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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Nov 06. 2021

남원의 문화를 찾아서

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 수지 미술관, 혼불 문학관, 몽심재, 실상사

남남원시립 김병종 미술관 원시 립 김병종 미술관

남원 시립 김병종 미술관

몇 년 전 찾았을 때 노출 콘크리트와 물의 조화가 아름다웠던 건물을 상상하며 도착한 미술관은 그새  하얀 건물에는 세월의 흔적이 남았고 물은 모두 빼버렸다. 



남원 시립 김병종 미술관은 '생명 작가라 불리는 김병종 작가'가 그의 작품을 남원 미술관에 400여 점을 기증하면서 컬렉션의 기반을 갖춘 곳이다. 그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아이들 그림 같기도 하고 만화 같이 그려진 그의 그림에는 산과 물이 있는 풍경에 작고 이름 모를 생명체들이 그려져 있다. 기교를 부리지 않고 소박하다.





산들아, 아직도 청정한 그 빛을 잃지 않고 있느냐

물들아, 여전히 그 한 자락을 휘감아 흐르고 있느냐

어린 생명 부치들을 아직도 땅 위에 네 품에 거느리고 있느냐

....

김병종



김화백은 서울대에서 전통 미술의 현대화 교육에 매진하고 평생 제작한 본인의 작품을 도서지역에 기부하고, 국제 아동 구호기금 유니세프에 예술인으로서는 최초로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하여 아너스클럽에 등재되었다 한다.


유명 작가의 작품도 관람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도 한 잔 할 수 있는 남원 시립미술관은 현재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수지 미술관 (남원 투어패스 소지자 무료)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해서인지 지방 곳곳에는 폐교가 문화 공간으로 바뀐 곳이 많다. 남원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수지면 초리마을에도 폐교(옛 수지 남 초등학교)가 미술관으로 변한 곳이 있으니 수지 미술관이다. 건물을 리모델링해서인지 학교라는 이미지를 느낄 수 있는 것은 건물 앞 넓은 초원뿐이다.


건물 뒤로 야트막한 산이 있고 앞으로는 수지 천이 흐르는 곳에 박상호 화백은 평생 염원이었던 미술관을 열었다. 세 달에 한 번 씩 기획전을 열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현재는 '흔적'이라는 주제로 고 장호 작가와 고 정병수 작가의 유작을 전시하고 있다.

 

장호

어린이 동화책을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인 장호 작가는 1994년부터 민화 장승 등을 매개로 사회 현상들을 풍자하는 작품을 그렸고, 2000년부터는 한국 인물 작가회를 통해 아내와 딸 그리고 지인들을 모델로 인물 작업을 하였다. '나를 닮지 않은 자화상'이라는 책에는 암 판정을 받은 후 지리산에서 만난 들풀과 풍경을 그렸다. 



특히 구강암 판정을 받고 이듬해 생을 마감하기 직전까지 자신의 얼굴을 거울을 통해 끊임없이 바라보며 낯설어지는 자신의 얼굴을 그렸다고 한다. 그의 자화상 몇 점이 걸려있다.



독특한 색감은 아크릴에 묵을 첨가해 그렸기 때문이다.


정병수 

평소 자작나무를 좋아했는지 자작나무 밭의 다양한 모습과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그렸다. 마치 눈앞에 열린 창을 통해 보고 있는 것처럼 고요하고 평화롭다. 


미술관 다운 면모는 건물의 기하학적인 구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전시실 중간에는 따끈한 차를 한 잔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주변 초등학교의 미술 교육이 이뤄지는 별관의 천장은 남원의 구름을 형상화하였고, 유리로 된 구조물은 광한루의 버들잎과 연못을 상징적으로 묘사해 놓아 독특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후배들의 작품도 볼 수 있는데 작가와 꼭 닮은 조형물, 지우개 똥으로 만든 작품, 비닐 테이프로 만든 작품 등 독특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박 화백님이 직접 펼쳐 보여주신 풍경 화첩은 놀람 그 자체였다. 병풍처럼 포개졌던 종이들이 펼쳐지며 세계 각 도시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중국에서 사 왔다는 화첩에 붓펜을 이용하여 그렸다는 작품들은 세계 여행을 하면서  단 몇 분 안에 그려낸 것이라 한다. 



화첩은 한 부분을 찢어버릴 수 없어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흡족하지 않은 작품이라도 여행 기록의 연속성을 살리기 위해 그냥 둔다고 한다. 하롱베이의 배 안에서 기암괴석을 그릴 때 들쭉날쭉하던 그림도, 융프라우에서 기압차 때문에 먹물 튜브가 터져버렸을 때 먹물을 손에 묻혀 그린 그림도 모두 그대로 화첩에 담겨 있다. 


 작업실에 걸려있는 박 화백 작품

36 년간의 교편생활을 마치고 울산지역 바닷가에 살다가 산에서 살고 싶어 남원까지 왔다. 미술관을 내고 후배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해주며  남원 시민들이 쉽게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한다.


운동장 한가운데에 있는 집도 작은 미술관으로 작품을 걸 수 있게 되어 있다.


혼불 문학관과 서도역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에 혼불 문학관이 있다. 남원의 유서 깊은 종갓집 양반 가문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무너져 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소설 '혼불'의 작품 배경지다. 작가 최명희의 고향이자 작품 속 주인공 '청암 부인'의 생가가 있는 곳이다. 


작가 최명희의 집필실이 재현


강모와 강실의 소꿉놀이 장면, 청암 부인 장례식 장면, 춘복이 달맞이 장면 등 디오라마(작은 공간 안에 어떤 대상을 설치해놓고 틈을 통해 볼 수 있게 한 입체 전시) 기법으로 전시해 놓았다. 


강모 강실이 소꿉놀이 장면
쇠여울네 종가 마루찍기 장면과 청암부인 장례식 장면


청호 저수지가 바로 옆에 있어 문학적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다.


서도역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목조 역으로 지금은 폐역이 되어 기차가 다니지는 않지만 '미스터 선샤인이 촬영되면서 다시금 눈길을 끌게 되었다. 노봉마을을 배경으로 일제 강점기에 이 씨 양반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무대다.  




독특하게 목조로 지어진 역사와 아름답게 굽은 철길, 메타쉐콰이어 숲 등에서 멋진 인생 샷을 건질 수 있다.




실상사

지리산 심산유곡, 난데없이 펼쳐진 평원에 절을 짓자 찾는 이들이 늘면서 마을이 이뤄지고 논밭이 생겨 났단다. 큰 절만 보다가 넓은 안마당에 자리 잡은 법당은 작고 소박해 보인다. 특히 닳을 대로 닳아버린 나무 기둥은 지나온 세월을 가늠하게 한다.

보광전


천왕문을 들어서면 특이하게 옛 기와가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실상사의  발굴 과정에서 출토된 기와로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기와들을 쌓아놓은 것이다. 그 옆에 터만 남아 있는 곳은 목탑지로 고려시대 때 축조되었다가 소실되고 현재는 초석만 남아있다.



통일 신라시대 사찰 실상사는 국보 1점과 보물 11점을 보유하고 있어 단일 사찰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사역을 따라 담장을 낮게 두르고 담 안쪽으로 키 큰 나무들을 둘러 세운 풍광이 푸근하고 고즈넉하다. 


약사전에는 철조여래좌상(보물 제 41호)이 있다
칠성각과 석등(보물 제 35호)
백장암 3층 석탑(국보 제10호)

실상사의 소리를 채집하여 순환의 장소, 변소 화랑에서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 자신과 우주의 모습이 소리로 연결된 듯하다. 새벽을 울리는 범종, 극락전 가는 길의 극락천, 풀벌레 반야심경, 약사전을 지나 대나무 숲 등으로 약 35분간 재생된다.


실상사의 소리풍경

장승은 마을 또는 절 입구에 세운 사람 모양의 기둥이다. 실상사에는 돌로 된 석장승이 있는데 큼직한 주먹코와 튀어나온 둥근 눈과 커다란 귀가 인상적이다. 


남원 전통 양반가옥 몽심재

조선시대 후기 연당 박동식이 지어 200년간 자리를 지켜온 죽산 박 씨 고택으로 중요 민속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다. 산자락의 경사면을 따라 앞뒤 높이를 달리하고 각각 축대를 세워 고풍스러운 멋과 정취를 자아낸다. 



계단의 높이가 무척이나 높다.
경관을 위해 가져다 놓은 것인지 자연 그대로의 돌을 배치해 놓은 것인지 엄청나게 큰 돌이 문 앞에 있다.



수지 미술관 근처에 있어 미술관 관람 후 함께 다녀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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