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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an 05. 2021

집콕만 하는 내가 자가격리를!

일 년 내 '코로나' ' 코로나' 입과 귀에 달고 살아왔지만 그저 남의 일로만 생각했다. 일상에 변한 것이라고는 외출할 때마다 마스크를 챙겨야 하는 불편함과 그저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코로나는 우리 가까이 와 있었다.


지지난 달 말 김장을 위해 큰 집에 모일 계획이었으나 형님이 미열이 나는 등 몸에 이상 기운을 느껴 큰 시누이 집에서 대신하게 되고 우리 집은 두 딸과 함께 김장을 끝내고는 주말에 시부모님을 뵈러 여주에 다녀왔다. 그때 까지만 해도 우리 모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 다음 화요일, 형님이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 병원으로 실려가고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였던 시아주버님은 급히 코로나 검사를 받아 음성으로 판정은 났으나 아주버님과 만났던 시누이네 가족과 김장을 도와주러 왔던 시누이 친구들, 또 시부모님, 시부모님과 만났던 우리 가족까지 2주일 동안 불안에 떨어야만 했다.


일 년 내 감기를 달고 사는 나는 열이 나는 것 빼고는 딱 코로나 증상을 달고 살기에 그 불안감이란 끝도 없었다. 다행히 2주간이 지나 모두 음성 판정이 나고서야 편안해졌다. 한 달 정도 입원 치료 후 퇴원한 형님은 아직도 자가격리 중이라 얼굴은 보지도 못한 채 준비해 간 음식만 문 밖에 두고 와야 했다.


그동안 답답했던 남편은 친구들과 모처럼 산에나  다녀오겠다 해서  '산인데 뭘!' 하며 다녀왔으나 문제는 다음 월요일 산에 같이 간 친구 하나가 확진 판정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오지 말라고 그렇게도 이야기했다는데 오랜만에 친구들 만날 생각으로 참석했었나 보다. 등산일이 토요일이었고 일요일에는 따로 사는 두 딸도 종일 함께 있었기에 우리 온 가족은 즉시 코로나 검사장으로 향했다.  지난해 새내기로 직장에 들어간 둘째 딸은 상사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가 당장 집으로 가있으라는 말을 듣고는 울며 불며 전화했고, 고지식하기만 한 큰 딸은 이 시국에 산에 간 아빠를 원망하는 전화를 끊임없이 걸어왔다. 그저 밉기만 한 남편에게 화라도 내고 싶었지만 종일 그 친구 옆에 있었다는 남편은 음성 판정을 받고도 지레 코로나 환자가 되어 불안에 떨고 있어 도리어 내가 안심시켜야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각자의 집에서 뜻깊은 연말연시를 자가격리로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지내고 말았다.


형님의 발 빠른 조치는 온 가족에게로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으나, 생각 없는 한 친구의 행동은 친구 가족들까지 회사에 나가지 못한 채 자가격리를 하며 불안에 떨게 했다. 물론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야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친구들의 가족에게까지 불편함을 주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을는지...

이제는 정말 코로나의 '코'자만 들어도 지겹다. 처음 유행할 때 일 년 안에 끝나지 않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비웃었으나 이제는 내년 안에도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를 겨우 잡는다 해도 또 다른 강력한 바이러스가 생성되어 영영 자유롭게 생활할 수 없을는지도 모른다.


자영업을 해봤던 나는 길가에 '임대 문의'라는 글씨를 볼 때마다 가슴이 저려온다. 또 방호복을 입은 의료인들의 지친 모습을 볼 때는 안쓰럽기 짝이 없다. 나쁜 세균들은 겨울 추위와 함께 모두 날려 버리고 꽃피는 봄쯤에는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정말 간절히 빌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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