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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Feb 15. 2021

철원 한탄강에서 즐기는 '물 윗길 트레킹'

한탄강은 지난해 7월 세계 지질공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그 옛날 화산 폭발로 뜨거운 용암이 훑고 간 흔적은 강 옆으로 수직 기둥의 주상절리를 만들어 내었다. 주상절리 외에도 크고 작은 바위들이 뒤엉킨 계곡의 멋진 풍광을 설치된 부교를 걸으며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이 '한탄강 물 윗길 트레킹'코스(태봉대교~송대소(은하수교)~승일교~고석정~순담계곡)다. 코로나로 인해 잠시 운영이 중단되었다가 최근에는 30분에 100명씩 제한적으로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트레킹 시작점인 태봉대교


태봉대교 아래로 내려와 우선 눈을 끈 것은 부교를 걸을 때마다 덜그럭거리며 부딪치는 얼음이 눈과 함께 서

서히 녹고 있는 모습이다.  강변에 남아있는 잔설과 얇아진 얼음이 만들어내는 은빛 세계는 환상적인 데다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아주 경쾌하다.



우리를 반기는 듯한 바람개비가 꽂혀있는 부교


트레킹 코스는 편안한 부교만 걷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검은 현무암이 뒤덮은 너덜길을 지날 때도 있다.  험한 길을 지나 만나게 되는 은하수교 아래 송대소의 멋진 경관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어 연신 탄성을 지르며 인증숏 찍기에 바쁘다.  제주 해변에서나 보았던 삼사십 미터의 수직 기둥들이 쭈빗쭈빗 올라온 주상절리를 이 한탄강에서 보다니.  자연의 신비로운 모습이 그저 신기하다.




한탄강 주상절리 길 1코스와 2코스를 연결하며 현무암 협곡을 탐방할 수 있도록 놓인 다리가 별들로 이뤄진 길이라는 뜻의 '은하수교'다. 한탄강을 탐방하는 코스는 물 윗길 외에도 은하수교를 건너는 한여울길을 따라 고석정까지 갈 수도 있다.


은하수교에서 내려다 본 물윗길과  물윗길에서 올려다 본 은하수교


은하수교를 지나고부터는 어디서 굴러왔는지 집채만 한 바위들이 강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무릉반석처럼 널찍한 바위가 있는가 하면 원숭이가 앉아있는 듯한 모습의 바위까지 각양각색의 바위를 보는 재미가 있다.  또 작은 돌멩이들이 모여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각각의 소원을 빌며 쌓아 올린 돌탑이 광장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은 강 아래 얼음길을 내려다만 보며 걷기가 아쉬웠는지 이미 녹기 시작해 물이 저벅저벅 까지 한 얼음 위까지 내려가 있다. 겁 많은 나는 남편을 따라 내려갔다가 우두득거리는 얼음 소리에  냅다 올라와 버렸지만 아마도 언 강을 많이 다녀 보았는지 겁 없이 내려가서는 미끄럼을 타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다.



얼마쯤 걸었을까?  승일교 앞 광장에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듯한 빙벽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승일교는 동송읍과 갈말읍을 잇기 위하여 놓은 다리로 철원이 북한 땅이었을 때 공사를 시작하여 6.25 전쟁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휴전 이후 우리가 다시 공사를 재개해 완성하였다. 남북의 합작품인 것이다.




지금은 사람만 통행이 가능한 승일교와 승일교를 대체하기 위해 새로 세운 빨간색의 한탄대교



드디어 철원팔경 중 하나인 고석정이다. 기암절벽으로 아름다운 강 가운데 특이하게 우뚝 서있는 석벽의 모습은 꽤나 웅장하다. 여름철 통통배를 타고 돌던 기억,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던 기억과 달리 오늘은 그 강 한복판의 부교 위를 걸으며 주상절리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조선시대의 의적 임꺽정의 근거지가 여기였다는데 어디쯤일까?



순담계곡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크고 멋진 기암괴석의 행렬이 이어진다. 커다란 돌덩이는 물과 바람으로 결결이 갈라지고 떨어져 예술작품이 되었다. 7 킬로미터 넘게 너덜길을 걸어온 무릎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지만 트레킹 마지막 순간까지 최고의 장면을 보여주고 있어 대만족이다.

'물 윗길 트레킹 코스' 적극 추천합니다.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건너편에는 이 한탄강을 산 정상쯤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잔도와 전망대등을 건설하고 있다. 물이 많은 여름철 물 윗길 트레킹이 어려울 때는 저 높은 곳에서 한탄강의 비경을 바라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물 윗길 트레킹 코스는 요즘 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철원군 축제위원회에 인터넷으로 예약 후 가면 편리하다.  코스 시작점인 태봉대교에서 순담계곡까지는 일방통행으로만 걸어야 한다. 중간에 은하수교나 고석정 또는 승일교에서 출입은 가능하나 역방향으로 걸을 수는 없다. 코로나 때문에 주차장까지 운행하던 버스는 멈춰 섰기에 순담계곡에서는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입장권(오천 원)을 사면 '철원사랑 상품권(오천 원)'을 주기에 택시비 또는 식비 등으로 이용하면 된다.


철원에는 또 다른 명소가 있으니 나이아가라 폭포를 연상시키는 직탕폭포,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을 모시고 있는 도피안사, 북한 노동당이 철원 지역을 관장하기 위하여 지은 건물인 노동당사 등이 있다.


높이 4 미터에 폭이 80 미터 가량 되는 직탕폭포


통일신라 시대 때 창건된 깨달음의 언덕으로 건너간다는 뜻의 도피안사


전쟁 때의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노동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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