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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Nov 04. 2021

지리산 뱀사골에 낙엽비가 내려요

남원 '지리산' 촬영지, 인월 자연휴양림, 와운마을 천년송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출렁이는 마음 안고 찾아간 곳은 지리산이다. 산을 잘 타지도 못하면서 굳이 지리산까지 간 것은  요즘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지리산'에서 레인저 전지현과 주지훈이 구조 활동을 위하여 이리저리 뛸 때 보이는 깊은 지리산 자락 때문이다. 물론 TV에서 보이는 천황봉까지야 체력이 달려 갈 수 없지만 깊고 수려한 계곡 뱀사골만이라도 보고 싶었다.



단풍 못지않게 화려한 옷으로 단장한 등산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질세라 우렁차게 흘러가는 계곡물은 그새 떨어진 낙엽들을 끊임없이 나르고 있다.  후드득 소리를 따라 눈길을 돌리니 마치 작은 참새떼가 날아가듯 바싹 마른 이파리들이 눈앞에서 사뿐사뿐 춤추며 날아간다. 나무에 매달려 한껏 맵씨를 자랑하던 단풍잎도, 발 밑에서 바사삭 부서지는 낙엽도 나를 한없는 기쁨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작은 폭포와 소는 또 어찌나 많은지 오랫동안 물 멍하다 보면 꽤나 차가워진 가을바람에 한기마저 느껴진다.




얼마쯤 걸었을까? 드라마 장면과 함께 와운마을의 천년송 홍보 플래카드가 붙여진 다리가 나타났다.  와운마을로 향한다.

"만에 하나 살아있다면 지금 가지 않으면 조난자는 죽는다"

카리스마 넘치는 대사와 함께 구조 활동을 벌이는 레인저들이 박진감 넘치게 뛰어다니던 장면들이 생생하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전지현과 주지훈


단풍철을 맞아 등산객들이 많아서인지 드라마 때문인지 유난히 레인저들이 눈에 많이 띈다. 지리산 등반 중 심정지, 추락 등으로 긴급하게 구조가 필요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본인의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 활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동안 모르고 살아왔다.


천연기념물 424호로 지정된 천년송의 웅장한 자태


지리산 깊숙이 자리잡은 와운마을은 민가는 많지 않아 보이고 대부분 관광객에게 필요한 식당과 숙박업체들로 보인다.



이렇게 멋진 자연 앞에서는 산채정식이 딱이다. 꿀맛 같은 밥과 나물을 먹으며 생각해보니 이곳 와운마을까지는 산행이라기보다는 그저 가벼운 산책이었다. 힘찬 물줄기가 흐르는 계곡 사이에 자연스럽게 놓인 기암괴석과 잘 어울리는 단풍까지. 이 가을, 놓치지 않고 단풍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흥부골 자연 휴양림

해동 분소와 비담 대피소등 드라마 지리산의 오픈 세트장은 지리산 둘레길 2 구간 끝 덕두봉 자락에 있다.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나 한적하게 지리산의 정취를 느끼기 딱 좋다. 오래전 건물로 보이는 해동 분소 앞에 서니 다시 한번 드라마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해동분소
비담 대피소와 휴양림에서 지리산 각 지점까지의 거리
한옥구조에 황토 흙벽과 너와지붕으로 시설된 숲 속의 집의 이름은 덕두봉처럼 지리산의 봉우리 이름과 산까치 등 산새들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숲 속의 집뿐만 아니라 곳곳에 오토캠핑장과 휴계시설까지 갖추어져 있다.
인월 자연휴양림의 숙박은 숲 나들이 e에서 예약 및 결제가 가능하다.


원래가 명산인 지리산이 요즘 드라마로 인해 한층 관심을 받고 있다. 명품 배우에 명품 작가(김은희)에 흥행 신드롬을 일으키는 이응복 감독까지 합세한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여 지리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눈부신 푸른 하늘과 만산홍엽의 지리산 뱀사골의 모습은 드라마 '지리산'과 함께 어우러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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