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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un 10. 2020

천사 대교 너머에는 어떤 섬들이?

압해도 자은도 암태도 안좌도 반월도 박지도

바다!라고 하면 쉴 새 없이 큰 파도가 밀려와 부서지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나 우리나라 서남쪽 신안 앞바다는 크고 작은 많은 섬들에 둘러싸여 있기에 바다는 마치 엄마품처럼 아늑하고 포근하다.  나무와 풀이 없는 섬을 제외하고도 그 섬들의 수는 천사 개나 된다.


천사대교에서 바라보는 신안 앞바다는 크고 작은 섬들은 마치 병풍을 둘러놓은 듯 하다.


그동안 그 아름다운 섬에 가려면 날씨가 허락하는 날 배를 타고서야 가능했으니 외지인들의 발길이 뜸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8년 7개월이라는 긴 공사기간을 걸쳐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다리가 놓이게 되니 신안군의 랜드마크가 된 천사 대교다. 큰 배의 통행이 가능하도록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다리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갈매기가 기상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 왕복 2차선의 해상 연결 구간은 약 7.2킬로미터나 되어 영종 인천 서해대교에 이어 네 번째로 길고, 섬과 섬을 잇는 연도교로서는 가장 긴 다리가 되었다.  천사 대교의 개통은 한 시간 정도의 뱃길을 자동차로 10분 안에 갈 수 있게 하여 100만 명도 되지 않던 관광객은 지난해 17 배나 급증하여 4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다녀갔다 한다.


섬과 섬을 잇는 천사 대교


신안군은 서해안 다도해의 섬 대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초목이 있는 면적만 해도 서울보다 넓은데 갯벌까지 포함하게 되면 서울의 약 22배나 된다. 아름다운 경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해양지역으로 보석과 같은 곳이다. 



천사섬 분재공원과 저녁노을 미술관이 있는 압해도


목포와 압해대교로 이어진 압해도에는 신안군청이 있다. 신안군에서는 각 섬에 특성 있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만들기 사업으로  '일도 일 뮤지엄'과 더불어 연중 꽃이 지지 않는 섬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겨울에는 아기 동백 축제가 열려 한 겨울에 섬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동백꽃을 보여주어 즐거움을 맛볼 수 있게 하였다.


약 5천 주가 식재 되어 있는 애기동백 군락지에서는 11월 부터 1월까지 개화한 꽃을 볼 수 있다. 우암 박용규 화백이 자신의 대표작들을 신안군에 기증하면서 건립된 저녁노을 미술관


신안군 각 섬에서 수집되고 기증된 명품 분재와 기묘한 돌들의 조화를 볼 수 있는 분재공원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건너편으로는 풍력 발전기가 앞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정원은 휴식과 함께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분재공원 전경


다양한 분재들


풍력 발전기가 보이는 분재공원


인공 폭포 곳곳에도 분재와 연꽃까지 볼 수 있다.



천사 대교 아래에서 즐기는 요트

푸른 하늘과 바다 사이에 한가롭게 떠있는 요트를 타는 것은 우리의 여행을  훨씬 멋스럽게 한다. 제주도 부산 통영 등에서 탈 수 있었던 요트를 이곳 신안군에서도 탈 수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잔잔한 신안 앞바다의 주위를 도는 것이기에 멀미가 심한 사람도 무리 없이 탈 수 있으며 천사 대교와 함께 주변 섬들을 천천히  볼 수 있어 좋다.


요트 선착장


요트를 타면 섬들이 바로 앞에 보인다.


특히 팔금면의 외딴섬인 암치도에서 만난 백로와 왜가리 떼와의 만남은 최고다. 아직 나무들이 새똥으로 하얗게 변하지 않은 것을 보면 이제 터를 잡고 번식 중인가 보다. 보다 많은 철새들이 날아와 또 다른 자연 풍광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백로와 왜가리


가족끼리 오손도손


우리나라 소작쟁의의 효시였던 암태도

돌이 많고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어 암태도라 불리는 섬은 한복판에 우뚝 솟은 승봉산 아래로 섬이라 여겨지지 않을 정도로 많은 농경지가 있다. 간척지로 이뤄진 암태도는 맛깔난 쌀맛과 함께 1923년 8월부터 시작된 소작쟁의로 가슴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암태도에서 시작된 소작쟁의는 무대를 옮겨 목포로까지 일제에 대한 저항을 시도했었다.


고율의 소작료에 대한 소작료 불납운동 과정에서 많은 농민이 구속되고 희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하여 세운 기념탑


힘없는 소작인들이 대지주와 일제 비호 세력에 맞서 탱크같이 밀어 붙어 항쟁했던 것을 상징하는 탱크상과 왼손주먹



지금은 그저 한적하고 소박한 마을로  동백나무 파마머리 벽화에 그려진 두 부부의 자애로운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기동 삼거리의 동백나무 파마머리 벽화


"불났나 봐!" 하며 급히 눈을 돌려보니 마른 보릿대를 태우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들판을 하얀 연기로 가득 채우며 타닥타닥 보릿대를 태우고 나면 모심기 때 이양작업도 편하고 벼가 자라는데 밑거름도 된다고 한다.


보릿대를 태우는 모습


분계해변 등 백사장의 천국 자은도

우리나라 섬 중에 12번 째로 큰 섬 자은도는 12 킬로미터에 달하는 해넘이길과 두봉산 등산길에서의 일출과 일몰 풍경, 무인도인 구리도 고도 할미도를 해변과 잇고 있는 둔장해변의 무한의 다리,  아름다운 해변과 풍력 발전기가 있는  풍경 때문에 많은 사진작가들과 트레커들이 즐겨 찾고 있다.


둔장해변의 무한의 다리


9개나 되는 해수욕장 중에서도 특히 송림이 아름다운 곳이 분계해수욕장이다. 수많은 소나무 가운데 눈에 띄는 나무가 있으니 여인의 아름다운 하체를 떠오르게 한다. 고기잡이를 하던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무사귀환을 기원하다가 추운 겨울 얼어 죽어 그 시신을 소나무 아래 묻어주었더니 나무는 거꾸로 선 여인의 자태를 닮은 '여인송'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분계 해수욕장


분계해수욕장 너머 무인도인 우각도와  해사랑길 안내도


여인송

들녘에는 수확한 마늘과 양파가 햇볕에 잘 말려지고 있는가 하면  지금 한참 푸른 채소를 거둬들이고 있는 아낙네들의 모습은 농부가 아닌 우리가 볼 때도 가슴이 뿌듯하다.  어느새 수확을 끝낸 밭고랑 너머 여유롭게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는 보다 낙가적인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이곳에서 생성된 전기는 신재생 에너지 확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지만 선박의 통항 장애나 어로 활동 금지 등 주민과 어업을 생계로 살아가는 이해관계자들에게는 피해를 주고 있어 상생의 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한다.


수확중인 농부


세계적인 추상화가 김환기의 고택이 있는 안좌도

세계적인 추상화가 김환기를 낳은 안좌도에는 그의 고택이 남아 있다. 김환기는 한국의 고전적 소재를 추상적 조형언어로 양식화하여 한국미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인물이다.  안좌도는 그의 유년기와 청년기 작품 활동이 이뤄진 곳이다.  그는 미국으로 간 뒤에 뉴욕 화풍을 받아들이면서 완전히 추상 화풍으로 전환하여 세계적인 추상화가가 되었다.


김환기의 고택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우주'라는 작품은  153억 원에 낙찰되는 등 한국 미술품 중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고택 정면


신비한 보랏빛 섬 반월도와 박지도

안좌면 두리마을 건너편에 있는 반월도와 박지도는 두 개의 목교로 연결되어 있다. 두 섬에서 자생하는 청도라지 꽃의 보랏빛은 마을의 지붕뿐만 아니라 다리에 칠해졌고  농산물까지도 보랏빛을 내는 콜라비와 비트를 심어 놓아 퍼플 섬이라고도 한다. 


반월 박지도 안내도


얼마전 까지만 해도 보랏빛으로 아름답던 라벤더 정원의 꽃들은 이미 시들어 버렸다.


현재는 두리마을에서 박지도까지 다시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퍼플교를 통해 갔다가  돌아와야만 하나, 조성중에 있는 반월도와 두리마을까지의 다리가 완성되면  한 바퀴 돌아 나올 수 있다. 박으로 만든 바가지를 닮은 섬 박지도와 반달의 모습을 한 반월도는 강렬한 보랏빛으로 기억되었다. 

 

두리마을에서 박지도로 넘어가는 퍼플교


박지도를 상징하는 바가지 조형물과 보랏빛 색을 더하고 있는 사람들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가는 퍼플교


콜라비가 심긴 두리마을


온통 보랏빛 마을


신안군의 섬과 섬 사이에 다리가 놓여 가능했던 여행이다. 천사 대교 은암대교 중앙대교 등의 다리가 없었다면 하루 만에 이 많은 섬을 돌아볼 수는 없었을 게다. 아직은 관광지라 할 만한 것이 없는 소박한 섬이었기에 더욱 좋았던 여행.  서울부터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기에는 다소 먼 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드라이브하는 내내 바다가 보이고 독특한 각 섬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는 천천히 노두길도 건너보고 아름다운 일몰도 보며 천천히 섬을 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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