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미의 세상 Jan 24. 2021

충주호의 종댕이길

 

서울 마포에서 태어나 서대문에서 자랐고 중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양천구에 뿌리를 내린 나는 그야말로 완전 서울 토박이다. 서울이라 해도 상계동이나 강남만 가도 낯설어하는 내가 결혼 후 가야 할 고향이 생겼을 때, 시댁에 간다는 생각보다는 나들이 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여주'와의 인연이 생겼고 남편이 '서산'으로 발령이 났을 때는 한참 사진을 찍던 시기였기에 매주 기꺼이 내려가 서산을 두루 돌아다녔다. 그리고 또다시 인연을 맺게 된 도시 충주, 둘째 딸의 근무지다. 이제부터는 딸을 핑계 삼아 자주 내려가 보련다.



걷기 열풍에 빠진 우리나라는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그곳의 풍광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다양한 길이 만들어져 있다. 일단 가고 싶은  관광지를 들른 후에는 명품 길을 놓치지 않고 다녀오려 한다. 충주에도 비내 길 하늘재 길 반기문 꿈자람 길 등 많은 길이 있지만 바다가 아니라면 호수라도 보며 걷고 싶어 찾은 곳이 종댕이 길이다.


 '종댕이!' 친근한 충청도 사투리 일 것만 같은 이름에 지레 호수 쪽으로 툭 튀어나온 땅의 모양이 작은 종기를 닮아 종댕이라 하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했으나 충주댐을 만들기 위하여 수몰된 종당 마을에서 그 이름을 따왔다 한다.


도로 위에서 내려다본 충주호


종댕이길은 충주호가 잘 내려다보이는 531번 지방도로 바로 아래에 있다.  '마즈막재 주차장'에 주차해놓고 종댕이길을 따라 걸을 수도 있고,  주차장에서 산 아래 펼쳐지는 충주호를 즐긴 다음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기도 좋다. 주차장부터 종댕이 오솔길까지 약 1 킬로미터 자동차 길을 따라가야 하기에, 또 종댕이길을 다 돌아보기에 체력이 딸리는 사람은 중간쯤에 있는 숲해설 안내소에도 몇 대의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므로 그곳부터 시작해도 된다.


종댕이 길 안내도

산 중턱의 지방도로에서 시작된 좁은 오솔길은 충주호 가까이까지 잠시 내리막길을 내려가야 한다. 여름이었으면 꽤나 울창했을 숲은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고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모습이 전형적인 겨울 풍경이다. 바사삭 부서지는 소리가 좋아 일부러 그 소리를 즐긴다.


마즈막재 주차장에서 종댕이 오솔길까지 약 1 킬로미터 정도 도로를 따라 걸어가야 한다.



원터 정

생태 연못을 지나고부터는 충주호의 잔잔한 수변 풍경과 함께 오르막과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며칠 전 내린 눈으로 산과 호수의 풍경이 색다르다.  뽀드득거리는 눈을 밟으면서도 귓가에 스치는 바람이 그다지 차지 않다.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의 소곤거림과 웃음소리로 마음이 한층 느긋해진다.  관광객이라기보다는 충주 시민들이 산책 삼아 나온 듯하다.



신경림 시인의 시 '별을 찾아서'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수초섬은 충주호의 수질을 개선시키고 어류와 조류에게는 서식지를 만들어주며 보행자들에게는 독특한 볼거리를 만들어 준다.



해학적인 두 장승을 지나 오르는 길이 종댕이 고갯길이다. 고개라더니 나무다리를 넘는 순간 밍계정으로 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다. 내린 눈이 녹다가 낙엽과 함께 다시 얼어붙어 빙판이 되었다. 그저 운동화를 신고 나섰기에 50여 미터도 안 되는 길을 네 발로 기며 내려와야 했다. 여태 눈 내린 모습에 몇 번이나 멋지다 했건만 이때만큼은 눈이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다.





참나무는 대개 한줄기로 성장하는데 특이하게 세 가지로 나온 나무를 '삼 형제 나무'라 하고 연인이 키스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신갈나무는  '키스나무'다.


눈 길에 미끄러질세라 조심조심 걷다 보니 어느새 많이 되쳐지고 말았다. 엄마가 걱정이 되는지 8개월 된 반려견 달콩이는 연신 뒤돌아보며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처음 경험해보는 차가운 눈에 당황했을 법도 한데 그 많은 계단을 지치지도 않고 잘도 오른다. 하늘땅만큼 예쁜 우리 강아지. 

"조금만 기다려 엄마가 빨리 쫒아갈게!"





소원바위
츌렁다리


겨울이라고 해야 몇 번 내리지 않는 눈, 게다가 서울에서는 눈이 내렸다 해도 어느새 녹아버려 눈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쓸쓸했을지도 모를 종댕이길을 빛나게 해 준 충주호의 설경으로 가슴이 뻥 뚫린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으악새 슬피 우는 명성산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