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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어디에서 왔니?

반려견

by 마미의 세상

우리 가족에게 한없는 기쁨을 주고 있는 달콩이가 우리 집에 온 지도 어느새 두 달. 처음 왔을 때 1.5 킬로그램 밖에 안 되던 녀석은 어느새 2.4 킬로그램이 되어 두 배가 되었으나 식사 준비를 하다가도 소리 없이 발밑에 다가온 녀석을 몇 번이나 밟을 뻔했는지 모른다. 지인들이 모임에서 손주나 반려견 사진을 보여 주며 길게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한껏 비웃던 내가 그대로 따라 하고, 혹시 귀가가 늦어지기라도 하면 안달복달하다가 미리 빠져나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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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겨 두었다가 돌아올 때면 미친 속도로 달려와 마치 몇 년은 떨어졌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한참 동안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한다. 밤에 두세 번은 화장실 가는 우리에게 자다가도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녀석. 아마도 이 맛에 사람들이 강아지를 키우지 싶다.


그 녀석은 내 오래전 취미였던 바느질도 다시 시작하게 했다. 관련 책도 구입하고 안 입는 옷과 자투리 천은 하나씩 하나씩 그 녀석의 옷이 되고 있다. 물론 산 것처럼 예쁘지도 편안하지도 않겠지만 나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사내 녀석에게 핑크 옷은 안 어울린다며 핀잔주는 딸들. 어쩌겠는가 나의 옷 중에 손에 잡히는 것이 죄다 핑크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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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어느 날 수원의 펫 샾에서 사 온 강아지, 달콩. 그런데 TV 프로그램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죽을 때까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암컷 강아지가 있다는 충격적인 방송을 보았다. 우리 달콩이도 혹시??

그리고 달콩이의 발가락에 난 피부병은 두 달째 아무리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도 낫지를 않는다. 그동안 사온 넥 카라가 세 개나 되지만 그 어떤 것도 녀석이 발을 빠는 것을 말릴 수가 없다. 수의사의 말로는 배변판 등이 지저분한 환경에서 장기간 있으면서 곰팡이 균에 오염된 것 같다고 한다. 한없이 안쓰럽고 미안하다. 예쁜 달콩이를 낳아준 달콩이 엄마는 잘 살고 있으려나?



작은 강아지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강아지는 점점 작아지고, 생식기는 거세당하고 어느 집에서는 목소리마저 내질 못한다. 미안한 마음에 차일피일 생식기 거세를 미루고 있던 중 그 녀석은 붕가붕가를 하다가 빠져나온 생식기를 넣지 못하는 웃픈 일이 일어났다. 당황한 것은 그 녀석만이 아니다. 우리 부부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쳐다만 보다가 냅다 지른 내 목소리에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나는 훌륭한 보호자가 아니다. 그저 예쁘다고 뽀뽀만 하고 꽉 껴안기만 하지 혹시 배변 실수를 하거나 아픈 발가락을 빨기라도 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엉덩이를 찰싹 때리기도 한다. 겁 많은 녀석은 나의 화난 목소리에 또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내가 너무 반가운 경우 가끔 오줌을 지리곤 한다. 이궁...

좋은 보호자가 되기 위해서 우리 아이들 키울 때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인연으로든 우리 집에 오게 된 달콩이. 생이 다할 때까지 우리 행복하게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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