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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미의 세상 Sep 25. 2018

영광의 송이도를 아시나요?

                                                                                                            

오랜 시간 파도가 만든 몽돌이 산처럼 쌓여 이뤄진 S자형 몽돌 해변과 낙조가 아름다운 송이도! 영광에서 제일 높은 칠산 타워가 있는 향화도 선착장에서 칠산 페리호를 타고 90여 분이나 가야 만날 수 있는 섬이다. 강한 바람이 불거나 안개가 심한 날은 접근조차 어려운 이 섬은 아직도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송이도 선착장에 내리면 오른쪽으로 1킬로미터 정도 몽돌 해변이 길게 펼쳐지고 그 너머로 마을이 보인다. 수없이 밀려온 파도에 닳고 닳은 몽돌 표면은 아기 피부처럼 매끄럽다. 공깃돌 하기 좋은 크기부터 두 손으로 들기 어려운 큼지막한 것까지 각기 다른 모습의 돌멩이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예쁘게 놓인 나무 데크 길보다는 천연 지압이 되는 몽돌 위를 맨발로 걸어본다. 발바닥으로는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고, 돌을 밟을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쉴 새 없이 부딪쳐 오는 파도소리는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한다. 이곳이 소나무가 많고 섬 모양이 사람의 귀를 닮았다는 '송이도'  몽돌 해수욕장이다.



주민의 말에 의하면 송이도에는 신기한 두 곳이 있다. 하나는 몽돌로 채워진 이 해수욕장이 100여전 전만 해도 모래사장이었단다. 이 수많은 돌들은 어디에서 흘러왔고 또 그 모래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또 다른 한 곳은 송이도의 왕산봉(해발 161미터)이다. 산을 오르는 이가 없어 그 길이 없어진지 오래인 그곳에는 패총으로 여겨지는 굴껍질이 많이 있었다고 한다. 산꼭대기에 패총이라니!


섬 일주를 위하여 우리는 트럭에 올라탔다. 섬 안에는 차가 몇 대 밖에 없으나 제법 그럴듯한 도로가 바다를 끼고 놓여있다. 얼마쯤 가다  샘물이 솟는 바닷속 바위 앞에 멈춰 선다. 물이 빠진 후 그 바위 아래에서 솟는 물은 신기하게도 바닷물이 아닌 샘물이다. 근처 마을 이름이 닭바울(?)이라 '바울의 생수'라고 이름 지었다는 사장님. 어떻게 그곳 물을 떠서 먹어봤는지 또 그 물은 어떻게 해서 그곳으로 솟아오르는지 신기하기 짝이 없다.


"소나무가 많다면서 그 소나무는 어디 있죠?" 

"원래 소나무가 많았었죠. 그 많은 소나무를 일제시대 때 죄수들을 데려다 30년 동안이나 벌목했으니

  남아 있겠어요?"

그 후 송이도에는 소나무 대신 은사시 나무를 심었다 한다. 칡넝쿨과 잡목으로 우거진 산, 뱀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였으나 뱀의 천적인 멧돼지가 나온 후부터는 그 자취를 감추었다 한다.



송이도 북서쪽 큰내끼에는 절벽과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금세라도 도로로 올라올 것 같은 거북바위 등이 볼만하다. 아늑하고 둥글게 형성된 만을 차지한 몽돌은 해수욕장의 것보다 크다. 일몰 또한 멋진 한적한 이곳에서의 캠핑도 좋겠으나 화장실이나 식수 등의 시설이 되어있지 않다.


선착장 반대편의 풀등에서는 하루 두 차례, 약 두 시간 바닷물이 빠지면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각이도까지 6,7킬로미터나 되는 바닷길이 열린다.  넓은 갯벌에서 채취하는 백합과 맛조개는 송이도 주민들의 봄철(12월부터 3월) 주요 수입원이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갈 무렵 바닷물이 빠져 질퍽해진 갯벌을 맨발로 걸으니 부드러운 진흙들이 발가락 사이로 차오른다. 이번에는 천연 머드 마사지다. 이방인의 기척에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그 모습을 쏜살같이 감춰버린다. 해금강처럼 펼쳐진 기암괴석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다. 날씨가 흐려 보지 못한 안마도 바다로 떨어지는 해넘이 광경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작은 섬이기에 숙박시설도 몇 군데 안되고 주민들도 한 달에 한두 번 섬 밖으로 나가 필수품을 사 온다 하니 제대로 된 가게도 없다. 배가 들어가는 것도 날씨가 좋은 날, 하루 두 차례뿐이고 섬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대중교통도 없다. 오로지 걸어야 한다. 콘도형 민박에 묶을 경우 사장님의 트럭으로 섬을 도는 것만이 가능하다. 

날이 흐려 멋진 일출과 일몰 장면을 보고 오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우리들을 배웅하는 수많은 무리가 있었으니 선착장 등대 아래 갈매기들이다. 


송이도를 찾는 것은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자연을 보기 위함이다. 당일 코스도 가능하나 민박도 캠핑도 가능하니 하룻밤을 묶으며 갯벌을 놀이터 삼아 뛰어다니다 멋진 일몰까지 보고 온다면 잊지 못할 여행이 될 것이다. 각박한 도심 생활에서의 일탈을 꿈꾸고 있다면 무작정 송이도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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