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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r 18. 2021

휴식을 찾아 떠난 칠곡에서 들은 칠곡 이야기

동명지 수변공원, 칠곡 숲체원, 호국평화 기념관

열심히 여행을 다닌다고 다녔지만 아직도 낯선 도시가 많다. 특히 경상도 쪽은 지리적으로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어 마음먹고 휴가로 떠나기 전에는 가기가 쉽지 않다. 이번 여행지로 찾은 칠곡에서의 하룻밤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칠곡군에는 칠곡읍이 없다

대구와 구미에 사이에 있는 '칠곡군'은 인구가 12만 명이나 되어 경상북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살고 있으나 군 중심부의 인구가 5만 명을 넘지 않아 아직 시로 승격되지 못하고 있다 한다.  내륙 깊숙이 낙동강이 흐르고 있는 칠곡에는 일본인 거류지였던 왜관이 있다. 조선시대 왜국의 노략질이 심해지자 평화적 통교자로 전환시키고자 왜인의 왕래를 허락하며 생긴 곳이다.


그 왜관읍이 칠곡읍보다 커지면서 군청 소재지는 왜관읍으로 옮겨갔고 칠곡읍은 대구가 광역시로 되면서 대구로 편입되어 버렸다. 칠곡 IC를 나가도 칠곡이 아닌 대구 북구요, 칠곡 씨지브는 대구광역시 북부에 있는 등 칠곡은 마치 대구의 위성도시 같아 보인다.


왜관 철교


칠곡이 호국의 도시로 불리는 것은

북에서 남으로 가로지르는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처절한 혈투를 벌였던 곳이 칠곡의 다부동 전투다. 국토의 10% 밖에 남지 않은 위기 상황 속에서 우리의 최후의 방어선이었던 낙동강을 지켜내려는 백선엽 장군의 55일간의 전투로 이 근방은 시산혈해 (사람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바다같이 흐른다)를 이루었다 한다. 그때 이 저지선이 지켜지지 않았다면!


유난히 파란 하늘 아래 유유히 흐르고 있는 낙동강, 그러한 과거의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 체 살아온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호국 평화 기념관


또한 칠곡에는 주한 미군기지인 캠프 캐롤이 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일본군의 항복을 받기 위하여 진주했던 미군은 6.25 전쟁이 발발하자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하게 되었고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에 따라 지금까지 합법적으로 주둔하고 있다. 



동명지 수변 생태공원 한 바퀴

서울은 벌써 여기저기 꽃이 피고 있건만 동명지는 이제야 겨우 봉우리들이 움트고 있는 것이 아마도 높은 팔공산의 찬바람 때문인가 보다. 호반의 곡선을 따라 걷는 동명지 둘레길에는 아직도 지난해 떨어진 낙엽이 쌓여있다.


송림 수변교



동명지는 천주교 순례길인 '한티 가는 길'의 4구간인 용서의 길이기도 하다. 넓고 맑은 호수를 바라보다 보면 그저 마음이 넓어지고 모든 것이 하찮아지기 때문에 용서의 길이라 했나 보다.  믿음을 지키기 위하여 이 머나먼 산골 마을에 숨어 살며 참담한 생활을 이어간 선조들도 있건만 용서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한 바퀴 돌고도 응어리가 풀어지지 않는다면 다시 한 바퀴 또 한 바퀴 돌며 마음을 비우면 되는 것을...



바람도 멈춰버린 푸른 호숫가는 평일이어서인지 인적도 드물고 오로지 새들만이 이 상쾌한 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호수 반 바퀴는 오솔길로 또 반 바퀴는 부력체를 이용한 부잔교를 걸으며 얼마 후 꽃이 필 동림지를 상상해 본다.




국립 칠곡 숲체원에서의 하룻밤

숲체원은 칠곡 외에도 대전 나주 춘천 등지에 있는 산림복지 전문기관이다. 사람들이 숲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산림에 대한 올바른 지식 및 가치관을 갖도록 다양한 교육을 행하고 있다.  팔공산 서쪽 학이 노닐었다는 유학산 800여 미터의 산 자락에 자리 잡은 숲체원에서의 하룻밤은 달콤한 휴식 그 자체였다.

흔한 TV조차 없어 오롯이 가족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자연보호를 위하여 일체의 일회용품을 준비해 놓지 않은 것을 보고는 우리가 자연을 얼마나 훼손하며 살았는지를 돌이켜 보게 했다.


다락방까지 갖추고 있어 아파트에서만 생활하는 아이들이 꿈과 같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객실 가까이 주차할 수 있어 편리하다


숲 캉스에서 빠질 수 없는 숲길 산책은 이른 아침이 좋다.  산책로로 마련된 다누리길(1,347 미터)은 보행약자도 쉽게 다닐 수 있도록 나무데크로 만들어져 있다.  물안개가 채 가시지 않은 촉촉한 길을 걷다 보면 상쾌함으로 온몸이 날아갈 듯하다. 







숲 해설사와 함께 하는 시간은 우리를 어린아이로 돌아가게 했다. 아직 봄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겨울산에서 과연 무엇을 볼 수 있을까 했건만 하얀 보자기에 돌과 나뭇잎으로 그림을 그려보고,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식물의 열매나 잎을 루페로 보며 그 섬세함에 놀라고, 우리의 눈높이가 아닌 하늘 높이 나르는 독수리의 시점에서 혹은 땅을 기어 다니는 벌레의 시점에서 보이는 색다른 숲의 모습에 우리네 인생살이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가져보고, 조용히 눈감고 바람소리 새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온통 자연에 빠져버린 듯하다.

 

산책 전 몸 풀기는 필수


일상을 벗어나 좋은 경치 보고 상쾌한 바람 듬뿍 마시고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임을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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