보느라 피곤해진 몸을 위해 해산물 파티를 열어보자. 전국 유통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구룡포 대게와 과메기 물회 대게 돌문어뿐만 아니라 각종 건어물과 농산물까지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죽도시장이다. 다시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돌 지경이다.




불이 꺼지지 않는 불의 정원

포항 시내 남구 대잠동의 '불의 정원'은 철도부지 도시숲 조성 공사장에서 작업 중 시작된 불이 꺼지지 않아 이 불을 끄기보다는 '24시간 꺼지지 않는 포항 경제의 심장 포스코의 용광로처럼'이라는 염원과 함께 공원화하였다.  순도 높은 천연 메탄가스라 경제성은 없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유리 펜스 안에서 굴착기와 함께 타고 있는 불꽃
철도부지를 상징하는 하늘을 날 듯 설치되어 있는 기차


운제산 오어사

원효대사가 원효암과 지장암을 명명하고 수도 포교할 때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암자가 기암절벽에 있어 내왕이 어려워 구름다리로 서로 오갔다 하여 그 산을 운제산이라 했다. 그 운제산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오어지의 푸른 물이 장관을 이룬 곳에 오어사가 있다.



원효대사와 혜공 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법력으로 개천의 고기를 생환토록 시합을 하였는데 그중 한 마리는 살지 못하고 다른 한 마리는 살아서 힘차게 헤엄쳤는데 그 고기가 서로 자기가 살린 고기라 하여 '오어사, 나의 고기'라는 말은 절 이름이 되었다.



오어사에서 절벽 위쪽으로 신비스럽게 보이는 암자가 관음전이다. 가파른 산길을 숨 가쁘게 10여분을 오르면 자장암을 만나고 그 건너편에 관음전이 있다.


자장암 오르는 길


자장암


절벽 위에 멋지게 서있는 관음전


오어사 앞에 설치된 출렁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이어진 7킬로미터나 되는 오어지 둘레길은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탐방할 수 있다. 부쩍 줄어든 저수지 물이 조금 안타깝기는 했지만 녹음이 짙어진 나무 사이로 물을 보며 걸을 수 있어 좋다.




아름다운 숲과 고택이 어우러진 덕동 문화마을 

덕동 문화마을은  경주 양동마을에서 50리 떨어진 곳에 여강이 씨가 360여 년간 대를 이어 사는 집성촌이다. 거의 산 하나를 굽이굽이 한참을 갔기 때문인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아쉽게도 방문했을 때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였기에 입구에서 돌아와야만 했지만 지금은  아름다운 자연에 파묻힌 고택들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호산 지당(용계정과 덕동숲은 명승 제81호로 지정되어 있다)



용계정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누정으로 익공계의 팔작집이다

덕동 문화마을의 감사 나눔 둘레길을 따라가 보면 애은당 고택을 비롯하여 덕계서당, 여연 당 고택 사우정 고택 등 우리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애은당 고택


포항제철 야경

포항제철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깊어질 무렵 영일대 해수욕장 인근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LED조명을 이용한 화려한 모습에 반하고 밤새 타오르는 용광로의 모습에서 힘찬 기운을 받아오자.




아름다운 포항 살아 숨 쉬는 포항을 하루 안에 다보기는 어려웠다. 서울에서 가려면 가깝지 않은 길이지만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충분한 힐링을 하였기에 네 시간 넘게 달려간 길이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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