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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Nov 01. 2020

유산상속이 뭐길래

"이번에는 성사되는 거야?"

코로나 때문에 멈추었던  재개발 사업을 다시 추진한다는 안내장이 날아왔다.  


안양에는 대규모 양계장을, 당진에는 양송이 공장을, 서울에서는 건축업을 하시던 아버지는 유류파동으로 양송이 공장이 부도가 나자 안양 땅은 물론이고 고향의 선산까지 모두 날려버리고 그 여파로 마흔아홉이란 젊은 나이에 대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의 7 남매를 남기고는 일찌감치 이 세상을 떠나셨다. 세상 물정 모르는 우리들과 엄마는 우리 집 경제사정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친정아버지 돌아가신 지 어느덧 50여 년.  얼마 전부터 심심찮게 우리가 모르던 땅 쪼가리들이 나타났고 우리 7 남매는 작으나마 용돈을 받고 있다. 그 작은 돈이 주는 행복이란...


상속세만 10조를 내야 한다는 모 재벌가의 가족들이 우리만큼 행복할까? 지난해의 주식 배당금만 칠천이백억 원이란다. 요즘은 집값이 올라 우리에게도 '억'이라는 단어가 그다지 멀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억과 조'라는 숫자는 우리 같은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웬만한  재벌가 치고 왕자의 난이 일어나지 않은 곳이 없고 돈 앞에서는 가족이 남이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세상이다.


이것은 재벌가만의 일이 아니다. 장남에게 상속된 건물을 뺏고자 유류분 청구소송을 벌여 지분을 받은 후 형제들과 생이별을 한 여동생,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둘째에게서 부모님을 몰래 모셔가서는 집을 통째로 빼앗은 매정한 형,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에게만 재산을 물려주고자 건물을 통째로 팔아 숨기고는 아들에게 생활비까지 요구하는 엄마 등 이 세상에는 별의별 일이 일어나고 있다.


시댁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손주와 장남에게 거의 모든 재산을 물려주신 시아버지께서는 다른 형제들이 소송이라도 할까 봐 갑자기 각서를 쓰라고 윽박 지르신다.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형편이 어려운 딸이 빌려간 돈은 빨리 갚지 않는다고 독촉하시면서 그저 장남만 눈에 보이시는가 보다. 조금 남아있는 땅이라도 딸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면 그런 걱정까지는 안 해도 되련만 고지식하고 편협한 생각 때문에 누군가의 가슴은 멍이 들고 형제들끼리는 불란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하긴 돈 앞에서는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나도 공돈이 생긴다는 말에 처음에는 무척이나 기뻤지만 아버지 돌아가신 지 오래된 우리 집의 경우 옛날 방식으로 배분이 되기에 큰오빠는 3 나머지 오빠들은 2 딸인 나는 1밖에 받지 못한다. 아니 우리 아버지가 살아 계셨더라면 그 1도 받지 못했으려나?


요즘 현명한 사람들은 자녀들이 상속세를 적게 내도록 이런저런 묘안을 내고 있단다. 보험설계사가 와서도 나에게 그런 묘안을 말하려 했으나 나는 일언지하에 그 말을 막아버렸다.  멍청한 생각인지는 몰라도 우리 부부가 한평생 살고 난 후에 가져가는 건 몰라도 지금부터 아이들이 부모 재산에 침을 흘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큰 딸의 시집간 친구들이 모이기만 하면 부모들의 뜻과 상관없이 이미 부모들의 재산은 두 동강 세동강이 나고 최대한 부모님께 얹혀살라고까지 한단다.


이 세상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 돈이다. 많을수록 좋겠지만 그 많은 재산에 눌려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100 년도 못 살면서 1,000 년을 살 것처럼 끝없이 욕심을 부리고 있다.  불처럼 타오르는 탐욕을 제지하며 그래도 이만하게 살고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그까짓 돈 때문에 소중한 인연까지 끊어져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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