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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Apr 23. 2021

꽃피는 봄에 꼭 가봐야 할 자월도

언택트 관광지


그 옛날 풍랑 때문에 섬 밖으로 나가지 못한 관리들의 근심 어린 눈에 달이 검붉게 보였다 하여 "붉은 달의 섬"이라 불리는 자월도는 인천항에서 32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여의도보다 작은 섬이다. 백사장이 아름다워 여름철에는 많은 피서객들이 북적이지만 평소에는 한가하다 한다. 그 섬이 또 한 번 사람들을 유혹하는 시기가 바로 봄이다.


자월도는 이제야 봄꽃이 한창

쌓인 눈을 뚫고 노랗게 피어나는 복수초부터 노루귀 바람꽃 등의 야생화로  시작된 봄은  매화 목련 산수유에 이어 벚꽃 개나리 진달래가 필 때쯤이면 절정에 이른다. 코로나로 인해 화사한 봄꽃이 피어 사람들이 몰릴 것 같으면 미리 '출입금지' 팻말이 세워지는 요즘 우연히 찾은 자월도에는 아직도 화려한 봄꽃이 남아 있었다. 마을 집집마다 심어놓은 벚꽃뿐만 아니라 비록 조금 시들기는 했어도 목련과 동백꽃까지 보였다.



특히 국사봉을 오르다 만나는 7부 능선의 임도에는 벚꽃 길이 형성되어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비 맞으며 청정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때는 정말 횡재한 것 같다.


7부 능선의 벚꽃 띠
국사봉에서 바라본 독바위


목섬 근처는 기암괴석이 가득

자월 2리에 있는 목섬에 가려면 선착장 오른쪽인 갑진 모레 쪽으로 가야 한다.  갈매기 몇 마리만 앉아 있는 철 지난 모레 사장에는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도 희미한 것이 유난히 넓어 보인다.  문무 골에서 어류 골로 넘어가면 하니께 해변이 나오는데 그 끝에는 썰물 때 물이 빠져야 본섬과 만나는 목섬이 있다. 


갑진모레
왼쪽 끝에 있는 작은 섬이 목섬


입구에 빽빽하게 자라고 있는 조릿대 (키가 훌쩍 자란 것이 대나무 같기도 하고) 터널을 지나자 마치 하얀 눈이 내린 것처럼 벚꽃 잎들이 내려앉아 있다. 정자에 올라 만나는  호쾌한 바다 풍경.  이런  순간이 있어 나는 항상 여행을 꿈꾼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바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목섬


정자에서 목섬까지는 구름다리가 놓여 있고 다리 아래에는 기암괴석들이 절경을 이룬다.


국사봉 오르는 길에는 봄나물과 줄딸기가 한창

서울에서는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봄나물이 있어도 공해 때문에 나물 캐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청정구역인 자월도의 곳곳에는 나물 캐는 아낙네들이 많다. 낯선 이방인들을 경계하며 뚫어져라 보고 있는 흑염소는 우리가 무섭지도 않은지 가까이 가도 도망치지도 않는다.



"여보 이게 무슨 꽃인지 무지 많네"

"찔레꽃 찔레꽃도 몰라?"

식물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는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런데 인터넷에 나온 사진을 비교하면 줄딸기인 것 같은데...



이외에도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활짝 피어 있어 그들을 카메라에 담느라 엄청 손이 바빴다.  

"똑같은 꽃은 뭐하러 매일 찍니?" 기다림에 지친 남편의 투정. 그러게 왜 꽃만 보면 저절로 셔터를 누르는 것일까? 나는 그 작고 귀여운 녀석들을 카메라에 담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독바위가 있는 장골해변은 갯벌 체험지

국사봉에서 면사무소 쪽으로 내려오자 두 개의 큰 해변이 있는데 큰말 해변과 장골 해변이다. 마침 물이 빠진 해변은 저만치까지 속살을 내놓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굴과 조개 낙지 등을 잡고 있다.  이 섬의 보물과 같은 텃밭은 체험비도 받고 있지 않다.  에고 호미와 장화를 챙겨 올 것을!



바닷물이 들어오면 섬이 되어 섬으로 가는 문이 닫혀 버린다.





다양한 꽃들로 단장한 국사봉이 그리 높지 않아 수월하게 다녀올 수 있었고  엄마 품처럼 넓은 바다를 종일 있어 행복한 하루였다.  걷기 좋아하는 나는 섬의 바다와 산길을 따라 걸었고,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곳곳의 낚시터를 향해 갔으며, 라이딩을 좋아하는 사람은 가꾸어진 섬의 둘레길을 만끽하였다. 우리가 서둘러 선착장을 찾아갈 때 1박을 하는 가족들은 여유롭게 해루질을 하며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요새는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계속 놓이기 때문에 섬이 더 이상 섬이 아닌 경우가 늘고 있다. 섬 여행은 배를 타고 가야 그 맛이 느껴진다. 가까운 섬 여행을 꿈꿀 때 쉽게 갈 수 있는 섬이 자월도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각각 큰 보따리들이 들려 있다. 마대자루 가득 나물을 싣고 가는 사람 종일 잡은 물고기를 가져가는 사람. 내 보따리에는 선착장 근처에서 산 건 다래순과 엄나무순, 두릅이 가득 담겨 있었고 이번 주는 줄곧 나물반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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