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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Sep 13. 2018

신두리 해수욕장과 해안 사구

연이은 사업 실패로 가장 대접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는 오빠는 자식들이 마련해 준 이번 여행에 잔뜩 들떠있다.  가끔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오빠를 이해할 수 없다 하자 큰 올케가

"놔둬요. 오빠는 그 자존심으로 버텨내고 있어요" 

칠 남매의 장남으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의 역할까지 해내느라 그 어깨가 상당히 무거웠을 것이다. 사업이 제대로만 되었으면 동생들 다 퍼주었을 성격이지만 제대로 돌아가 주지 않는 탓에 가족들에게도 동생들에게도 면이 서지 않아 마음고생이 컸을게다.

아침 일찍 떠나온 탓에 펜션에 들어가자 어르신(?)들은 모두 오수에 빠지고 조카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해변으로

나갔다. 나는 슬그머니 카메라만을 가지고 밖으로 나온다. 


신두리 해안은 말 사진을 찍으러 또 모래 언덕을 찍기 위하여 몇 번이나 왔던 곳이다.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 서해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해수욕장에는 아직도 바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한 손에는 호미를 한 손에는 아빠 손을 잡고 마냥 즐거워하는 아이들, 단체 여행 온 젊은이들의 함성 소리, 두 손 꼭 잡고 해안을 거니는 연인들 모두 저물어 가는 늦여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걷다 보니 해안사구가 보인다. 오랜 세월 해안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쌓이고 쌓인 모래 언덕은 부는 바람에 따라 그 모양이 변한다더니 그 높던 모래언덕은 보이지 않고 둘레에는 휀스가, 출입은 데크로만 가능하다. 사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겠으나 왠지 자유롭게 들어갈 수 없게 만든 것이 서운하다.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데크를 따라 걷다 보니 광활한 초원을 가로지르는 것 같다. 푸른 하늘에 떠있는 하얀 뭉게구름과 부드러운 모래 언덕 그리고 넓은 초지를 바라보니 어느새 마음까지 넓어지는 것 같다. 해당화 꽃이 져버린 자리에는 어느새 빨간 열매가 달려있다.



땡볕에 두 시간 가까이 돌다 보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올 때는 멋모르고 왔는데 펜션으로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사구센터쯤 갔을 때 가족들을 만났다. 물놀이와 오수를 끝낸 가족들은 이제야 이곳으로 산책을 나왔다.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리며 자리에 주저앉자 조카가 차로 데려다준다. 센스쟁이!


신세대답게 조카는 저녁과 아침 숙소까지 맞춰놓았기에 우리는 그저 먹기만 하면 되었다. 참 편한 세상이다. 시댁 나들이 때는 며느리로서  놀러만 가면 밥하다가 오기 일쑤인데 역시 친정식구들과의 만남은 편하다.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시작된 테라스에서의 저녁 만찬에 모두들 즐거워한다. 칠 남매 중 여섯 번째인 나의 남편은 친정 식구들과 만나기만 하면 본인이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 한층 목소리가 커진다. 환갑이 넘은 그를 마냥 귀엽게만 봐주는 언니 오빠들이 고맙고 분위기 잘 맞춰주는 남편도 고맙다. 


더도 덜도 말고 이렇게 행복한 날들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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