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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Sep 23. 2020

신선이 노닐었다는 군산 선유도

고군산 군도 

군산 앞바다에는 많은 섬들이 오밀조밀하게  모여 있다. 이 섬들과 군산, 부안을 연결하는 새만금 방조제와 고군산 대교 등의 완공으로 대장도 선유도 등 섬으로의 여행이 한결 쉬워졌다. 전에는 각 섬으로 가려면 하늘과 바다가 허락하는 날 배를 타고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이제는 군산부터 가장 먼 대장도까지 자동차로 단숨에 달려갈 수 있다.


장자도에서 바라본 대장도


해발 142.8 미터의 대장봉 아래 알록달록하게 보이는 집들의 이국적인 분위기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섬 전체가 산도 아닌 야트막한 봉우리 하나로 이뤄진 섬의 예쁜 집들은 아마도 거의 펜션인 듯하다.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내려다보기 위해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대장봉부터 오르기로 했다.


펜션 왼쪽으로 난 길을 오르니 바위산으로만 보였던 등산로는 정글처럼 우거진 데다 구불길이라 불리는 등산로는 제대로 가꿔져 있지 않아 돌과 나무뿌리를 헤치며 올라가야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평평한 데크길로만 다녔던 나로서는 오르는 내내 남편에게 툴툴거려야 했다. 왜냐하면 마을 안 쪽으로 평이한 계단길을 마다하고 선택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막바지에는 거대한 바위를  타고 올라야 했다.  조금만 헛발을 내디뎠다가는 그대로 바다로  빠질 것만 같아 다리가 덜덜 떨리며 온몸은 금세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어 온 것을 보면 다른 등산객들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길일지도...



대장봉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은 그저 따봉이다. 빨간 지붕 앞으로 길게 이어진 대장교 너머가  장자도요, 다시 장자대교로 이어진 섬이 선유도다. 누군가 옆에서 다리를 너무 많이 만들어 놓아 섬의 정취가 없어졌다고 투덜대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나는 그 다리가 있었기에 이 먼 대장도까지 올 수 있었다.




한참을 정겨운 바다 풍경에 빠져있다가 오늘의 일정을 생각하고는 서둘러 하산길에 나섰다. 반대편에 조성된  길은 험한 바위나 나무뿌리가 없는 계단 길이다.  선유도 해수욕장과 근처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탁 트인 모습에 가슴속까지 시원해진다.


산 중턱쯤 있는 할매바위는 영락없이 아이를 업은 여인네를 닮았다. 과거에 급제하여 돌아오는 할아버지께 밥상을 차려 마중 나오던 할머니는 할아버지 뒤를 따라오는 역졸들을 소첩이라 생각하여 바위가 되고 말았단다. 그 후 할매바위는 섬의 수호신이자 사랑을 약속하는 메신저가 되었다.

 


할매바위(좌)


"할매바위 멀었나요?"

젊은 커플은 어느새 지쳤는지 그곳까지만 다녀오자 아니다하며 다투며 올라오고 있다. 

"정상까지 다녀오지 않으면 후회할 걸요"

에고 그런데 뒤돌아보니 그녀는 샌들을 신고 있다. 잘 다녀오겠지?



대장교 앞바다

대장교 너머의 섬이 장자도다. 뛰는 말을 닮았다는 장자도는 아주 작은 섬이지만 선유도와 대장도를 이어주는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풍수지리상 선유도가 감싸주고 있어 천연적인 대피항 역할을 하고 있다.


고군산 군도의 하이라이트인 선유도는 코로나 시국에도 주말이어서인지 꽤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대장봉에서 아담하게 보이던 선유도 해수욕장은 실제로 엄청나게 넓은 데다 잔잔한 바다는 파도 소리조차 내질 않는다. 오로지 찻길에 텐트를 치고 떠드는 사람들 소리와 700여 미터 굉음을 내며 내려오는 짚라인 소리만 들려 올뿐이다.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일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으나 우리처럼 자동차로 온 사람들 때문에 좁은 선유도의 도로는 자동차의 행렬이 길게 늘어져 있다.



선유도 짚라인이 내리는 솔섬


솔섬으로 가는 다리 좌우의 풍경은 전혀 다르다. 왼쪽 바다는 고운 모래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명사십리의 해수욕장이요, 오른쪽 바다는 진득한 갯벌이 펼쳐져 있어 주민과 갯벌 체험객들이 조개잡이를 하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바다로 들어가려면 일일이 체온 체크 후 명단을 작성한 후 팔찌를 차고서야 가능하다. 이렇게 멋진 갯벌을 만날 줄 알았다면 호미라도 준비해 올 것을...




두 번째 오르기로 했던 선유도의 망주봉은 인사사고가 난 뒤로 지금은 출입이 금지되었다.  험난한 등산을 안 해도 된다기에 마음 한 편으로는 다행이다 싶다가도 오르지 못하고 가는 망주봉은 더욱 아름답다. 



유람선을 타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육지에서 보이지 않던 섬의 비경을 바다 쪽에서 바라보는 것은 섬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고군산 대교


배들이 선착되어 있는 곳이  원래는 군산도였으나 조선시대 때 군산에 군사시설이 들어서면서 지명이 옮겨갔고 이곳은 옛'고'자를 붙여 고군산 군도로 불리게 되었다.


선유대교


거센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 낸 기암절벽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정겹게 이어진 많은 무인도들의 수변 풍경은 한껏 좁아진 마음의 빗장을 서서히 풀게 한다.



해변데크 산책로


선유봉 끝자락 즈음 암벽이 동그랗게 뻥 뚫린 곳이 남문으로 아무리 작은 배라도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작지만 자연적으로 구멍이 뚫린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바로 앞쪽에 있는 인어상은 어부들의 무사귀환을 위하여 설치하였다 한다.


장자대교


해녀상과 남문


바다에서 바라본 대장도와 선유도(우)


할매바위


대장도


보이는 가마우지는 열  마리도 안 되는 듯 하나 가마우지 섬은 온통 가마우지의 배설물로 범벅이 되어 하얗게 눈이 내린 것 같다.


가마우지의 배설물로 뒤덮인 가마우지 섬


가마우지 섬과 대장도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남악리 마을로 가는 길은 자동차의 양측 통행이 불가하다. 조마조마하며 차로 들어간 몽돌해변은 남악리의 언덕 너머에 지어진 빨간 펜션 아래쪽에 있다. 그다지 넓지는 않지만 다른 몽돌해변처럼 작은 자갈이 깔려있어 자그락거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바다에서 바라본 몽돌해변


몽돌해변 뒤쪽의 선유도 해수욕장 쪽 바다


몽돌해변

 



기묘한 기암절벽들


기도하는 손 모양의 빨간 등대를 끝으로 섬 일주를 마쳤다. 트레킹 하며 구석구석 다니지는 못했지만 유람선을 타고 한 바퀴 돌아본 선유도는 과연 신선이 노닐었다는 말에 수긍이 갈 정도로 아름답다.



선유도 통계 마을에 있는 해변 데크 산책로는 보행약자가 등산을 하지 않고도 쉽게 주상절리나 괴암 괴석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길이도 그다지 길지 않고 그 끝에는 옥돌이 깔려있는 옥돌 해수욕장도 만날 수 있으니 대장봉이나 선유 봉등을 오르지 않은 사람은 이 길을 걸어보는 것이 좋다. 



옥돌 해변


해변 데크 산책로

좀 멀리 떠난 드라이브 여행은 몸과 마음에 충분한 힐링을 안겨주었다. 신시도에 있는 대각산에 올라 새만금 방조제까지 내려다보았더라면 100% 였겠지만 그곳까지는 무리가 되기에 다음을 위하여 남겨 두었다. 코로나 때문에 집콕하는 마누라를 위하여 멀리까지 운전해주고 동행해준 남편이 그저 고맙다. 

자동차만으로 떠날 수 있는 섬 여행 '고군산 군도'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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