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산 출렁다리, 레일 바이크
지난달 두타산 산행 시 들른 원주 소금산 출렁다리를 보고는 바로 옆 동네에 사시는 시부모님과 와야겠다 하고 다시 찾은 것은 아버님 생신 때다. 물론 90이 넘으신 부모님께서 출렁다리까지 오를 수는 없지만 레일바이크를 운영하고 있어 부모님께서 편안하게 산과 계곡, 하늘 위 출렁다리까지 보실 수 있을 것 같았다.
인터넷 예약까지 미리 해 놓은 터라 느긋하게 근처의 원 씨 종중 묘소도 참배하고 예약시간 10분 전쯤에야 간현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것이다. 부모님은 거의 끝에 줄을 서야 했고 걸음걸이가 불편하신 부모님은 우리의 부축을 받고서야 겨우 열차에 타실 수 있었다. 다행히 고마운 분들이 있어 자리를 양보해주신 덕에 부모님은 편안하게 앉아서 레일바이크 출발점인 판대역까지 가실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판대역에 내려서였다. 이미 출발지에 도착했고 관광객 대부분은 커플들이거나 어린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였기에 우리는 가장 늦게 바이크 승차장으로 갔다. 그런데 앞에서부터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덜 걷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바이크를 오래 타기 위해서인지 사람들은 뒤에서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미 대부분의 바이크는 관광객들이 타고 있어 저 멀리 앞까지 걸어야 했다. 빨리 걸으려 해도 보행이 불편하신 부모님은 빨리 걸으실 수가 없었다. 모두가 자리 잡고 출발을 기다리는 기나긴 행렬을 우리 네 명은 비틀비틀 걸어갔고 바이크 운영자는 그저 우리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누구도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을 걸어가며 민망하기도 하고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여 남편에게 눈짓을 했다. 남편은 용기를 내어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했지만 선뜻 양보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순간 내가 왜 이걸 타자고 해서 부모님을 힘들게 하나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모르게 외면하는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커져갈 때 어떤 젊은 엄마가 아이들과 함께 우리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는 것이다. 정말 어찌나 고마운지 큰 절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남편의 독설이 시작되었다.
"나쁜 놈들 어르신에게 좀 양보를 해야지. 뭐 이런 개xx 경우가 다 있어!"
나는 열심히 바퀴를 돌리며 남편의 입을 막아야 했다.
"여보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양보해 주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고마운 거야."
앞 뒤 칸에 탔던 사람들은 한동안 꽤나 불편했을 것이다.
동굴에서 나온 레일바이크가 계곡 위를 날아가는 모습이 환상적이어서 부모님께 좋은 구경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 불편한 기억만 남겨 드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