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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Oct 24. 2020

역세권 청년 주택에 입주한 지 육 개월


역세권 청년 주택! 이는 대중교통의 중심이 되는 역세권 지역을 개발하여 개발 이익도 나누고 청년들에게 임대주택을 보급하여 그들의 주거안정을 꾀하고자 한 것이다.  나날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전세대란 속에 지하철 국철 등의 역이 2개 이상 교차하고 그것도 역까지의 거리가 250 미터 이내라는 금싸라기 지역에 청년들이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생긴 것이다. 


20여 년 전 남편이 모 건설회사에 다닐 때, 지방에서 올라와 어렵게 고시원 생활을 하던 직원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나 전세금 마련이 어려워 결혼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는 요즘처럼 신혼부부를 위한 저리 대출이나 행복주택이란 제도가 없었다.  요즘도 교통 좋은 곳에 주거지를 마련하려면 억억 하는 보증금과 높은 월세 때문에 형편에 맞는 집을 구하려면 점점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 쪽으로 가야만 한다. 그런데 정책적으로 마련된 역세권 청년 주택은 비록 작은 공간이기는 하나 서울 지하철 역세권에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거지를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저런 여건에 부합하여 세입자로 당첨된 큰 딸을 독립시킨 지 어느새 6 개월이 넘었다.  처음 시행된 청년 주택은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했다. 서울이라 해도 각 지역마다 기본 대출금과 임대료가 차이가 나고 빌트인 되는 가구와 전자제품도 모두 달랐기에 정보가 빠른 입주자들은 계속해서 불만을 제기했다.


전자제품이 제공되지 않는다 하여 미리 구입했던 입주자들은 다시 제공해 주겠다 하여 규격이 맞지 않는 제품을 구입한 사람은 손해를 봐야 했고 선심 쓰듯 제공된 커튼은 쏟아지는 햇볕을 가리질 못한다. 어렵게 당첨되어 좋다고 했으나 기대에 못 미친 사람들이 입주를 하지 않자 많은 방들은 차차 부동산에 매물로 깔리게 되었다. 당첨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부동산에서 좋은 층을 골라 들어가게 되는 불평등이 발생하여 당첨의 의미가 없어지게 되는 등 탈도 많고 말도 많았다.


어찌 그뿐이랴? 입주자들의 카톡방은 연일 불만으로 시끄럽다. 요즘 세대들은 의무를 다하기보다는 권리를 위하여 목소리를 높인다. 기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방음이 허술하기에 늘 층간소음으로 시끌시끌하고 바퀴벌레라도 나오면 난리법석이다. 한 번은 하수구가 막혀 물이 넘치게 되자 부실공사라고 항의했으나 화장실에 쓰레기를 넣어 막혀버린 것이다. 배달음식 쓰레기는 엉망진창으로 버려지고 마음만 급해 눌러놓은 모든 엘리베이터는 동시에  오르락내리락.  모두 바쁘게 살아가기에 아파트에 꼭 필요한 동대표에 나설 사람 또한 없다. 부모님이 모든 것 알아서 해주던 사회 초년생들의 터전, 솔직히 나보고 이 건물의 관리를 하라고 한다면 절대로 맡지 않을 것이다. 딸을 내보내고 쓸쓸한 면도 있지만 속 편한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꼭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물건을 서로 나눠 쓰고 새로운 정보도 공유하고 또 어쩌면 좋은 만남의 장도 되지 않을까?  부디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그들의 터전에서 새싹을 피워 쑥쑥 성장하여 늠름한 사회인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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