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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Nov 28. 2021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마운 거야

소금산 출렁다리, 레일 바이크

지난달 두타산 산행 시 들른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를 보고는 바로 옆 동네에 사시는 시부모님과 와야겠다 하고 다시 찾은 것은 아버님 생신 때다. 물론 90이 넘으신 부모님께서 출렁다리까지 오를 수는 없지만 레일바이크를 운영하고 있어 부모님께서 편안하게 산과 계곡, 하늘 위 출렁다리까지 보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인터넷 예약까지 미리 해 놓은 터라 느긋하게 근처의 원 씨 종중 묘소도 참배하고 예약시간 10분 전쯤에야 간현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이다. 부모님은 거의 끝에 줄을 서야 했고 걸음걸이가 불편하신 부모님은 우리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열차에 타실 수 있었다. 다행히 고마운 분들이 있어 자리를 양보해주신 덕에 부모님은 편안하게 앉아서 레일바이크 출발점인 판대역까지 가실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판대역에 내려서였다. 이미 출발지에 도착했고 관광객 대부분은 커플들이거나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였기에 우리는 가장 늦게 바이크 승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앞에서부터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덜 걷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바이크를 오래 타기 위해서인지 사람들은 뒤에서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미 대부분의 바이크는 관광객들이 타고 있어 저 멀리 앞까지 걸어야 했다. 빨리 걸으려 해도 보행이 불편하신  부모님은 빨리 걸으실 수가 없었다.  모두가 자리 잡고 출발을 기다리는 기나긴 행렬을 우리 네 명은 비틀비틀 걸어갔고 바이크 운영자는 그저 우리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누구도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을 걸어가며 민망하기도 하고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여 남편에게 눈짓을 했다. 남편은 용기를 내어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했지만 선뜻 양보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판대역부터 간현역까지는 약간 경사가 졌기에  열차를 타고 가서 약간 경사진 철길을 레일바이크를 타며 내려오므로 그렇게 힘이 들지는 않다.



순간 내가 왜 이걸 타자고 해서 부모님을 힘들게 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커져갈 때 어떤 젊은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우리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이다. 정말 어찌나 고마운지 큰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남편의 독설이 시작되었다.

"나쁜 놈들 어르신에게 좀 양보를 해야지. 뭐 이런 개xx 경우가 다 있어!"

나는 열심히 바퀴를 돌리며 남편의 입을 막아야 했다. 

"여보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양보해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마운 거야."

앞 뒤 칸에 탔던 사람들은 한동안 꽤나 불편했을 것이다.




동굴에서 나온 레일바이크가 계곡 위를 날아가는 모습이 환상적이어서 부모님께 좋은 구경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 불편한 기억만 남겨 드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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