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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Dec 01. 2020

너는 어디에서 왔니?

반려견

우리 가족에게 한없는 기쁨을 주고 있는 달콩이가 우리 집에 온 지도 어느새 두 달. 처음 왔을 때 1.5 킬로그램 밖에 안 던 녀석은 어느새 2.4 킬로그램이 되어 두 배가 되었으나 식사 준비를 하다가도 소리 없이 발밑에 다가온 녀석을 몇 번이나 밟을 뻔했는지 모른다. 지인들이 모임에서 손주나 반려견 사진을 보여 주며 길게 수다를 떠는 사람들을 한껏 비웃던 내가 그대로 따라 하고, 혹시 귀가가 늦어지기라도 하면 안달복달하다가 미리 빠져나오곤 한다.



홀로 남겨 두었다가 돌아올 때면 미친 속도로 달려와 마치 몇 년은 떨어졌던 이산가족 상봉이라도 하듯 한참 동안 흥분을 가라앉히질 못한다. 밤에 두세 번은 화장실 가는 우리에게  자다가도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녀석. 아마도 이 맛에 사람들이 강아지를 키우지 싶다.


그 녀석은 내 오래전 취미였던 바느질도 다시 시작하게  했다. 관련 책도 구입하고 안 입는 옷과 자투리 천은 하나씩  하나씩 그 녀석의 옷이 되고 있다. 물론 산 것처럼 예쁘지도 편안하지도 않겠지만 나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사내 녀석에게 핑크 옷은 안 어울린다며 핀잔주는 딸들. 어쩌겠는가 나의 옷 중에 손에 잡히는 것이 죄다 핑크인 것을.


딸이 어느 날 수원의 펫 샾에서 사 온 강아지, 달콩. 그런데 TV 프로그램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죽을 때까지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암컷 강아지가 있다는 충격적인 방송을 보았다. 우리 달콩이도 혹시??  

그리고 달콩이의 발가락에 난 피부병은 두 달째 아무리 소독하고 연고를 발라도 낫지를 않는다. 그동안 사온 넥 카라가 세 개나 되지만  그 어떤 것도 녀석이 발을 빠는 것을 말릴 수가 없다. 수의사의 말로는 배변판 등이 지저분한 환경에서 장기간 있으면서  곰팡이 균에 오염된 것 같다고 한다. 한없이 안쓰럽고 미안하다. 예쁜 달콩이를 낳아준 달콩이 엄마는 잘 살고 있으려나?



작은 강아지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강아지는 점점 작아지고, 생식기는 거세당하고 어느 집에서는 목소리마저 내질 못한다.   미안한 마음에 차일피일 생식기 거세를 미루고 있던 중 그 녀석은 붕가붕가를 하다가 빠져나온 생식기를 넣지 못하는 웃픈 일이 일어났다.   당황한 것은 그 녀석만이 아니다. 우리 부부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고 쳐다만 보다가 냅다 지른 내 목소리에 겨우 안정을 찾았다.


나는  훌륭한 보호자가 아니다. 그저 예쁘다고 뽀뽀만 하고 꽉 껴안기만 하지 혹시 배변 실수를 하거나 아픈 발가락을 빨기라도 하면 소리를 지르거나  엉덩이를 찰싹 때리기 한다. 겁 많은  녀석은 나의 화난 목소리에 또 외출했다가 돌아오는  내가 너무 반가운 경우 가끔 오줌을 지리곤 한다. 이궁...

좋은 보호자가 되기 위해서 우리 아이들 키울 때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인연으로든 우리 집에 오게 된 달콩이. 생이 다할 때까지 우리 행복하게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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