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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Jan 25. 2022

새해 소망이 뭐냐고요?

나이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될 때는 그저 죽을 것만 같더니 이제는 육십에 혹이 몇 개 붙었는지조차 관심이 없다. 60대에는 시간이 시속 60 킬로미터로 간다고 했던가?  가로수로 심어진 칠엽수에 움이 트나 하고 보면 어느새 초록 이파리가 하늘을 가리고 단풍이 드나 하고 보니  아스팔트를 노랗게 물들이던 단풍잎들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그리고 한 해가 또 시작되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희망찬 꿈을 꾸며 시작한다. 올해는 그런 꿈을 꿀 여력도 없이 어느새 1 월이 거의 지나가고 있다. 몇 일째 무거운 돌덩이 하나 올려놓은 듯한  체증이 가시지를 않는다. 매일 늘어나는 코로나 환자 소식과 대통령 후보 관련 비리와 변명들로 도배되는 지겨운 뉴스 때문만은 아니다. 가까운 지인이 승진 문제로 늘 술과 담배만 피우며 안달복달하더니만 위와 장에 암 덩어리가 생겼단다. 


나도 직장을 그만둔 것이 내가 신입사원 교육을 시킨 남자 직원이 내 상사로 올 것 같은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때 과감하게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다녔더라면 욱하는 성격을 가진 나도 그 스트레스 때문에 몸 어딘가 고장이 났을지도 모른다.  초기 암이면 몇 년 잘 치료하면 완치된다고는 하나 일단 암 판정을 받으면 누구나 가슴이 철렁하지 않을 수 없다.  


연초부터 나의 건강염려증이 발동되었다. 목과 허리에 디스크가 있어 늘 온몸이 아픈 데다 젊어서부터 생긴 위장병 또한 나를 줄곧 괴롭혀 왔다. 어디 그뿐이랴. 요즘에는 눈도 잘 안 보이지, 무릎과 어깨 시술 후로는 온몸에 근육이 빠져 피부는 쭈글쭈글해지고 머리에 손만 대면 우수수 빠지는 머리카락을 보면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각종 약과 건강식품까지 챙기다 보면 먹어야 할 약이 한 움큼이나 된다. 또 요즘 같은 코로나 시국에  오후 서너 시쯤이면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해지며 머리도 아프고 기침도 하는 증상은 벌써 2 년째 지속되어왔다.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지난주 한의원에 갔더니 면역력이 떨어져 한약을 먹어야 한단다. 그 많은 양약에 이어 한약까지 먹고 있으니 과연 내 소중한 위와 간은 버텨낼 수 있을는지.


사람들은 나보고 왜 그렇게 열심히 사냐고 묻는다. 그것은 어려서부터 점술가들로부터 들어온 '단명'이라는 단어 때문이다. 빵 가게를 할 때 만났던 한 무당은 내가 단명수가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굿을 해야 한단다. 몇 번인가 들어 본 그 단명이란 단어는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단명이라고 하면 몇 살까지나 산다는 거예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무당은 당황한 듯 "한 육십..."

그때부터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그 하루는 너무나 소중해서 대충 살 수가 없다. 여기저기 문화센터에 다니며 뜻있는 시간을 보내려 애썼고, 매끼 식사도 그냥 때우는 것이 아니라 아주 진수성찬으로 먹으려 한다. 내가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 여행할 때, 사진 찍을 때 그리고 맛있는 것 먹고 좋은 사람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이기 때문이다.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누구 하나 구십이 넘으신 부모님 걱정을 하는 자식이 없다. 오지랖 넓은 나는 명절 보름 전부터 머릿속이 복잡하다. 고깃간을 지날 때 또 생선가게를 지날 때 시부모님께서 좋아하실 새로운 메뉴가 무엇일까 하고 머리를 짜 본다. 한 달에 한 번은 그렇게 준비한 음식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시댁에 내려간다. 시부모님은  "우리 둘째 며느리 밖에 없다"라며 무척이나 즐거워하신다.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나는 서울로 돌아오며 다음에는 또 무엇을 해다 드릴까 하고 고민을 한다.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 돈도 들고 몸도 힘들지만 누군가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는 것 또한 나의 즐거움 중 하나다. 


2022년 한 해는 어떻게 보낼까? 조심스럽게 소망해본다.

첫째, 건강하게 사는 것이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 해도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래 사는 것보다 짧게 살더라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 지금 먹는 한 움큼의 약이 연말쯤에는 한 개라도 줄어들 수 있도록 운동도 하고 좋은 생각만 하련다.


둘째, 올해도 변함없이 열심히 사는 것이다. 늘 새로운 분야에 맞닥뜨리면 눈빛이 달라지고 나의 심장은 사정없이 내동댕이를 치곤 한다. 몇 달 전부터 뜬금없이 연극을 시작했다. 연극 동아리가 과연 얼마큼 성과를 낼지는 모르지만 빵집 아줌마, 사진작가, 여행작가에 이어 올해는 배우까지 꿈꾸어보련다. 물론 시간 나는 대로 사진 찍고 글 쓰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은 물론이다.


셋째, 한 번쯤 지방에 내려가 살고 싶다. 3월이면 남편이 근무하는 건설회사의 공사가 끝이 난다. 몇 달만이라도 재택근무를 해서 다시 제주살이를 하고 싶다. 몇 년 전 반 년간의 제주살이는 정말 꿈과 같은 시간이었다. 다시 내려가 이번에는 제주의 봄을 만끽하며 채 오르지 못했던 오름들을 오르고 싶다. 재택근무가 아니라면 지방 현장에라도 발령이 나서 60여 년간 살아온 서울을 처음으로 떠나서 살아보고 싶다. 


90세가 넘은 어떤 사람이 "60세면 인생이 끝난 줄 알았어요. 90세까지 살 줄 알았다면 60세에 뭐라도 해봤을 텐데."라고 하더란다. '액티브 시니어'라고 자칭하는 나! 가는 세월 빠르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하루하루 소중하게 살다 보면 나의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말고 꿋꿋하게 만사에 감사하며 살련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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