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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an 08. 2021

코로나 블루 치유에는 반려견이 최고!

언제부터인가 사람들과의 만남에 흥미가 없어졌다. 어떤 이는 만나면 자식 자랑, 돈 자랑이 이어지거나 또 어떤 이는 잘 나가는 사람의 험담으로 시간을 보낸다. 생전 전화 한 통 없다가 아주 친한 척 연락해서는 자식 결혼시킨 후 연락을 끊는 사람까지. 나이가 들면 친구가 최고라 했지만 이렇게 내키지 않는 만남을 하나 둘 정리하다 보니 내가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위로해 줄 친구는 남아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이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동안 무심하게 보아 넘겼던 사물을 꼼꼼히 바라보며 카메라로 찍었을 때의 아리따운 모습은 나를 기쁨으로 가득하게 한다.  "남편은 매번 찍은 꽃을 왜 또 찍어? " 하며 투덜거리기 일쑤지만 내가 원하는 모습을 보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의 설렘과 컴퓨터로 확대해서 보았을 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틈만 나면 여행길에 나선다. 그런데 그 모든 여행길이 코로나로 인해 막혀 버리고 말았다.


그때 우리 집에 온 예쁜 강아지 '달콩이'. 나의 슬기로운 집콕 생활의 비법은 달콩이다. TV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던 나의 시선을 자기에게로 돌려서는 끝없는 기쁨을 주고 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난 뒤에는 나의 껌딱지가 되어 졸졸 쫒아다니는 통에 몇 번이나 그 녀석의 발을 밟을 뻔했는지 또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면 거실에서 자다가도 어느새 책상 의자 밑에 바짝 붙어 있는 통에 의자로 그 녀석을 몇 번이나 칠뻔했는지.  내 입에 뭔가 들어가기라도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다가와서는 그 귀여운 얼굴에 아련한 눈을 해가지고는  쳐다보고 있다. 그래서 하나 둘 주다 보니 이제 사료는 먹지를 않는다. 가족들에게 온갖 구박을 받으며 자제를 하고 있으나 너무 어렵다.

"맛있는 것 먹고 조금 짧게 살지 뭐"

"짧게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병이 든다고!" 

이구 나쁜 지지배들...



털북숭이 강아지에게 필요한 것이라고는 외출복뿐이건만 시간만 나면 전에 취미로 만들다 남은 천 조각을 이어  그 녀석 옷을 만들곤 한다.  손바느질로 한 땀 한 땀 만든 것이라 시중에 파는 제품만 하겠냐마는 만들어 입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남편이 강아지를 데려 온 이유 중 하나는 소파에 딱 붙어사는 마누라를 조금이나마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하필이면 겨울이 온 것이다. 그래도 대낮에 아파트 한 바퀴라도 산책하고 오면 한 나절이 훌쩍 가버린다. 


코로나 2.5단계에 들어선 요즘은 동네 뒷산도 막혀버려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안양천과 근처 공원뿐이다. 내가 강아지를 키우고 나서야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부부끼리 또는 친구끼리 산책을 온 사람들도 있지만 강아지 산책을 핑계 삼아 나온 사람들도 많다.

아무리 반려인이 좋다 하더라도 개는 개가 좋은가 보다. 사회성이 너무 좋은 우리 달콩이는 3 킬로그램도 나가지 않지만 자기보다 두세 배 되는 강아지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꼬리를 마구 흔들며 따라가는 통에 다른 개들이 도망가거나 짖기 일쑤다. 달콩이는 외로울 수 있는 산책길에 동반자가 되어주고 또 모르는 사람들과는 소통의 장까지 만들어준다. 안양천 애견 놀이터에 갔을 때는 엄마들의 모임까지 있는 듯하다.  서로 옷도 만들어주고 정보도 교환하고 개는 개끼리 좋은 시간 가지고 엄마는 엄마끼리 친분을 쌓고 있다.


매일 가는 안양천이 지겨워 지난 주말에 남편과 부천에 있는 상동 호수공원에 다녀왔다. 보리와 황하코스모스를 담기 위하여 매년 사진을 찍으러 갔던 곳이다.  그곳 역시 많은 강아지들이 나와 있었다. 공원 한 바퀴 도는 것이 그다지 짧은 거리는 아니건만 안으로 한 바퀴 동산 위로 또 한 바퀴 돌고도 달콩이는 피곤한 기색 하나 없다. 아니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너무 즐거워 보인다.




유명한 관광지와 동해안의 해수욕장까지 막혀버린 요즘 우리는 강아지 산책을 핑계 삼아 가까운 공원이나 호수를 찾고 있다. 벌써 금요일. 두 딸이 오는 주말이다. 달콩이는 누나들이 기다려지기는 할까? 서로 달콩이를 안고 뽀뽀 세례를 해대는 통에 요즘은 소파 밑으로 숨어 버리곤 한다.



오랜 집콕 생활로 지쳐버린 사람이 있다면 강아지 한 마리 키워보는 것을 권한다. 물론 기쁨만 주는 것은 아니다. 먹을 것 챙겨주고 배변 처리해주고 목욕시켜주고... 그래도 더 많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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