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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07. 2020

우리 집에도 강아지가 생겼어요

"아~ 잘했어요"

기나긴 추석 연휴 내내 남편은 새로운 우리 가족 '달콩이'배변 훈련으로 강아지에게서 눈을 떼지를 못한다. 녀석도 먹잇감을 먹기 위해서인지 아직 아가이어서인지 여기저기의 배변판 위를 돌며 찔끔찔끔 싼 뒤에는 영락없이 남편을 쳐다본다. 



달콩이가 우리 집에 온 첫 번째 강아지는 아니다. 내가 빵집을 운영했을 때 막내는 초등학생이었고 중학교에 다니는 언니는 학원에 갔다가 늦게야 집에 돌아오기 때문에 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 것이 강아지다. 그때도 달콩이처럼 몰티즈로 매우 원기 왕성하고 귀엽기 짝이 없었으나 막내 이외의 우리 가족들은 강아지에 대해 신경 쓸 여지가 없었다. 


요즘 애청하고 있는 방송 '개는 훌륭하다'를 보며 나는 우리가 얼마나 무식했었는지 알게 되었다.

산책이요?  3,4 년 키우는 동안 다섯 번이나 나갔을까? 

간식이요?  별도로 사본 적이  없다. 

그러니 밥상이라도 차려 놓으면 그 높은 식탁에 어떻게 올라갔는지 고등어 한 마리를 게눈 감추듯 먹어 치우는 통에 나는 혼내기 일쑤였고 혼난 다음 날에는 꼭 내 침대 위에 소변을 보는 통에 나와 '다롱이'와의 전쟁은 끝이 나질 않았다. 그래도 막내가 없고 나 혼자 있을 때면 슬금슬금 엉덩이를 밀어붙이는 녀석을  안아줄 수밖에 없었던 내가 자전거를 타기 위해 문을 살짝 열어놓은 어느 날 집을 나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2 시간 가까이 자전거를 타고 온 후에 다롱이가 집을 나갔음을 알게 되었지만 나는 가게에 나가야 했고 이미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남편이 퇴근한 후에도 어떻게 찾을 도리가 없었다.  그 후 얼마 동안 길거리에서 비슷한 몰티즈만 보면 뛰어나가 물어봤다가 견주들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 당시 캐나다로 공부하러 갔던 막내가 전화라도 하면 늘 다롱이의 안부를 물었으나 나는 거짓말을 해야 했다. 홀로 떨어져 있는 것만으로도 외로워하는 막내에게 다롱이가 집을 나간 사실을 알릴 수가 없었다. 드디어 우리 가족 모두가 막내를 데려올 겸 캐나다로 여행 갔다 오는 비행기 안에서 다롱이 가출에 대해 알려주게 되었다. 10 시간 가까이 울음을 그치지 않는 막내 옆에서 나는 그저 죄인이었다. 그 후에도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면 막내는 다롱이를 찾아내라고 얼마나 징징거렸던지. 그 녀석이 떠나고 난 뒤 다롱이에 대한 그리움이 점차 커졌으나 단호하게 거절하는 남편 때문에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올 수가 없었다. 


그러던 요즘 우리 부부는 강아지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고 보며 저녁 산책길에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을 부러워하였으나 은퇴 후 단독 주택에서 살 때 데려오겠다는 남편의 생각은 도통 변하질 않았다. 그러던  얼마 전 같은 아파트에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사건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우울증이 있던 그녀는 코로나로 집에만 갇혀 지내다 엉뚱한 마음을 먹은 것이다. 싸돌아 다니기를 좋아하던 나도 늘 우울함을 호소했기에 남편은 더럭 걱정이 되었나 보다. 


곧 돌아올 내 생일 선물로 강아지를 데려오도록 허락한 것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막내는 주말 내내 펫 샵을 돌아다니더니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를 데려왔다. 그리고 매일매일 배달되어 오는 강아지 용품들. 진동하는 강아지 냄새에 괜히 데려왔나 싶다가도 우리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에 그 정도의 수고는 참아야 될 것 같다.


두 딸 다 독립시켜놓고는 나는 늘 그녀들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도 우리의 전화를 기다리시는 시부모님의 성화에 짜증이 났던 기억에 왜 전화 안 하냐는 말도 건네지 못한다. 금요일 저녁 카톡으로 "내일 가요" "내일 못 가요"라는 문자만 달랑 보내던 막내는 가족 카톡방이 불이 나도록 강아지 이야기를 하며 달콩이 사진으로 도배를 하고 있다.  주말에만 오던 큰 딸도 주중에 강아지를 보러 오질 않나 문 앞에서부터 강아지 이름을 부르며 퇴근한 남편은 내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체 강아지만 쫓아다니고 있다.  물론 내 목소리만 들리면 어느 구석에서 놀다가도 귀를 양껏 뒤로 젖히고 달려와 슬라이딩하는 그 녀석과 노느라 나도 웃음이 많아지고 하루가 너무 짧게만 느껴진다.



우리 달콩이 부디 아프지 말고 오래도록 같이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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