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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Feb 03. 2021

요즘 남이섬은...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주말만 되면  '오늘은 어디 갈데없을까?' 하며 고민에 빠진다. 코로나로 웬만한 곳은 다 막혀버렸고 게다가 강아지와 함께라면 더더욱 갈 곳이 없다.  그러다 생각난 곳이 남이섬이다. 지난 홍수 때 물에 잠겼다던 섬은 어떻게 변했을까?



새벽부터 냅다 달려가 만난 남이섬은 온통 물안개에 휩싸여 그 모습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다. 혹여 그 신비로운 분위기를 깰까 서서히 고목 사이로 빨려 들어간다. 방금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는지 멋들어진 숲길에는 오직 우리뿐이다.  다다닥 소리에 놀라 눈을 돌리니 청설모다. 어찌나 빠른지 카메라를 들기도 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 타조다! 거의 우리만 한 녀석들이 먹이를 달라고 몰려드는 모습에 나는 그만 얼음이 되고 만다. 얼마 전 양 떼 목장에서 먹이 달라고 모여들던 알파카 녀석이 갑자기 침을 뱉는 바람에 혼비백산한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천방지축 우리 강아지는 처음 본 커다란 타조를 무서워하지도 않고 꼬리를 흔들며 우리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어이구.



드디어 도착한 메타쉐콰이어 길. 드라마 '겨울연가'의 인기로 외국 관광객까지 무더기로 오는 바람에 아무리 첫 배를 타고 들어가도 이 길의 한적한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오늘은 우리뿐이다. 길게 늘어선 나무 사이로 걸으며 옛 드라마의 모습도 떠올려본다. 에이 눈이 내렸으면 더 좋았을 것을...



오랜만에 와본 남이섬은 구석구석 나무와 돌로 만든 조각품에 인공폭포까지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그저 숲만 있으면 밋밋했겠지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놀이공간, 다람쥐 청설모 공작새 타조와 같은 동물, 게다가 반려견들이 놀 수 있는 애완견 놀이터인 투게더 파크까지. 하룻밤 묶어 갈 수 있는 방갈로와 호텔도 골고루 갖추고 있어 한국관광 100선에 연이어 오르나 보다.




강가 쪽으로 내려오니 북한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어느새 물안개는 사라지고 얼음이 두둥실 떠있는 강가에는 오리들이 배가 고픈지 연신 자맥질 중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헛다리의 삐그덕거리는 소리에 옛 정취가 느껴지고, 북한강 한가운데서 바라보는 강은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아 주변의 산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평화로운 모습에 몸도 마음도 다시 한번 릴랙스.




섬의 오른쪽 숲 속을 걸을 때와는 전혀 다르게 잔잔한 수변 풍경과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비록 화려한 단풍이 없어도 또 눈 덮인 황홀한 모습이 아니어도 그저 시적시적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꿀맛이다. 화려했던 시간을 보내고 가지가 꺾여 얼어붙어 버린 연도 봄이 오면 다시 싹이 트겠지?



남이섬에는 공조판서와 병조 판서를 역임했다는 남이장군의 묘가 있다. 이 묘소 때문에 섬의 이름이 남이섬이 되었나 보다. 그렇게 여러 번 왔으면서도 이곳을 눈여겨본 것이 처음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중앙 통로에는 각종 음식점과 위락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역시 남이섬은 연인들의 천국이다. 젊은 커플들이 데이트 코스로 많이 오는지 전체적인 분위기도 음식점도 젊다. 애견을 동반할 수 있는 식당이 한 곳뿐이라  식사는 밖에 나가서 하려고 대충 훑어보고는 배가 오기를 기다렸다.





홍수 때만 물이 잠기던 땅이 청평댐 건설로 섬이 되었다는 남이섬은 잠깐일지언정 배를 타고 가는 즐거움도 있고, 이른 아침 신비로운 분위기에 빠져도 봤고. 느긋한 강 풍경과 함께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걸어 다니게 했다. 오후가 되면 차가 막힐세라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으나 또다시 가고 싶은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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