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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May 10. 2021

소청도에 가면

언택트 관광지, 등대, 분바위, 철새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3시간 30분이나 가야 하는 소청도는 우리나라 서해 5도 가운데 가장 작은 섬으로 동서로 길게 9 킬로미터나 이어진다. 그 동쪽 끝에는 등대가 없던 시절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하얗게 빛내던 분바위가 있고, 서쪽 끝 80여 미터 급경사의 절벽 위에는 그림같이 아름다운 하얀 등대가 있다. 소청도는 멋진 관광지라기보다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어촌마을의 한적함과 함께 개발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음미하기 좋은 곳이다.


선착장


예동 선착장에서 소청 등대까지는 걸어서 두 시간

"소청도에는 작은 슈퍼마켓도 없으니 필요한 것 다 준비해 오세요"

문제는 슈퍼마켓이 아니다. 택시는 고사하고 버스 한 대도 없다. 얼마 전부터 운행을 개시했다는 '100원 행복버스'는 소청도 주민만 이용이 가능하기에 관광객은 무조건 발품을 팔아야 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지금 한참 만발한 노란 유채꽃으로 단장한 마을 모습과 그 너머의 짙푸른 바다 풍경이 있어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등대는 멀리서 볼 때와는 달리 드문드문 칠이 벗겨진 것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데다  절벽 끄트머리에 서있는 모습이 꽤나 위풍당당하다.  또 그 절벽 아래의 아찔한 풍경 앞에서는 절로 물개 박수를 치며 환호하게 된다. 이 모습을 보기 위하여 사람들은 그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는가 보다.


오른 쪽 구조물은 원래 등대가 있던 자리다


팔미도 등대가 1803년 최초로 만들어지고  부도 등대가 1804년으로 두 번째, 이어 1808년에 소청도 등대가 세워졌다 한다.


등대 건너 쪽 섬이 대청도다.


등대 아래의 멋진 해안선


백 년이 넘도록 서해 바다를 밝히고 있는 소청도 등명기

등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캄캄한 밤바다를 밝혀 배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두워지면 빛을 밝히는 등명기의 작동은 등탑에 올라가지 않고도 원격 조종으로 점등과 소등이 가능하다. 혹시 전기가 끊어질 경우를 대비해 발전기는 물론이고 예비 등명기까지 갖춰져 있다 한다. 등탑에 올라가 본 등명기 속의 전구(500 와트)는 생각보다 작았다. 그 작은 전구에서 나온 빛을 압축한 4개의 볼록렌즈가 해상 30 마일까지 비추는 것이다.

밝은 불빛을 보고 날아와 죽는 새가 안타까워 그물망을 설치한다든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았으나 속수무책이라 한다. 그 사체를 치우고 유리 벽을 닦는 것도 일이다.

  

110여 년이나 우리나라 서북단 밤바다를 비추고 있는 등명기


문제는 안개나 폭풍 등의 기상 이변이 있을 때다. 안개가 짙은 날에는 빛을 사용하는 등명기는 무용지물이다. 그때는 음향장치를 통하여 소리를 내거나 전파를 쏘아 운행 중인 선박의 위치를 파악하게 하여 어둠 속에 길을 잃지 않도록 돕고 있다. 요즘은 전국 해안이 DGPS(위성항법 보정 시스템)의 설치로 기상이변이 있을 때에도 배들이 길을 잃을 염려가 없게 되었지만 이런 시설이 없었을 시절에는 아낙네들이 선박이 길을 잃지 않도록 냄비 등을 두들겨 섬의 위치를 알렸다 한다.



안개 낀 날에는 등명기 대신 음향장치로 선박이 자선의 위치를 파악하게 한다.


마치 사진만 보면 북극 빙하 같은  분바위

어둠 속에서 달빛을 발사해 등대의 역할을 하였다 하여 '월띠'라 했다는 분바위 앞에 서면 마치 딴 세상에 온 듯하다. 실제 하얀 가루가 묻어 나오기도 하는 분바위는 소청도 남동쪽 해안을 따라 길게 분포되어 있다. 때마침 바닷물이 들어와 해변 길을 걸어 볼 수는 없었으나 자연이 만들어 낸 위대한 작품 앞에 또 한 번 머리를 조아렸다. 이곳 역시 백령 대청 국가 지질 공원에 속한다.








소청도 분바위가 지질명소로 지정된 것은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이 있기 때문이다. 둥글고 넓적한 조개 모양 비슷한 것들은 남조 세균에 의해 만들어진 생물 기원의 퇴적 구조로 초기 지구 생명체의 기원에 대한 증거가 된다.




철새는 계절 변화에 따라 번식지와 월동지의 먼 거리를 이동하는데 서해안 가장 북서쪽에 있는 소청도를 비롯한 백령도와 대청도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철새가 서해를 건너며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섬이다. 그간 봄가을 이동철에 약 325종의 조류가 관찰되기도 하여 생물지리학적으로 그 가치가 높아 국가 철새연구센터도 있다.



흔히 해변에서 볼 수 있는  괭이갈매기 가마우지 매 외에도 그냥 참새로만 보이는 작은 새들을 망원경으로 당겨보니 그 생김생김이 다르고 색도 화려하고 우는 소리 또한 얼마나 다양하던지.

과연 우울증 또는 절망감으로 희망을 잃은 사람들이 예쁜 새를 보며 희망을 찾았다는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새다"라는 말에 잽싸게 망원경을 들여다보지만 어느새 날아가 버리지를 않나 눈으로는 보이는데 망원경으로는 보이지 않는 때로 있다. 아마 처음이라 그런가 보다. 그 빠른 녀석들을 흔들리지 않고 카메라로 잡아내기란 더욱 어려운 일인지라 그저 가만히 앉아 있는 녀석들 몇 마리만 담아올 수 있었다.


여행 후 나의 일상은 많이 바뀌었다. 강아지와 산책을 갈 때도 그냥 걷는 법이 없다. 새소리가 들리기라도 하면 휴대폰만 보느라 앞으로 굽어있던 목을 있는 힘껏 하늘로 향해 그 녀석들을 찾기 바쁘다. 무심코 들려왔던 새소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다. 또 찾지 못한들 어떠랴. 그저 서로 다른 녀석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뭐라 하는 것일까 생각하다 보면 공연히 입꼬리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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