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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14. 2020

선운산 도솔암 가는 길

걷기 좋은 길

코로나로 들썩이던 세상은 이제는 장마와 태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와중에 휴가를 떠난다는 것이 못내 미안한 마음 없지 않았으나 샐러리맨인 남편에게는 여름휴가란 소중한 쉼의 시간이기에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를  이룬 전라도로 향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여름 휴가지로는 무조건 해수욕장을 찾았으나 이제는 뜨거운 땡볕 아래 들끓는 인파 속을 헤매는 것보다는 조용한 계곡이 좋다. 선운사의 도솔천은 사진 출사 차 계절마다 찾던 곳으로 하얗게 눈이 내렸던 날도 꽃무릇이 빨갛게 피었던 날도 그 황홀함에 넋을 잃곤 했던 곳이다.


가을 겨울의  도솔천


불교에서의 미륵보살이 머물고 계신다는 정토 '도솔천'이란 이름을 그대로 따온 이 계곡은 구비구비 흐르는 물길과 휘영청 늘어진 고목의 조화로움이 천상세계를 연상하게 한다. 늘 도솔천과 선운사만을 보고 갔기에 오늘은 "고인돌 질마재 따라 100리 길" 마지막 구간 "4코스의 보은길"인 선운사에서 도솔암까지 올라보려 한다. 


선운사를 지나 차밭으로 난 길을 오르려니 템플스테이로 선운사를 찾은 사람들이 보였다. 자칭 불자라고 하는 나도 아직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적이 없다. 그 언제인가 산사에서 삼천 배를 마치고 새벽 예불을 했던 날의 힘들었던 기억에 감히 다시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길가에서 만난 이들은 아주 편안해 보였다.


선운사 템플스테이


도솔암에 오르는 길은 차가 다니는 넓은 길과 사람들이 오르는 계곡 옆 오솔길이 있다. 숲길이라 혹시 파리가 많지 않을까 싶어 오를 때는 찻길로, 내려올 때는 오솔길로 왔는데 다행히 모기는 보이지 않았다. 장마 때문 인지 아니면 모두 바다로 간 것인지  그 예쁜 길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 졸졸 흐르는 물소리와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는 매미 소리뿐이라 한층 발걸음이 느려진다.

물가에도 길가에도 자주 보이는 것이 돌탑이다.  간절한 바람으로 하나하나 쌓아 올린 돌들은 장맛비에도 강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은 채 굳건히 서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이 길은 백제 위덕왕 시절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선사가 소금 만드는 법을 가르쳐 가난을 구제했다 하여 보은길이라 한다. 수려한 계곡 따라 이어진 길은 뜨거운 햇볕 한 줄기 들어올 틈도 없이 울창한 데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지금이 한 여름이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우리 부부가 무릎도 안 좋은 이 나이에 갑자기 걷기에 빠져버린 것은 건강을 위한 것도 있지만 그동안 바쁘게 사느라 느껴보지 못한 풍경을 꼼꼼히 바라보며 살가운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길 위쪽으로 커다란 굴이 보이니 이는 신라 진흥왕이 수도를 했다는 진흥굴이다. 꽤나 큰 굴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인지 인공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바위 결이 휘몰아치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 앞에 훤칠하게 키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있으니 장사송이다. 휘지 않고 곧게 자란 소나무는 족히 20미터가 넘는 듯하다. 수령이 600년이 넘는다는데 그 모습은 노송의 맛은 느껴지지 않고 싱그럽기만 하다.


천연기념물 제 354호 소나무인 장사송과 진흥굴


도솔암이라 하여 자그마한 암자를 기대했으나 암자라고 하기에 무색할 정도로 큰 절이다.


도솔암 내원궁을 오르기 전 왼쪽으로 가면 나한전과 수직 절벽에 새겨진 마애불을 볼 수 있다. 결과 부좌 자세로 연화 대좌 위에 앉아있는 마애불의 가슴 쪽에 네모난 흔적이 있다.  네모난 흔적을 꺼내는 날 한양이 망하고 비결을 꺼낸 자는 벼락을 맞아 죽는다는 이야기로 동학교 도의 비결 탈취 사건이 있었다 한다. 


마애불과 나한전


내원궁 오르는 길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금동 지장보살좌상이 안치된 내원궁이 있다.

늘 오르지 못했던 도솔암에 대한 아쉬움이 드디어 해소된 날이다. 진흥굴 장사송 마애불 내원궁까지 보았으나 가장 좋았던 것은 도솔암 오르는 길이다. 단풍으로 물들었을 때도 좋겠지만 한 여름 더위를 잊게 하는 요즘 찾아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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