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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r 01. 2021

강아지와 함께 오른 청양 칠갑산

천장호 출렁다리, 장곡사, 장승공원

오늘의 목적지는 청양이다. 고추의 고장 청양의 중심부에는 차령산맥에 속하는 500여 미터의 칠갑산이 있다. 

우리가 노래로 많이 부르던 '콩밭 매~는 아~낙네야"의 바로 그 칠갑산이다. 사전 지식이 부족했던 우리는 산세가 험해 '충남의 알프스'로 부른다는 사실도 모른 채 9개월 된 강아지까지 데리고 정상을 향했다.



원래는 장곡사로 올라 정상을 찍은 뒤 삼형제봉을 거쳐 장곡 먹거리촌으로 내려오는 10.2 킬로미터의 산행을 생각했으나 집에 혼자 있을 강아지가 안쓰러워 동반하다 보니 장곡사에서 정상까지 갔다가 주차장에 다시 내려오는 사찰로(왕복 6 킬로미터)를 택하게 되었다. 여의도 네 배나 된다는 칠갑산은 오르는 출발점에 따라 천장호 출렁다리, 자비정, 칠갑산 자연휴양림, 장곡사 등 청양의 다양한 볼거리를 볼 수 있다. 

자동차로 가지 않는다면 천장호 출렁다리에서 시작하여 장곡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잡아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천장호의 출렁다리를 보고 싶었는데 대중교통 상황을 모르기에 원점회귀 코스로 잡았다.


대웅전이 두 곳인 천년고찰 장곡사

가을이면 단풍과 함께 구절초가 피어난다는 아름다운 절 장곡사는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천년고찰 이라기보다는 그저 평범함 절집과 같은 것이 매우 친근하다. 하대웅전을 지나 상대웅전 가는 길 양 옆에 마주한 아름드리 고목 앞에서야 천년이라는 세월에 수긍하게 된다. 그런데 왜 장곡사에는 건축의 형태와 축조 시대까지 다른 대웅전을 두 개나 만들었을까?



장곡사에는 상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철불좌상, 석가 입멸 후 56억 7천만 년 뒤에 인간 세상에 내려와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륵불을 그린 '미륵불 괘불탱', 하대웅전에 모셔져 있는 '금동 약사여래좌상'등의 국보와 보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9개 월 된 강아지와 함께 오른 칠갑산

다른 코스에서 본 까마득한 계단에 지레 겁먹고 택한 장곡사 코스.  그러나 계단이 나뉘어 있을 뿐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장곡사를 뒤로 하며 오르기를 10여 분, 벅찬 숨을 몰아쉬며 거북바위를 만나고부터는 주변이 모두 소나무 숲이라는 것을 알았다. 제멋대로 휘 여진 소나무 줄기에 비치는 아침햇살이 꽤나 상쾌하다. 이 분위기가 좋아 이른 아침에 산에 오른다. 



두 개의 바위가 멀리서 보면 마치 거북이와 같다.


갑자기 풀린 날씨에 두꺼운 점퍼조차 짐이 될 지경이나 높이 올라갈수록 잔설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 이곳은 아직 겨울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린 길은 잘 다져져 편안했으나 가파른 곳에 놓인 계단을 몇 개나 올랐는지. 너덜길은 거의 없지만 결코 쉬운 산은 아니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겨울 산, 화려한 볼거리는 별로 없지만 수수하고 아늑한 산세에 굽이굽이 펼쳐진 칠갑산 능선은 마치 어머니 품속처럼 푸근했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능선


9개 월 된 강아지가 칠갑산 정상까지 올랐음에도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다.


칠갑산 장승공원

장곡 주차장 가기 바로 전 많은 장승이 있는 곳이 장승공원이다. 예부터 사람들은 마을 입구나 길가에 다양한 장승을 세우고는 마을의 안녕과 집집마다의 무병장수를 빌었다. 장승은 어찌 보면 괴기스럽다가도 또 어찌 보면 해학적인 모습으로 쌍을 이루고 있다.  

청양은 장승 문화 보존 지역이어서 테마 공원까지 만들고 매년 정월 대보름을 전후해서 장승제까지 지내며 그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한다. 공원에는 한국 장승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플로리다주의 토템과 캐나다 밴쿠버의 토템까지 선보이고 있다.


해학적으로 그려낸 작품들을 보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빨간 청양고추가 돋보이는 천장호 출렁다리

칠갑산 자락에 있는 인공 호반 천장호에는 출렁다리가 있다. 파주나 감악산처럼 하늘 높은 곳에 놓인 것이 아니라 찰랑대는 수면 바로 위에 있어 맑고 푸른 물의 청정함이 그대로 전해온다.  칠갑산에 둘러싸인 잔잔한 수변 풍경은 '충남의 알프스 '라는 문구가 딱 어울린다.



출렁다리를 건너가면 칠갑산 정상으로 오를 수도 있고 보행이 불편하신 분은 그저 둘레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의 피로를 날려 버릴 수 있다.


천장호 둘레길

요즈음 낮에는 영상권을 맴도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답답한 집에 있기보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산이나 호수로 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 자차를 이용해서 여행하다 보면 사람들과 마주할 일도 별로 없고 상쾌한 공기 마시고 땀 흘리다 보면 양다리는 뻐근하지만 가슴이 뻥 뚫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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