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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21. 2020

치매 간병보험! 들긴 들어야 하는데...

"그래, 보험 가입했어?"

올 들어 남편의 재촉이 잦아진다. 장모님이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고 요즘 들어 점점 깜빡깜빡하는 횟수가 잦아지는 마누라가 걱정이 되나 보다. 내가 생각해도 요즘은 깜빡깜빡하는 수준이 회수가 문제가 아니고 그 어떤 일 자체가 전혀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 문제다.  건망증? 아니면 치매 초기 증상?


내가 처음 보험 설계사를 만난 것은 30여 년 전쯤이다.  무슨 보험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가장이 사고사를 당했을 때의 보험 수령액과 보험금을 예시해 주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남편 앞에서 그것을 줄줄 읽었다. 

"당신이 40대에 죽으면 얼마가 나오고, 50대에 죽으면..." 

원 세상에 나도 어지간히 눈치가 없다. 순간 남편의 얼굴은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졌고 그 후로 나는 보험이란 단어를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보험 설계사를 직접 찾은 것은 막내를 임신하고 서다. 직장을 다니다 보니 둘째를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아이를 갖게 되었다. 요즘에는 그렇게 늦은 나이도 아니지만 그때는 노산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갑자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부부 연금보험 교육보험에 암보험까지 남편에게 물어볼 것도 없이 거금(?)을 들여 보험에 가입했다.



정작 보험 혜택을 받은 것은 10여 년 전에 들은 실손보험이다. 고혈압 약을 일찌감치 먹고 있었기에 질병 통원 쪽은 불가하다 하여 상해로만 울며 겨자 먹기로 들었던 보험은 최근 몇 년간 양쪽 다리가 번갈아가며 연골판이 찢어지는 바람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 나의 보험에 대한 나쁜 선입견은 사라졌고 보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까지 여기고 있다. 그 옛날 들어 놓았던 연금보험도, 곧 27살이 되는 막내의 교육보험도 드디어 그 혜택을 받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2,3년 전부터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치매 간병보험'은 나에게 꼭 필요한 보험이다. 보험 설계사들은 "보험은 남아있는 사람에 대한 사랑입니다"라고 말하며 보험을 권유한다. 본인 유고시 나오는 보험금은 남은 가족들이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살아갈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우리 두 딸을 알뜰살뜰 보살펴 준 친정엄마가 치매에 걸리자 1년을 채 보살피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시킨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나'다. 그런 나는 내가 치매에 걸려 그것도 부담 없이 입원시킬 수 있게 치매 간병보험까지 들어놓아 지체 없이 가족들이 병원에 입원시키게 하고 싶지 않다. 물론 요즘 세상에 그 어떤 자식이 부모를 집에서 간병하겠냐마는 나는 병원에 버려지고 싶지 않다.  한번 병원에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하는데... 보험에 들어두지 않으면 병원비가 아까워서라도 입원시키지 않고 가족 옆에 있지 않을까?


평생 집 밖에 모르던 친정엄마를 만나러 요양원에 가는 날이면  친정엄마는 어서 집으로 가자고 나서는 통에 늘 도망 나오듯 병원을 빠져나와야 했다. 말도 안 되는 나의 이기적인  모습. 어떻게 하면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나?  매일 책 읽고 고스톱이라도 쳐야 하나? 보험 가입은 또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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