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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ug 20. 2020

고창읍성 vs 무장읍성


벚꽃과 철쭉이 피었을 때 아름다웠던 고창읍성을 다시 찾은 것은 멋진 노송 숲 길도 걸어보고 맹종죽 사이로 용이 승천하듯 대나무 사이를 휘감은 소나무가 보고 싶어서다.


지금도 음력 윤달이면 무병장수와 극락승천을 기원하는 답성놀이가 열린다는 성곽길.  그다지 좁지는 않지만 4~6 미터 높이의 성곽은 바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나기에 시선을 멀리 두고 걸어야 한다. 근린공원 주변의 도서관부터 고창 시내가 하나씩 눈에 들어오는 성곽길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답성놀이는 그 당시 성을 굳게 다지고자 만든 놀이인 듯하다. 비록 윤달이 아니라도 또 돌을 머리에 얹어 놓지는 않았을지라도 한 바퀴 돌다 보면 삐걱거리는 무릎이 좀 나아지겠지 싶어 돌아보려 했으나, 보수 공사 중인 동문 옹성에서 우회하기 위하여 잠깐 소나무 숲으로 내려온다는 것이 성곽 안의 푸르른 모습에 이끌리고 말았다.


국내 유일의 답성놀이 민속이 전승되는 곳


나무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지만 소나무를 보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진다. 제멋대로 구부러진 선들이 만들어 낸  멋스러운 모습 때문일까?  어느새 빨간 꽃을 피워낸 배롱나무가 초록 물결 속에 돋보인다. 



한적한 산책길 곳곳에 숨어있는 동헌 객사 등을 둘러보며 옛 정취에 빠져든다.

작청과 객사등 많은 관아 건물이 있다.


사진 속의 대나무 숲은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소나무 숲을 지나 언덕배기를  넘어가야 볼 수 있다. 이 곳의 대나무는 200여 년 전 불교 포교를 위하여 보안사를 지을 때 중국에서 관상용으로 심었다는 맹종죽이다. 대낮에도 컴컴하기만 한 대나무 숲을 헤매다가 소나무와 대나무가 묘하게 엉켜있는 모습을  찾기는 했으나 사진작가들의 작품 속 그 나무와 다른 것 같다.  곡선의 소나무와 직선의 대나무가 묘하게 얽혀 크고 있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고창읍성 입장료는 3천 원을 받고 있는데 2천 원은 고창사랑 상품권을 다시 돌려주니 근처 찻집이나 편의점 등에 들러서 시원한 음료 한 잔 하며 여행의 피로를 풀어 보거나 고창의 특산물을 구입하는 즐거움을 누려 볼 수 있다.





고려시대까지 '무송'과 '장사'마을이었던 곳을 조선 태종 때 통합하여 앞 두 글자 만을 따서 '무장'이라 하니 지금은 무장면이다.  이곳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여 성을 쌓아 고창 남서부 지역을 관할하니 무장읍성이다.


남문인 진무루
고창읍성과 다른 성곽길


무장현은 동학 농민혁명의 기포지로 사천여 농민군들이 무장포고문을 선포하며 전국적인 봉기를 일으켰던 곳으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   넓고 푸른 잔디에 수령이 꽤나 되어 보이는 고목과 한옥의 어우러진 모습은 멋스럽고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송사관'이라는 객사는 조선시대 때 무장에 내려온 관리나 사신이 머물던 곳으로 임금님의 전패가 안치되어 있어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이 패에 경의를 표하고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에도 축하의식을 행하였다 한다.

 

송사관이라는 객사

 

일제 강점기에 읍성 철폐령에 성곽이 헐리고 2004년까지 무장 초등학교의 운동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을 발굴조사 후 지금의 모양으로 복원해 놓았다.  중앙에 위치한 연지 덕에 성 안의 분위기가 더욱 아늑하다.



드라마 '녹두꽃'에서  여주인공이 그네를 타던 나무에는 지금도 그넷줄이 있다.


관아의 중심 건물인 동헌이 광복 후에는 무장초등학교 교실로 사용되기도 했으나 지금은 옛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동헌 뒤쪽 성곽길에 있는 소나무는 중간쯤이 냅다 꺾인 채 자라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관청 손님을 맞으며 연회를 베풀었다는 읍취루에 오르니 성곽 너머 아늑한 시골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재현된 관아 건물 옆을 지키고 있는 고목들은 파란만장했던 무장현의 과거를 기억하고 있으리라. 찬란하게 부귀를 누리던 시간부터 농민혁명으로 떠들썩했던 시간 또 일본인들에 의해 성이 파괴되었다가 다시 이 모습으로 재현되기까지..

시원한 바람맞으며 한 편의 역사 드라마를 본 듯한 시간이었다.



읍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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